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공간, 프리마켓

유종옥, 정규섭

발행일 2011.03.21. 00:00

수정일 2011.03.21. 00:00

조회 3,255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공간, 프리마켓

한국을 방문해 쇼핑과 볼거리를 찾는 사람들은 흔히 이태원과 남대문시장 등을 손꼽는데, 이들 지역은 순수 예술과는 거리감이 있는 일종의 시장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또 예술을 찾는 사람들은 인사동이나 대학로를 손꼽는데, 이들 지역은 쇼핑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 동포들에게는 낯선 이곳, 홍대 앞 프리마켓은 예술과 쇼핑을 겸비한 젊은 예술인들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다.

홍대 앞 프리마켓을 사람들은 한때 ‘벼룩시장(flea market)’이라고 불렀다. 벼룩시장은 화개장터처럼 주로 중고품을 사고팔거나 교환하는 장터를 말하지만, 프리마켓(free market)은 창작품을 선보이고 창작 행위를 펼치는 예술 시장을 말한다. 따라서 프리마켓에 관계된 사람들은 ‘벼룩시장’ 대신 ‘프리마켓’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프리마켓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홍대 앞의 문화·예술 활동가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홍대신촌문화포럼이 ‘문화·예술지구 홍대 앞’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교류의 장을 만들기 위해 계획한 것이다. 잠깐의 이벤트로 끝날 뻔했던 프리마켓을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한 이가 바로 현재 프리마켓 사무국 역할을 하는 일상예술창작센터의 김영등 대표다. 프리마켓은 매주 토요일 홍대 앞 놀이터에서 장터로 열리는데, 벌써 9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거리와 공원 등 일상의 열린 공간에서 다양한 창작자와 시민들이 만나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소인 프리마켓은 한마디로 축제 한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마켓의 입구에 들어서면 각종 액세서리 매장이 눈에 띄는데, 액세서리 하나하나가 예술품이다. 미술을 전공한 작가들은 작업실을 떠나 이곳에서 시민들과 의사소통을 하기도 하고 작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또는 초상화를 그려주거나 미술을 공부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정밀한 진단과 교육도 실시한다. 프리마켓 뒤쪽에서는 청소년들의 연주가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그 수준이 보통을 넘어 때때로 TV 방송국에 캐스팅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족 여행을 왔다는 윌슨Wilson 씨는 홍대 앞 프리마켓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매료되어 출국하는 날까지 홍대 앞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에서 유학 온 캘리는 “복잡한 도심의 마켓보다 여기서 경제적으로 쇼핑도 하고 한국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한나절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프리마켓 마니아’라고 소개했다.

현재 일상예술창작센터에는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활동가 15명이 상근하면서 프리마켓과 마포희망시장의 운영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강좌와 전시를 겸하는 생활 창작 공간 ‘새끼’의 운영과 관리를 도맡고 있다. 최근 김영등 대표를 비롯해 일상예술창작센터에는 겹경사가 생겼다. 홍대 앞 예술 시장 프리마켓이 개설 9주년을 맞은 것에 더해 일상예술창작센터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것이다. 참여 작가와 상근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지속돼온 프리마켓의 공로를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제 홍대 앞 프리마켓은 해외 동포들에게는 낯설지만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에게는 낯익은 서울의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외 동포들도 한국을 방문하면 한 번쯤 이곳 홍대 앞 프리마켓을 찾아보기 바란다.

글/유종옥(한국신문사)

홍대 앞 프리마켓에서 만난 사람들

“아마추어 예술가인 제작자들이 자신의 창작품을 직접 소개하는 장으로, 작가와 일반 시민과의 만남을 통해 또 다른 예술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 또한 예술 교류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인 것이다.”
- 일상예술창작센터 프리마켓 운영팀 팀장 이슬

“직장 생활을 하다가 문득 내가 인생에서 새롭게 해나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예술적 감성이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여러 공방을 찾아다니며 1년 넘게 디자인을 배웠다. 이제는 시중에서 유통되지 않는, 오직 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의 금속공예품을 창작하게 됐다. 프리마켓에 참여하면서 소통의 자유를 느끼는 것은 물론, 마켓을 찾은 사람들과 대화와 만남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
- 프리마켓 참여 디자이너 이병구

“올해로 여섯 번째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곳 홍대 앞 프리마켓을 찾은 것이 벌써 세 번째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의 액세서리와 그림에 관심이 많다. 특히 청바지 소재로 만든 가방을 좋아한다.”
- 도카이가쿠인東海學院 대학 인문학부 교수 무라누시 지카

●프리마켓 찾아가는 방법

▶ 문의 www.freemarket.or.kr tel 02-325-8553·8515


글/정규섭(K TOWN MEDIA INC.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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