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교육을 위해 일 낸 주부들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4.04.16. 00:00

수정일 2014.04.16. 00:00

조회 1,348

마을기업 모해교육의 현장학습 모습

[서울톡톡] 한적한 공원이 왁자지껄한 아이들 소리로 생기가 넘친다. 강서구 구암공원에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견학을 왔다. 천방지축 아이들 몇 명이 경계선 너머 하가바위 동굴로 내려서려는 찰나 큰 가방을 들고 있던 엄마들 서넛이 아이들을 가볍게 제지했다.

"굳이 내려가 보지 않아도 여기서도 충분히 볼 수 있어요. 88올림픽도로를 내면서 허가바위가 많이 헐렸기 때문에 동굴은 얼마 깊지가 않아요."

설명을 해주며 아이들을 인솔하고 있는 주부들은 아이들의 학부모이자 마을기업 '모해교육'의 강사진이다.

"얘들아, 허준박물관과 구암공원 다 둘러 봤으니 우리 여기서 퀴즈대결 하면 어떻겠니?"

"야! 신난다. 선생님 퀴즈 많이 맞추면 간식상 주실 거지요?"

공원 놀이터로 쏜살같이 내달리는 아이들을 따라 가느라 큰 가방을 들고 뛰는 엄마들도 숨이 턱에 닿는다. 퀴즈가 끝나자 배가 불룩한 엄마들의 가방에서는 아이들 입을 즐겁게 해줄 간식거리가 나왔다.

아이를 키우며 평범한 일상을 살던 주부들이 마음을 모아 올해 3월 강서구 가양동에 '방과후교실'의 문을 열었다. 지역주민들이 방과후 아이돌보기에 적극 나선 것이다. 뜻 맞는 동업자 찾기에서부터 지원서류 작성 등 까다로운 준비과정을 거쳐 '모해교육'을 탄생시켰고, 지난 2012년 11월, 서울시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모해'는 '모퉁이를 비추는 햇살'이란 뜻의 우리말이다.

(위)논술수업
,(아래)컵쌓기 놀이

모해교육에는 수학 강사로 활동했던 주부, 전직 논술 강사, 식품학 전공자 등 실력 갖춘 주부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 '모해교육'의 최정희(42) 대표는 자신 또한 워킹맘이었음을 전했다. 3년 전 주경야독으로 MBA과정까지 마쳤지만 결국 아이들 교육문제로 직장을 나왔기에 누구보다도 그 고충을 잘 알고 있었다. 능력 있는 주부들이 육아문제로 직장을 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부부가 맞벌이 하는 시간에 자녀들은 학원이나 게임방으로 내몰리기가 쉬워요. 놀이공간이 없어 배회하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돌봐주는 곳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양한 곳을 찾아가 놀고 배우며 건강한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학교가 파한 뒤 갈 곳이 마땅치 않던 아이들에게 한줄기 햇살과 같은 '건강한 교육'을 제공해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모해교육의 출발점이 됐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생태체험 위주로 꾸며진 '방과후교실'은 모해교육의 주요 프로그램이다.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또래 아이들과 함께 즐기며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프로그램은 계절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봄철엔 '상자텃밭 만들기', 5월에는 '카네이션 만들기' 등 운영주제를 계절에 맞춰 정한다.

영어, 수학, 한자 수업도 매일 진행하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눠먹으며 아이들은 편식 등 평소 안 좋은 식습관을 고쳐가기도 한다. 나물과 조림 등 반찬을 넉넉히 만들어 바쁜 엄마들을 위한 판매도 하고 있다. 모해교육이 무얼하는 곳인가 궁금해 들여다보던 주민들도 어느새 하나 둘 모해교육의 지원군이 됐다.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주는 이가 생겼는가하면 인근 체육관의 지원으로 화요일 저녁마다 아이들은 외발자전거도 탈수 있게 됐다.

(위)판매할 반찬들
, (아래)외발자전거 타기

현재 부족한 것이 있다면 공간이 비좁은 것이라고 했다. 집에서 저녁을 지어 와야만 하고 아이들도 많이 수용할 수 없음이 조금 아쉬워했지만 최 대표는 희망을 내비쳤다.

예전에는 마을 어른들의 보살핌 속에서 아이들이 자랐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마을은 아이들 교육의 장이 돼주기도 했다. 비록 옛날 같은 마을은 사라졌지만 따스한 엄마의 품,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의 뒷동산 같은 아름다운 교육공동체를 이루려는 엄마들의 발길만은 여전히 분주하다.

주소 : 강서구 가양도시개발아파트8단지 상가 303호
문의 : 최정희 대표 휴대전화 010-4713-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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