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어르신들의 배움의 한 풀어드려요

시민기자 오현지

발행일 2014.03.26. 00:00

수정일 2014.03.26. 00:00

조회 1,625

[서울톡톡] 가난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친 후, 평생 글을 모르는 것이 한이 된 어르신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이런 어르신들이 세상과 따뜻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이가 있다하여 만나봤다.

박은실 살구평생학교 교장은 (사)살기좋은우리구만들기 여성회(이하 살구여성회)에서 성인문해를 가르치고 있다. 강사료는 일절 받지 않으면서 한글을 가르치는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박 교장은 '노인교육지도자 과정'을 수료할 만큼 원래 어르신들에게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철없던 시절 친할머니께 잘해드리지 못한 게 가슴에 남았나 봐요. 어르신들과 있으면 마음이 편해요."

박은실 살구평생학교 교장이 함께 활동하는 최현남 살구여성회 감사와 교육내용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박 교장의 수업은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들을 수 있지만 대부분 중장년층이 많다고 한다. 박 교장은 "자신이 한글을 못 읽는다는 것을 가족이나 며느리, 사위가 알까봐 두려워하시는 어르신이 많다"면서 "수업시간 전에 미리 와서 열심히 공부하는 어르신이 많다. 학구열만큼은 으뜸이다"고 말했다.

"자녀를 훌륭히 키운 어르신이 한 분 계시죠. 한글을 모르는 게 부끄러워, 설 명절 때 교재를 숨겼대요. 자녀나 가족이 한글 교재를 보면 창피할까 봐요. 이런 분들이 수업을 듣고 한글 실력이 쑥쑥 자라면 보람을 느낍니다. 다들 이곳이 참 고마운 존재라고 하셔요."

박은실 살구평생학교 교장이 수업하는 모습

살구여성회는 성인문해 외에도 서예, 영어, 컴퓨터 등을 가르치고 있다. 강사들은 일절 수고료를 받지 않는다. 예산은 교육부와 금천구청에서 일부 받고 후원금, 수강생들의 교육후원회비로 충당한다고 한다. 박 교장은 "65세 이상이면 1만 원, 그 이하는 2만 원을 교육후원회비로 낸다"고 설명했다.

박 교장의 재능기부는 가족들에게도 전파됐다. 큰 딸은 살구여성회 노래교실 보조로 활동하고 지난해 남편은 난방기구를 선물했다고.

살구평생학교에서 서예를 배운 학생들의 작품

마지막으로 박 교장은 "살구여성회 정신이 '부족한 것을 같이 배우면서 잘 사는 동네로 만들자'는 것이다. 내가 한글을 가르치는 것은 우리 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나이 먹고 무슨 공부냐'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자신감을 가지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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