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먹는 하마, 우리집에도?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현정

발행일 2012.03.20. 00:00

수정일 2012.03.20. 00:00

조회 4,288

좌-에너지 절약 마크 | 우-녹색연합 소복이님 그림 (출처: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서울 시민 모두가 전기사용량을 12% 정도 줄이면 원전 1기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 소비량의 11%가 대기 전력으로 낭비된다고 하니 대기 전력만 줄여도 원전 1기는 없앨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계산으로는 자동판매기만 꺼도 원전 3대를 줄일 수 있고, 전기포트 또는 비데를 없애도 원전을 한 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알고 보면 원전 줄이기,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9일 고리 1호기의 전원 공급이 12분간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외부전원 공급이 중단되고 비상 디젤 발전기조차 작동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고는 한달이 지난 3월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발표로 세상에 알려졌다. 전원 공급 중단으로 원전이 냉각기능을 상실하면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한다.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지난해 후쿠시마 사고의 악몽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고리원전 측이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소식에 분개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대형 원전사고들을 지켜보며, 사고 보다 더 위험한 것이 거짓말임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

실제 원자력 발전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퇴출된 산업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폐기를 결정하는 나라가 늘고 있고,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하거나 추가 건설 계획을 중단했다. 원자력 발전이 사라지고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이 빠르게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풍력에너지 투자액은 전년에 비해 20%나 증가했다. 지난 2010년 태양광 발전 보급이 2009년에 비해 2배나 증가할 만큼 태양광 산업 또한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원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기 소비를 줄여야 한다. 우리 국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1980년대에 비해 약 9배 증가했다. 그 결과 1인당 전력소비량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핵발전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이제 전력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집부터 절전, 어떻게 하면 되지?

▷ 필요 없는 전기제품은 정리

전기밥솥 대신 압력밥솥을 사용하고, 전기포트나 비데 등 꼭 필요하지 않은 전기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TV는 수시로 채널을 검색하는 것이 전기를 낭비하는 주 원인이 되므로 가급적 적게 사용한다. 또 시청 중에 볼륨과 화면밝기를 낮추면 절전에 도움이 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사용하고, 샤워시간을 줄이는 것도 절전의 한 방법이다.

▷ 꼭 필요한 가전은 고효율 제품으로

가전제품을 구매할 경우 `에너지 효율 1등급'과 `대기전력 우수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자제품은 에너지소비효율 또는 사용량에 따라 등급으로 구분된다.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라벨에는 에너지 소비효율 및 월간소비전력량 등이 표시되어 있고 1등급부터 5등급까지 구분되어 있다. 1등급은 5등급 대비 약 30~40% 정도 전기가 절약된다.

또 에너지 절약 마크가 표시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대기시간 절전모드를 통해 전력소모를 1W(와트) 이하로 최소화하여 불필요한 전력 소모량을 줄인 제품에는 에너지 절약마크가 표시되어 있다. 컴퓨터, 모니터, 프린터, 복사기, 스캐너, 복합기, 자동절전제어장치, TV, 비디오, 오디오, DVD플레이어 등의 마크를 확인하자.

▷ 습관적으로 플러그를 뽑자

계절과 상관없이 가장 손쉬운 전기절약 습관은 대기전력을 줄이는 일이다. 대기전력은 가전기기의 플러그를 꽂아둘 때,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낭비되는 전력이다.

TV와 DVD 플레이어, 인터넷 TV 셋톱박스, 홈시어터 등 꺼져 있는 가전제품 4개의 플러그가 꽂힌 콘센트를 대기전력 측정기로 측정하면, 매순간 18W의 전기가 새어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에 20시간을 그렇게 둔다고 가정하면 구멍 4개짜리 콘센트 하나에서 매달 1,200원이 스르르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컴퓨터와 비데도 마찬가지. 데스크톱 컴퓨터 모니터와 본체, 프린터의 플러그가 꽂힌 콘센트에서는 8W의 대기전력이, 비데가 꽂힌 화장실 플러그에서는 매순간 50W의 대기전력이 흘러나가고 있다. 특히 비데는 변좌와 물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온열 및 온수 기능이 있기 때문에 코드를 꽂아 놓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대기전력이 빠져나간다.

▷ 전기히터와 전기온풍기는 전기 먹는 하마?

전기매트의 전력소비량은 TV 두 대를 켜놓은 것과 비슷한 전력이 소모된다. 전기히터와 전기온풍기의 전력 소모는 이보다 더 심하다. 선풍기처럼 생긴 전기온풍기는 사용전력(순간전력)이 2000W나 된다. 겨울철 전력소비의 25%를 차지하는 이러한 전기 난방기기 사용은 가급적 줄여야 한다.

