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건물이 치욕의 장소라니…

시민기자 최연정

발행일 2010.08.31. 00:00

수정일 2010.08.31. 00:00

조회 2,252

덕수궁 중명전이 복원됐다. 문화재청은 2007년부터 2년여 간 중명전 원형복원 공사를 진행하여 아치형의 벽돌구조와 실내 벽난로 그리고 앞마당의 우물을 되살렸다. 중명전 내부에는 대한제국 말 중명전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을 보여주는 상설전시장도 마련하였다.

상설전시는 ‘대한제국의 운명이 갈린 곳 덕수궁 중명전’이란 주제 아래 덕수궁 중명전과 고종, 중명전에서의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1층 4개실과 2층 1개실로 된 전시공간은 각종 사진자료 등을 담은 패널과 을사늑약문, 보물 제1618호 대한제국 고종황제 어새 등 관련 유물의 복제품 등으로 꾸며졌다.

한일 강제병합 된 지 꼭 100년이 되는 지난 8월 29일, 원래의 제 모습으로 일반에게 첫 공개된 구한말 역사의 현장인 중명전을 찾았다. 궂은 날씨에도 나라를 빼앗긴 비운의 현장을 보러 온 시민들은 인터넷 신청과 현장에서 직접 신청한 사람들로 초등학생부터 83세 된 할아버지까지 다양했다.

궁궐 공부를 하면서 중명전을 알게 되었다는 주부 이연호(54) 씨는 치욕적인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물이 예쁘다고 했다. 중명전의 도슨트인 박병호(64) 씨는 호기심 어린 표정의 독일인 부부에게 대한제국 시기에 있었던 사건과 사진설명을 유창한 영어로 해주면서 즐거워했다.

도슨트 해설이 끝난 후 학원 강사 이희진(27) 씨에게 관람소감을 물으니 우울한 과거의 역사지만 한국과 일본양국의 지식인들이 '한일병합 100년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문'을 내고 한일병합 조약은 무효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을 신문에서 보았는데 그나마 다행이 아니냐고 말했다.

중명전은 을사늑약이 강제 체결된 치욕의 장소이지만, 이번 개관으로 우리 근대사의 아픈 단면들을 통해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일 병합조약이 어떤 사건인지, 그 사건은 어떤 역사의 흐름에 놓여 있는지 확연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기자의 바람이다.

그럼, 중명전은 어떤 곳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덕수궁은 알아도 정동 골목 깊숙이 숨어 있는 중명전은 잘 모르고 있다. 중명전은 덕수궁 별채로 1901년 황실도서관으로 지어졌다가, 1904년 덕수궁이 불타자 고종의 집무실인 편전이자 외국사절 알현실로 사용되었다. 중명전의 처음 이름은 수옥헌(漱玉軒)이며, 1905년 11월 17일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었던 비운(悲運)의 장소다. 일본은 이 조약에 근거하여 한국정부의 외교권을 빼앗고, 통감부를 설치하여 내정까지 간섭하였다. 고종은 1907년 4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하여 특사를 파견한 이유로 강제 폐위되었다.

건물의 설계는 독립문,정관헌 등을 설계한 러시아 건축가 사바찐(A.I. Sabatin)이 하였고, 경성구락부에 임대되어 한때 외국인들의 사교장으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궁궐 내에 남아 있는 최초의 근대 건축물로 2007년 2월에 사적 제124호로 덕수궁에 포함되었다.

[중명전 관람 안내]

문화재 보호를 고려하여 매일 6회로 매회 25명씩 전시관 도슨트의 인솔을 받아 관람할 수 있다. 20명은 덕수궁 홈페이지(http://www.deoksugung.go.kr) 사전 예약, 5명은 현장 접수로 신청 받는다.

▣관람시간 : 오전 10:00, 11:00 / 오후 13:00, 14:00, 15:00, 16:00
(회당 50분 소요)

▣관람료
: 무료

▣휴관일 : 매주 월요일

▣문의 : 02) 732-7524 (문화유산국민신탁)

시민기자/최연정
nsviola0424@hanmail.net

#덕수궁 #중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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