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퀼트와 보낸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곳

시민기자 신성덕

발행일 2010.10.12. 00:00

수정일 2010.10.12. 00:00

조회 3,498

초전섬유 퀼트박물관. 그 이름조차 생소한 곳에 다녀왔다. 남산자락에 있는 박물관을 방문한 시각은 오후 2시. 그런데 박물관을 견학하는 시민들이 예상밖으로 꽤 많이 있다. 안내할 채비를 갖추고 상냥하게 맞아주는 대한민국 편물명장 1호, 김순희 관장을 만나 인터뷰를 하였다.

▶어떻게 초전섬유 퀼트를 시작했나?

이화여대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교육행정을 전공하였기에 전공을 살려 고등학교 교사로 3년간 지냈었다. 졸업 후 유학을 준비했지만 가세가 기울어 직접 돈을 벌어야 했고, 어려서부터 소질이 있었던 바느질 솜씨를 살려 1957년 중구 충무로에 ‘제일편물’이란 가게를 열었다. 그것이 굳이 말하면 '퀼트'와의 인연이다.

▶퀼트란 무엇인가?

퀼트란 겉감과 안감 사이에 솜이나 울 같은 것을 넣어 누비는 것이다. 자수․침선 기술이 우리나라처럼 발달된 곳이 없다. 좀 더 소중히 여기고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의 섬유기술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보존시켜야 한다.

▶초전섬유 박물관의 시작은?

1998년에 초전섬유·퀼트박물관을 설립하였다. 젊은 사람들이 6․25 이후 우리의 전통문화인 ‘조각보’ 등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다 버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기 집에 있는 손기술이라도 보존하자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놀러와서 체험하면 자기 할머니의 손기술의 소중함을 깨닫지 않을까 싶은 바람에 박물관에 체험학습장을 만들었다. 지금은 내외국인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수강생들이 관장인 나의 바느질 솜씨를 배워간다.

▶박물관 소장 작품 수는?

한국 전통자수 및 조각보 152점, 한국 전통 장신구 32점, 한국 전통 한복 89점, 중국 전통복식 및 자수품 260점, 중국 장신구 52점, 해외 전통퀼트 및 패치워크 95점, 해외 수직퀼트 25점, 세계의 민속 복식인형 310점 등 총 1,015점을 보유하고 있다.

▶ 보, 흉배, 퀼트는 어떻게 차이점이 있나?

먼저, '보'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생활용품 중에 하나로 작은 것은 보자기라고 한다. '보'는 물건을 포장해서 보관하는 용도에서부터 혼례 때 쓰는 의례용까지 실로 다양하게 쓰였는데 안의 내용물에 따라 그 이름이 정해졌다. 예를 들면 함을 싸는 보는 함보, 밥상을 덮으면 상보, 책을 싸두는 보는 책보, 이불을 싸는 이불보 등 그 다양한 용도에 맞게 이름도 여러 가지다.

흉배는 옛날 의관제도에 의한 관리들의 품계를 표시하는 것으로 일종의 계급장이다. 이 흉배는 관리들의 품계와 신분 고하에 따라 문양이 달랐는데, 예를 들면 왕가의 흉배는 용이나 봉황같은 상상 속의 동물이 수놓아졌으며, 문관은 날짐승을 무관은 들짐승을 수놓았다.

천을 덧댄다는 뜻이 들어있는 아플리케는 퀼트에서 매우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밖에도 불규칙적으로 재단한 실크 또는 벨벳의 천에 자수, 구슬, 리본 등을 많이 장식하는 크레이지 퀼트, 더블웨딩링, 플라잉 기즈퀼트, 로그케빈 등이 있다.

▶G-20 행사에 무슨 일을 맡았나?

초청된 외국 대통령 내외분과 기자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선물을 준비했다. 한국 고유의 보와 퀼트를 알리는 작품이다. 한국을 바로 알리는 뚜렷한 이미지의 작품이다.

앞으로 한국의 '퀼트'와 '보'에 관한 꿈이 있다면?

20년 전 내가 발간한 『조선궁중의상』이란 책이 있다. 더 이상 자료에만 그치지 않고 복식을 재현해서 전시회를 하고 싶다. 재현된 의상을 전시하면 보러 온 사람들이 우리 의상의 아름다움을 알게 될 것이고 사진을 찍어 남길 테니 그만한 전통자료의 보존이 없을 것이다. 끝으로 올 3월에 영국왕실박물관인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에서 열린 ‘1700~2010 퀼트전’의 작품들을 우리나라에 가지고 와서 전시할 생각이다. 영국 300년의 퀼트 역사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현재 국립박물관과 시립미술관에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데 2014년 이후에 가능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 이 일을 마치면 내 생에 이뤄야 할 일이 거의 마무리 지어지지 않나 싶다.

인터뷰 중간에도 외국 대사 부인들이 박물관 견학을 위해 오는 중이라는 연락이 왔다. 김관장은 사재를 털어서 만든 박물관에서 끊임없이 자료를 수집하고 매년 적자를 보고 있어 경영이 어렵지만 사명감과 애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외국인들의 관심이 더 많다. 여든 나이의 김순희 관장이 건네준 명함에는 대한민국 편물명장이라고 적혀 있다.


초전섬유퀼트박물관 안내

▶주소 : 서울 중구 남산동 1-20 제일문화원 1층
▶교통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
▶문의 : 02) 753-4075
▶이용시간 : 오전 10시~5시까지 (공휴일과 일요일 휴관)
▶관람료 : 일반 5천원, 중고생 및 군인 3천원, 12세 이하 어린이와 60세 이상 2천원
▶전시프로그램:
- 10월 16일까지 개관 12주년 기념전 ‘2010 한일 초목염색전통 전승의 색,

   청(靑)과 홍(紅)’
- 10월 21일~11월 20일까지 개관 12주년과 유엔의 날 기념전
  ‘2010 우즈베키스탄의 예술세계 서울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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