서울 사는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들

유제원

발행일 2011.07.18. 00:00

수정일 2011.07.18. 00:00

조회 2,833

뉴욕 시 중심가인 타임스 스퀘어에 가면 서울을 홍보하는 광고판을 볼 수 있다. ‘Soul of Asia’, 말 그대로라면 ‘아시아의 영혼’이라는 뜻이지만 사실 외국인에게 다소 생소하고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서울’을 ‘Soul’과 비슷한 발음으로 기억하게끔 하려는 홍보 전략이 아닌가 싶다. 한국의 수도 서울은 ‘88올림픽’이나 ‘2002 한일 월드컵’ 등 역동적인 모습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많은 외국인에게 생소한 도시이며, 휴양지로 잘 알려진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다른 아시아 관광지에 비하면 아직도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여행지 순위에서는 다소 밀려나 있는 듯하다.

서울은 국제적인 도시로서의 외형뿐 아니라 도심 구석구석이 여타 외국의 관광 도시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현대적이고 깔끔한 디자인의 조형물을 비롯해 최신 스타일의 유행 패션이 거리에 넘쳐나고 한식은 물론 프랑스 요리부터 이탈리아, 일본, 중국 요리에 퓨전 요리까지 개성 있는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또 서울의 밤은 지치지 않는 열정을 뿜어내며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러한 서울의 현대적인 모습은 분명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시금 서울을 방문하게 하는 매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서울의 모습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기도 하다. 서울이 몰라보게 발전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저 서구화의 후발 주자 가운데 주목받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도 있고, 한국전쟁 이후 하루 빨리 가난한 나라의 촌티를 벗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하기를 바랐던 조급함 때문이었는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고 자연스럽지 못한 인상을 준다는 평도 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Soul of Asia’는 역동적으로 달려온 지금까지와는 다른, 서울의 감추어진 매력을 찾게 한다. 서구 사람들이 갖고 있는 아시아에 대한 막연한 신비감, 특히 오랜 역사와 전통에 대한 동경은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보게 한다.

조선 왕조 5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수도이자 한국 근대사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서울은 화려했던 시절부터 전쟁으로 잿더미가 되었던 시절, 그리고 오늘날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놀라운 발전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화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서울의 변화된 모습을 예나 지금이나 바로 그 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존재가 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시내로 들어가다 보면 한국적인 동양화 한 폭을 감상할 수 있다. 한강변을 따라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고 도로와 자동차 사이로 빼곡하게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는 바로 그 뒤편으로 이들을 압도하는 북한산이 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인지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북한산의 아름다움이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서울에 대한 남다른 첫인상으로 각인되기도 한다. 미국을 예로 들면 놀라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여러 국립공원이 있지만 넓은 땅만큼이나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차로 몇 시간을 운전해야 비로소 그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뉴욕 시는 도심 한가운데에 넓은 공원이 자리 잡고 있어 빌딩 숲과 조화를 이루기도 하지만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에 비하면 그저 조그만 공원이 뉴욕이라는 명성 때문에 과대평가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북한산이야말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관광 명소임이 분명하다.

북한산은 도심 뒤편에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서울에 산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산에 서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도심과 산의 경계는 없다. 누구나 손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산자락(들머리)에 닿을 수 있는가 하면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는 마치 자기 집 뒷마당인 양 산책 삼아 오를 수도 있다. 힘들게 몇 시간을 운전해야 할 필요도 없고 늦은 오후라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바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곳이 북한산이다.

북한산은 서울의 북쪽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능선이 이어지는 도심 속 국립공원으로, 수많은 봉우리와 바위와 숲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양에서는 볼 수 없는 유서 깊은 사찰도 품고 있다. 주봉인 백운대(836.5m)와 인수봉(810.5m), 만경대(787m)가 삼각형을 이루며 자리 잡고 있어 ‘삼각산’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조선 왕조 숙종 때 북한산성을 축성한 다음부터 ‘북한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도심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은 마치 붓과 먹으로 그린 수묵화를 보는 듯 산세가 웅장하고 바위를 쌓아 만든 것 같은 봉우리들이 장관이다. 아마 이러한 남다른 자태 때문인지 일제강점기 당시 한민족의 정기를 끊겠다고 일본이 그렇게 봉우리마다 정을 박아놨는지도 모르겠다. 예로부터 자기 수양을 위해 산에 오르기도 하고 또 정상에 올라 산의 정기를 받는다고 했던 만큼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은 오래도록 서울을 지키며 산을 찾은 사람들에게 기운을 북돋아주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글/유제원(라디오 워싱턴)

다음주에 2회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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