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커플이나 탄생할까요?

시민기자 김정희

발행일 2010.10.08. 00:00

수정일 2010.10.08. 00:00

조회 2,955


정말 뉴미디어의 시대다운 사건이다! 하이서울페스티발 전야제 '아트 불꽃쇼'에 대해 서울시 공식 트위터인 '서울 마니아'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솔로들은 서울시 페스티발도 참여하지 말라는 것인가'라는 내용을 담은 시민의 의견이 트위터 타임라인에 등장한 것. 트위터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하나둘 의견이 모아지면서 일부 청춘남녀 시민 트위터러들의 소원은 서울마니아를 담당하는 뉴미디어담당관실에 전해졌다. 페스티벌에 연인이 없어 가지 못한다는 것, 구구절절 맞는 얘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이들 시민들의 소원을 당연히 들어주자는 결론에 도달. 그리고 페스티벌 담당자들도 오케이! 이렇게 해서 '하이서울 청춘남녀 번개팅'이 극적으로 탄생했다.

그저 140자의 트위터 세상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는 10월 7일, 말 그대로 청춘 남녀의 번개팅 장소로 이어졌다. 신청은 트위터와 블로그(http://blog.seoul.go.kr)를 통해 10월 5일 오전까지 선착순으로 접수했고, 비밀 댓글과 쪽지로만 받았다. 그리고 신중한 선별 작업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어느 곳 하나 치우치지 않는 고른 연령 분포와 다양한 직업군의 남녀를 뽑아 놓으니 마치 전문 결혼정보업체에서 맞춤으로 내놓은 것 같은 정예의 선남선녀들이 모이게 됐다. 

장소 또한 탁월했다. 한강의 아름다운 야경이 보이는 여의도 한강공원의 '빛의 카페'는 솔로들에게는 꼭 가보고 싶을 만한 곳이었다. 바로 앞의 빅탑빌리지에서는 하이서울 페스티벌이 한창이고, 몇 걸음만 발을 떼면 처녀총각의 마음을 흔들 듯 한강물이 출렁인다. 오늘 모인 청춘들에게는 이곳에 오는 자체가 설렘이었다고 하니 오늘의 만남의 준비는 '퍼펙트'가 아닌가.

번개팅 시작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한 참석자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30대 초반의 연구원인 이 남성 분은 결혼 적령기이긴 하지만 결혼정보회사에서 주선한 만남은 우선 경제적으로 부담도 있고 1:1 만남이라 어색한 반면, 다수의 만남이 왠지 신선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 신청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내내 약간의 설레임이 담긴 표정에서는 마치 미소년 같은 싱그러움마저 느껴졌다.

공공기업에 다닌다는 30세의 여성분과도 이야기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꼭 인연을 만나겠다기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것을 기대하고 왔다면서 이런 만남이 부담 없어 좋고 특히 서울시가 주선하였다는 데 만족한다고 했다. 그녀의 예쁜 미소에서 수줍은 설렘이 느껴지면서 보는 이의 마음까지 설레고 들뜨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사회자의 '핸드폰을 모두 위로 올려 흔들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만남의 장이 시작되었다. 옆 사람과 손잡고 올리기 그리고 서로 마주보며 인사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처음의 서먹함도 녹아들어갔다. 핸드폰만 들여다보던 남성도 어색함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성도 조금씩 서로를 바라보게 되고 어색함마저도 미소로 대신하다 보니 사회자의 말처럼이나 70~80년대 빵집에서 수줍은 미팅을 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싱그럽고 신선한 만남의 장이 되어갔다. 정말 이런 식이라면 좋은 만남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절로 되었다. 한편 이곳에 오기 위한 신청 메시지 중 10년 동안 일만 했다며 이제는 꼭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사연과 안 뽑아주면 서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는 사연의 주인공이 정말 그 사연을 읽는 순간 등장하는 해프닝도 발생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제 시선 나누기가 끝나고, 상대방을 알아보는 게임으로 돌입했다. 빙고판에 여성은 참석한 남성의 이름을, 여성은 남성의 이름을 적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는 시간. 각기 잠깐씩 눈에 들어왔던 이성의 이름을 적고자 정말 열심히 이동하는 모습에서 진지함과 열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사회자가 낸 퀴즈 하나.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개의 이름은?" 정답인 '애개'를 맞춘 여성분으로 시작된 상대방 이름 호명하기로 빙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선택된 이들은 자연히 자신의 소개를 하게 되었는데 직업군은 여행사마케터, 교사. 연구원 방송관계자, 정보통신, 유치원교사, 모바일회사 경영, 홈쇼핑작가, 상하수도 설계사 등 정말 다양했다. 신청사유도 이번 크리스마스를 꼭 연인과 함께 보내겠다는 결심으로 나왔다는 분, 10일 페스티발 마지막 날에 함께 할 연인을 찾고자 왔다는 분, 스팸을 정리하려고 신청했다는 분과 국정감사를 받고 있음에도 좋은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 과감히 나왔다는 분, 야근을 해야 하는데도 자원봉사라고 거짓말을 하고 나왔다는 분, 심지어 상사에게 보고서를 제출하고 한 달 안에 여친을 인사시키라는 특명을 받고 온 분까지 정말 다양한 사연과 소망을 담고 참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각기 이름을 적었던 빙고 판에서 빙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빙고가 나온 김동현 씨에게는 한강시민공원 무료관람권이 선물로 전달됐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을 매어 놓을 수 없듯이 약속한 공연을 보기 위해 즐거운 시간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고, 그때까지 호명되지 않았던 분들의 자기소개 시간을 겨우 마련한 후 모두는 페스티벌 공연장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동하는 사이에 몇몇 분과 인터뷰를 하였는데 시간이 짧아 서로에게 이야기할 시간이 적어 아쉽다면서, 이 구성원 그대로 애프터 모임을 가져서 아쉬움을 달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예 커뮤니티를 결성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그래도 엄연히 미팅이니 가장 중요한 것은 호감이 가는 사람을 찾았냐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대여섯 분의 인터뷰 결과 각자 1~2분 정도 호감이 가는 분이 있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렇다면 최초의 하이서울 번개팅은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이런 모임을 주선해주는 것에는 참가자들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맥주집으로 가면 더욱 좋을 것 같긴 하지만 함께 공연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바로 이어지는 콘트라 베이스의 새로운 연주에 푹 빠져들었다.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메시지 한 줄로 시작한 이야기가 결국 솔로들의 만남을 주선해 결혼으로 이루어지고 결국 우리나라의 문제점인 저출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번개팅을 1회성으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이번 만남을 계기로 계속 갈 것인가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우려가 되는 행사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꼭 어떤 결말을 보는 게 아니라 축제를 즐기시고 시민들의 소망을 위해 판을 벌여드리는 역할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선택은 본인들이 하시는 것이죠"라는 뉴미디어담당관 배중근 과장의 인사말도 떠올랐다. 아름다운 가을밤 한강공원에서 공연을 관람하면서 다시 한번 이 선남선녀들을 바라보았다. 저들도 나처럼 결혼 26년차가 되어 이런 모임을 취재하러 왔다면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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