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밀과 보리가 자란다

시민리포터 박동현 시민리포터 박동현

Visit2,582 Date2011.05.17 00:00

초록이 좋을 때이다. 이에 구 세운상가 내 현대상가 자리의 세운초록띠공원을 찾았다. 지하철 1․3․5호선 종로3가역 6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공원이 나온다. 공원에 들어서니 중앙으로 길게 조성된 초록잔디가 햇살에 반짝거리며 먼저 반겨주었다. 그 양옆엔 밀과 보리가 무성하게 자라 튼튼한 이삭이 여물어 가고 있었다. 2009년 5월에 조성되어 이제 2년이 지났는데 주위 나무들마다 가지가 쭉쭉 뻗어 잎이 무성했다. 공원 주변 늘어선 벤치 옆 대형 화분을 장식한 아름다운 꽃들과 늘푸른 소나무가 맑은 공기를 뿜어내는 듯 상쾌함을 더했다.

그런가하면 공원 한켠에 조형물로 자리한 달구지 끄는 누렁이의 음메 울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도 했다. 누렁이 등에 올라탄 농부의 아들이 불어대는 피리소리도 밀밭 사이를 가로질러 아련히 들려온다. 시골 수박밭에서나 볼 수 있는 원두막에는 청춘 남녀가 한가로이 데이트를 하고, 할아버지는 손자 손녀의 재롱에 시간을 잊은 듯 했다.

강동구에 거주하는 남성국(58)씨는 “주변 상가에 왔다가 고향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들렀다. 와보니 정말 잘왔다는 생각이 들고 아이도 좋아한다. 원두막과 소달구지를 보니 옛날 시골에서 일할 때가 생각난다. 요즘은 농촌에서도 밀과 보리를 보기가 쉽지 않은데 서울에서 볼 수 있다니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쉼터로, 어린 아이들에게는 자연 생태학습장으로도 그만인 이곳, 정오 햇살이 따사로워지자 더욱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공원 주변을 둘러싼 벤치에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자리해 공원에서 뿜어내는 초록 향기를 흠뻑 마시고 있었다.

도심 속 초록 들판, 세운초록띠공원(좌), 공원 관리인 김동진 씨(우)

오늘따라 세운교에서 바라본 청계천의 맑은 물과 초록색 나무들이 봄 햇살에 더욱 빛났다. 공원 한켠에 써붙인 박범신 작가의 글이 가슴에 와닿는다. ‘문명은 도시를 닮고 도시는 사람을 닮고 사람은 자연을 닮는다.’

공원내를 몇 번 왔다갔다 했지만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는 아저씨. “아저씨 수고 많으세요”라고 큰소리로 몇 번을 말하자 그제야 허리를 편 아저씨가 미소로 답한다. 공원 주변 작은키나무 전정을 하던 서울시설공단 소속의 세운초록띠공원 관리인 김동진 씨다.

아저씨는 긴 가위로 가지와 새순 전정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전정을 하고 나니 보시기에 좋죠”라고 한마디 던지며 또 허리를 굽힌다. 한창 가지에 물이 오르고 잎이 무성하게 자랄 시기라 일손이 바쁜 모양이다. 미용사가 아이 앞머리 자르듯 정성껏 자르고 또 잘랐다. 그러고나니 전체가 자로 잰 듯 반듯해졌다. 어느덧 아저씨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공원 중앙 반질반질한 잔디도 아저씨의 손길 덕이 아닌가 싶다. 땀 닦을 새도 없이 또 쓰레기통과 비를 들고 공원 주변에 버려진 담배꽁초며 과자봉지 등을 주워 담았다.

김 씨는 이야기 말미에 작은 애로사항을 하나 이야기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야간에도 한사람이 근무를 했었는데, 지금은 경비 절감차원에서 야간 근무자를 두지 않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아침에 와보면 저녁에 버리고 간 술병, 담배꽁초 등이 많아요. 물론 제가 와서 치우긴 하지만 그 전까지는 공원의 모습이 참 미워집니다. 제발 이곳에서 쉬고 가시는 분들이 좀 더 신경 써 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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