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고궁에서 휴식 즐기는 서울 직장인이 부러워

윤성규

발행일 2011.05.23. 00:00

수정일 2011.05.23. 00:00

조회 3,171

4년 만에 거닐어보는 서울 시내는 아주 많이 변해 있었다. 그래도 오랜 친구는 변하지 않는 법. 금세 고향집 마당에 들어설 때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북촌 가는 길에 잠시 들른 인사동에서 오랜 중국 생활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우리 것이 얼마나 새롭고 매력적인지 새삼 깨달았다.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놀란 점은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친구들은 유일한 한국인인 내게 한국에 관해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내 이름은 한국어로 어떻게 써?” “한국 여자들은 정말 그렇게 다 예뻐?” “한국 노래 불러줄 수 있어?” 그 중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한국에 가면 어디를 꼭 가봐야 할까?”였다. 그럴 때마다 ‘볼거리는 중국에 많은데 한국에서 소개해줄 게 뭐가 있다고…….’라고 생각했던 터라 서울을 둘러보면서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찾아간 곳은 인사동과 북촌이었다. 간단한 선물을 사고 안국역 근처에 있는 ‘운현궁’을 방문했다. 처음 가본 운현궁은 매우 정갈한 모습이었고 여기저기 오랜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운현궁은 고종과 흥선대원군이 지낸 곳이며 명성황후와 혼례를 치른 곳이기도 하다. 은은하면서 아름다운 기와지붕과 부드럽게 내려온 처마가 마음을 편안히 감싸주었다. 점심시간에는 무료로 개방해 직장인들의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는데, 이런 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서울의 직장인들이 부럽기 그지없었다. 운현궁을 나와 본격적으로 북촌 한옥마을로 접어들었다. 어느 스님이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북촌이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명당이라고 했다는데, 명당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살고 싶은 곳임은 분명했다.

중국에 있으면서 고대의 거리를 많이 다녀보았다. 내가 사는 충칭에도 츠치커우라는 옛 거리가 있다. 츠치커우는 별다른 개발 없이 옛 거리를 그대로 보존해놓아서 말 그대로 옛 중국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잘 알려진 상하이의 신천지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며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그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북촌이라는 자랑스러운 거리가 서울에 있음을 몰랐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국내외 관광객 외에 한옥을 체험하기 위해 홈스테이를 하는 외국인도 종종 눈에 띄었다. 또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맛집과 아기자기한 카페가 곳곳에 있고, 수작업으로 만드는 공방과 재미있는 박물관도 꽤 많다.

사실 북촌을 하루 만에 다 둘러보는 건 무리다. 아쉬운 마음에 다음 날 다시 북촌을 찾기로 결심하고 나서려는데 갑자기 비가 내렸다. 잠시 고민하다가 그대로 그 거리를 다시 한번 걸어보았다. 잘한 일이었다. 비 내리는 조용한 북촌의 한옥마을을 걸어보는 것. 그것 또한 운치가 있었다. 이번의 짧은 방문으로 나는 조금 더 서울과 가까워졌고, 우리에겐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많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소중한 추억과 함께 서울시가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보전하고 알리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든든했다.

글/ 윤성규(서남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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