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북소리 다 들었다

시민기자 이상무

발행일 2010.09.27. 00:00

수정일 2015.12.18. 15:28

조회 3,296


“이번 행사의 테마는 ‘3일 간의 타악 여행’으로 여행처럼 즐길 수 있는 타악을 테마로 체험행사로 마련하였습니다. 2~3일 간 매일 오시면 매번 다른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타악을 즐기면서 자연 공간에서 여행하시고, 타악 퍼레이드와 '타악 아트마켓 쇼케이스'에 참석해 본인 스스로 홍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드럼페스티벌의 함은주 과장은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숲 일대에서는 서울드럼페스티벌이 열렸다. 추석연휴와 겹친 데다 비가 많이 와서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행사 당일에는 날씨가 좋아져 대체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숲 행사장 주변은 뚝섬정수장ㆍ수도 박물관ㆍ곤충식물원ㆍ숲속놀이터ㆍ갤러리정원 등 볼거리가 많아 산보하러 나오는 동네주민이 많은 곳이다. 행사장 북쪽에 위치한 메인무대에는 4,000명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으며 그 옆 잔디밭에는 무려 1,200여 점의 타악기 전시·체험 행사장이 있었다. 특히 '천고를 울려라!' 코너에는 희망의 북ㆍ사랑의 북ㆍ행복의 북 등 세 가지 북이 있어 시민들이 각자 소망에 따라 북을 선택했다. 기자도 희망의 북을 세 번 치면서 '우리 딸 결혼해서 잘 살라'고 기원하였다.



소무대에서는 타악 아트 마켓과 시민 타악 연주가 열리고 있었다. 소무대는 7개 팀이 출연하여 자기를 알리고 있었다. 드럼 치는 로봇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로봇에버에서 만든 불간누스라는 이름을 가진 로봇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불과 화살을 뜻한다고 한다. 로봇과 사람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공존하는 관계로 성장하기를 희망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데, 오늘 공연은 작동이 제대로 안 돼 불발로 그쳤다.

첫 번째로 출연한 ‘바위소리국악예술단’은 최하 68세에서 85세까지의 연령대 39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퍼레이드에 참가 준비를 위해 성원중학교로 이동한다며 신길자 단장이 나이 많은 단원들을 리드하느라 얼굴에 땀방울이 보였다. 퍼레이드에 참석하기 위해 200명의 의상도 준비하는 등 성의가 대단해보였다. 소무대 행사장 위에는 시민들이 뽑는 우수 공연팀에게 스티커를 붙이는 게시판이 있었는데 오후 4시 현재 ‘광개토 사물놀이팀’에 가장 많이 붙어 있었다.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해서 그 위에 외국의 다른 문화와 융합하여 우리 국악을 보여주는 것이 인기의 비결인 것 같았다. 



오늘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성수공업학교에서 서울숲까지 열리는 1.1km의 드럼 퍼레이드다. 산악인 엄홍길 홍보대사와 서울드럼페스티벌2010 총감독인 박재호 씨가 “오뚜기처럼 일어서자! 꿈과 희망의 도전!”을 외치며 시작을 알리는 북을 치면서 행진이 시작되었다. 선두에는 서울의 상징인 해치를 앞세우고 북청사자팀과 전통 연희단 잔치마당팀 40명이 서고 뒤에는 염광여자메디텍고등학교팀 45명이 현란한 율동과 함께 악기를 신나게 두드렸다.

출발 장소인 성수공업학교 앞에서 행진 참가팀을 일일이 소개하는 것만도 대단했다. 인터넷으로 공개 모집한 2600명의 시민들과 이번 공연에 참가하는 타악공연팀 300여 명이었다. 일본ㆍ미8군ㆍ아프리카ㆍ멕시코ㆍ인도네시아ㆍ프랑스ㆍ말레이시아 등 7개국 해외 팀이 참석하였으며, 이주희 무용단ㆍ송정은 무용단ㆍ어머니로만 구성된 부평풍물단ㆍ부평22개동대표단ㆍ200여 명 어르신으로 구성된 바윗소리 예술단ㆍ노고지리예술단ㆍ붐붐팀 등이 가세해 1시간 동안 행진이 계속 되었다.

가족끼리 참가한 팀에게는 아프리카 타악기 젬베이를 지급하여 젬베이팀이라는 깃발을 들고 입장하였는데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온 가족도 보였다. 제일 마지막으로 농자천지대본 깃발을 들고 안양 어울림팀이 들어왔다.

퍼레이드는 언제 보아도 가슴 뭉클하고 어깨춤이 절로 난다. 다리가 불편한 몸으로 절룩거리면서 참석한 성수동 거주자 김모 씨는 직접 참가하기는 처음이라면서, 20년 가까이 이 동네에서 살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좋은 행사를 모르고 있으며 구청홈페이지에도 홍보가 안보여 아쉽다고 전했다.



모두가 서울숲에 도착했다. 6시 40분. 드디어 오늘의 메인 행사가 시작됐다. 엄홍길 홍보대사의 하늘과 땅을 열고 천지가 소통하는 것을 의미하는 개막 타고와 함께 2009년 타악경연대회 우승팀인 고양예술고등학교의 30인조 타타타의 30분간 공연을 시작으로 주한 미8군팀 60명 중 4명이 출연한 타악팀과 붐붐ㆍ100여 개 타악기를 다루며 마음을 노크한다는 의미를 가진 노크타악앙상블ㆍ멕시코 에스꾸엘라팀ㆍ 프랑스의 공연팀 따그 등과 이주희 무용단ㆍ하타 순서로 진행된 공연은 하나같이 흥겹고 개성 만점이었다.

특히 출연팀들 중 프랑스의 공연팀 따그팀이 이채로웠다. 나폴레옹 시대에 군인 사기 진작용으로 이용을 많이 하였는데 2차 대전 후 없어졌다가 1989년 프랑스혁명 200주년 기념으로 다시 모여 지금은 2,000명이 넘게 활동하고 있는 팀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출연자 전원이 무대 밖으로 내려와 관중들과 함께 빙빙 돌면서 어울리는 자리로 이어졌다. 모두는 북소리와 함께 하나가 되어 돌고 또 돌았다.

밤하늘엔 둥근 보름달 밑에 목성이 밝게 빛나고 선선한 가을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하였다. 6천여 명이나 몰렸던 관중들은 썰물처럼 저마다 집으로 돌아갔다. 올해로 서울드럼페스티벌은 벌써 12회째를 맞는다. 내년에는 모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함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서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제가 되기를 기원하였다.

#서울숲 #드럼페스티벌 #퍼레이드 #타악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