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숭고한, 애틋한 색은 대체 뭘까?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0.10.11. 00:00

수정일 201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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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부터 1977년 사이 복개되면서 많은 그늘과 문제를 드러냈던 청계천이 2002년 복원이 결정되었고, 2005년 10월 아름다운 물길로 시민 곁으로 다가온 지 벌써 5년째다. 청계천 개장 5년을 기념하기 위한 청계천축제가 지난 10월 2일부터 10일까지 청계광장과 청계천변에서 펼쳐졌다.

개장 5년을 맞는 청계천을 방문한 인원은 지금까지 총 1억2백만여 명. 일평균 5만 6천명이 찾은 셈이라 한다. 개장 첫해인 2005년 1,184만 명을 시작으로 2006년에 가장 많은 2,826만 명, 2007년 2,165만 명, 2008년 1,376만 명, 2009년 1,494만 명, 올해는 9월까지 1,158만 명이 청계천을 찾았다고 한다. 청계천은 그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함께 했다.

청계천변(청계폭포~광교)은 12인의 설치미술 작가와 학생들이 만든 설치 미술품들로 다시 한 번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청계천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설치미술 ‘오색찬란’은 참여 작가들의 작품 주제에 환경과 시간, 시민들의 참여를 더하여 놀이, 감동, 교양이 어우러진 새로운 예술체험마당을 제공하고 있었다.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이 청계천을 예술로 물들였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색이 아닌, 오색찬란(여강연), 신비한 색(장선아), 이상한 색(이한수), 영롱한 색(게라지 몽키스), 순수한 색(최정수), 유쾌한 색(한상진), 시원한 색(신형섭), 숭고한 색(이기일), 애틋한 색(쿠츠나 미와), 찬란한 색(장인희)다양한 색(홍대 박병래 교수와 학생들), 진정한 색(한국종합예술학교 김태헌교수와 학생들), 몽롱한 색(김재남) 등 총 13개 작품들이 감성적 언어로 빚어진 ‘색(色)’을 주제로 그 이미지에 맞는 설치 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13개의 작품들에는 각기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졌고 그로 인해 탄생한 설치미술품들은 청계천을 배경으로 감동과 여운을 전하고 있었다. 게다가 청계천을 거닐며 만나게 되는 각 설치 미술품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작품 근방에 입간판 형식으로 간단 설명이 제시되어 있어 감상하는 시민들의 이해를 도왔다.

청계천이 시작되는 청계광장의 청계폭포에는 오색찬란이란 테마로 긴 오색 천이 양옆 천변을 잇고, 다시 중심축을 만들어 물길로 드리워져, 청계천 물과 함께 흐르는 멋스런 광경을 연출했다. 또한 활짝 핀 꽃을 형상화한 오색찬란한 꽃그림 우산은 청계천 축제의 시작을 알리며 청계천 물길 입구 양옆에서 시민들을 물길로 안내했다. 청계폭포로부터 시작된 설치미술 퍼레이드는 모전교~광통교~광교에 이르며 다채로운 예술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청계천의 첫 다리에 비스듬히 붙어 있는 ‘이상한 색(色)’ 설치미술은 미지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 도전정신을 이상하고 거대한 외계인의 모습으로 재미있게 표현해 많은 사람들의 포토 존으로도 인기가 높았다.

청계천의 과거와 현재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잠시 정지시켜 놓은 그림 ‘숭고한 색(色)’ 설치미술은 커다란 청계천 벽을 캔버스 삼아 붉은 빛이 도는 단색 그림으로 큼직하게 그려져 있어 장엄한 느낌을 주었고, 청계천의 가치와 모습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청계천 주변에서 만난 시민들의 진정한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벽을 장식한 ‘진정한 색(色)’ 설치미술은 우리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풍경을 담아내 벽에 붙여 놓았고, 그 모습을 하나하나 감상하는 시민들로부터 그 그림 속에 있는 인물이 ‘나’ 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청계천에서 튀어 오르는 물고기를 형상화한 ‘시원한 색(色)’ 조형물은 강한 생명력과 희망찬 의지를 보여주듯 역동적인 모습으로 물길 중앙 낮은 허공에 매달려 있어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마침 설치미술품 바로 앞에 징검다리가 있어 더욱 가까이에서 미술품을 감상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으며 시민들은 즐거워하고 있었다.

청계천 물길 중앙에 설치된 또 하나의 미술품 ‘찬란한 색(色)’은 사람모양의 바람개비가 바람에 돌아가는 모양을 형상화해 바람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대형 사람모양 바람개비들이 가을의 충만한 햇살과 바람을 담은 찬란한 빛을 도심에 흩뿌려 활기차고 생명력 넘치는 가을을 표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곳 또한 미술품 바로 앞에 다리가 있어 많은 시민들이 ‘찬란한 색(色)’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생명력 가득한 ‘기(氣)’를 받아가고 있었다.

설치미술품을 감상하며 청계천을 따라 내려가자 천변 위 양옆으로 형형색색의 순수한 원형의 동그란 판 모양이 인상적인 ‘순수한 색(色)’ 조형물을 만날 수 있었는데 무수히 많은 동그란 판 모양은 꽃무리인 듯 역동적으로 흔들리며 생동감을 자아냈다. 동그란 판엔 많은 시민들이 직접 장식한 얼굴모습과 사연이 담겨져 있었다.

조금 더 시야를 위로 하자 파란 하늘에 커다랗고 흰 풍선이 두둥실 떠 있는 ‘몽롱한 색(色)’ 설치미술품을 만날 수 있었다. 글씨 없이 비어있는 커다란 말풍선을 통하여 몽롱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시민들 스스로 하늘에 유영하듯 떠 있는 그 커다란 말풍선을 바라보며 하고 싶은 말들을 생각해 보는 언어적인 개입을 유도하고 있었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은 가만히 앉은 자세로 아니면 선 자세로, 작품 설명을 읽은 후 작가의 의도에 따라 그 커다란 풍선을 조용히 응시하는 보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참여와 놀이’의 테마를 읽어낼 수 있는 설치미술품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형형색색의 천 띠를 벽 위로부터 늘어뜨려 시민 각자의 애틋한 소망을 담아 매듭으로 엮어 낸 ‘애틋한 색(色)’ 설치미술은 시민들이 자신을 둘러 싼 사람들에게 소망을 담은 매듭 엮기를 통해 관계 맺기를 시도해 하나의 어우러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의 소망이 형형색색의 띠에 고스란히 엮여 있었다.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형형색색 대형 칠판에 시민들이 마음껏 낙서를 할 수 있는 ‘유쾌한 색(色)’ 미술품은 시민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창작의 재미와 ‘낙서’가 주는 추억을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장(場)을 제공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분필을 들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그림으로 칠판에 남겼다. 우리나라의 시민들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참여한 작품도 있었는데 세계각지의 다양한 친구들이 전하는 ‘서울’ 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 놓은 ‘다양한 색(色)’ 설치미술품은 세계인들이 우리에게, 서울에게 전하는 메시지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앞으로 청계천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즐겁고 유쾌하게 할지, 청계천이 우리에게 펼쳐 보일 모습에 자못 기대가 크다. 우리의 쉼터로 자리매김한 청계천이 부디 선(善)의 방향으로 우리 곁에 계속해서 남아주길 바란다.

#청계천 #오색찬란 #설치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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