겨울철 실내온도는 18~20℃가 적당하다. 본격적인 난방 전 적어도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보일러를 청소해서 효율을 높여주고, 문풍지나 두꺼운 겨울커튼으로 새는 열을 잡는 것이 좋다. 내복을 입으면 3℃ 정도 체온 보온효과가 있다고 한다.

여름철 에어컨을 선풍기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일간 사용 전력을 50% 줄일 수 있다. 또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고 실외기 주변 물건을 치우면 에어컨 효율을 높일 수 있다.

▷ 컴퓨터에 CD나 USB를 꽂아두지 말자

미국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컴퓨터에 의해 사용되는 에너지량 중 70%가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지 않을 때 발생한다고 한다. 컴퓨터의 전원 설정에서 모니터 끄기, 하드 디스크 끄기, 시스템 대기모드 등 다양한 절전모드 기능으로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부팅 시간 동안 모니터는 부팅 진행과정을 표시하면서 전력을 소비하므로, 1분 후에 켜도 늦지 않다. CD-ROM에 CD를 넣어두면 부팅과 탐색 시 CD가 작동하여 전기가 더 많이 소비되니 끄기 전에 CD는 꼭 빼두도록 한다. 또 컴퓨터에 USB를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전력소비가 되니,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바로 뽑아준다.

컴퓨터 모니터의 화면보호기 작동도 전력 소모량만 따지면 컴퓨터를 사용하는 전력량과 비슷하다고 한다. 컴퓨터 미사용시 전력 낭비를 막기 위해 '그린터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 간단한 설치만으로, 일정 시간 컴퓨터를 쓰지 않거나 ‘그린터치’ 실행 버튼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절전모드로 변환되어 효과적인 절전을 할 수 있다. 그린터치 사용을 원하는 경우 그린터치 홈페이지(www.greentouch.kr)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은 후 설치해 사용하면 된다.

▷ 청소기의 흡입속도는 한 단계 낮춰 사용

청소기는 모터가 고속 회전해서 사용되는 가전기기라 전력 소비량이 많으니 살짝 낮춰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청소기 필터를 깨끗이 청소해 주면 흡입력이 좋아져 청소시간을 줄일 수 있다.

▷ 냉장실은 비우고 냉동실은 채우고

냉장실은 내용물을 60%만 채워야 냉기 순환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냉동실은 냉동식품이 어느 정도 채워져 있는 것이 냉기가 잘 보존돼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냉장고 문 가장자리의 고무패킹이 닳았다면 이를 교체해 주는 것도 절전에 도움이 된다. 또 냉장고를 벽에 바짝 붙여두지 않고 조금 공간을 두어 배치하면 냉장고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 절전형 조명기기를 사용하자.

지금 형광등을 한번 살펴보자. 방마다 여러 개의 형광등이 꽂혀 있다면 한두 개 정도 줄여보자. 백열등을 형광등이나 LED로 교체해도 65~70%의 절전이 가능하다. 가장 에너지 효율이 낮은 조명은 할로겐 등. 할로겐 등은 불빛이 은은해 장식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전력소비량은 50W나 돼 3개만 켜 놓아도 TV 한 대(150W)와 맞먹는 전기가 소모된다.

▷ 가습기대신 초록식물을

가습기 대신 채소를 수경재배하거나 화분을 놓아보자. 햇빛이 많이 비치지 않는 곳에서도 잘 자라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스킨답서스, 안스리움, 부레옥잠, 스파티필름, 미나리 등도 좋다. 여름에는 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습도를 조절해주니 일석이조.

▷ 마지막 금요일엔 지구를 위해 한 시간만

지구촌 불끄기는 전 세계가 1시간 동안 소등을 하면서 잠깐씩이지만 지구를 쉬게 해주자는 취지의 행사이다. 매월 마지막 금요일 1시간은 전등을 끄고 대신 촛불을 밝혀보자. 전기도 절약하고 원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또 촛불 아래 모여 앉아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생각지 않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절전사이트를 활용

서울시 에코마일리지(http://ecomileage.seoul.go.kr/)나 지식경제부의 절전사이트(www.powersave.or.kr)를 이용해보자.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을 확인할 수 있고 가정과 기업들이 실천할 수 있는 전기절약 요령도 알 수 있다. 절전 생활을 위해 적극 활용하자.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과 원전이 불과 300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는 불안하다. 하지만 소리 없는 방사능 공포에서 벗어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생활 속 작은 실천, 절전을 생활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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