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도 벌벌 떠는 전통시장이 있다?

시민기자 김종성

Visit24,807 Date2013.10.07 00:00

동네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망원시장, 바로 앞 건너편에 망원월드컵시장이 이어져있다

 

과일과 채소 싸고 싱싱해, 한강과 가까워 산책 후 들리기도 좋아

 

[서울톡톡] 서울에서 가장 평범한 골목시장이 이제는 가장 특별한 시장이 됐다. 마포구 망원시장과 망원월드컵시장은(이하 망원시장) 1970년대 이후 주택가에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평범한 서울형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였다. 망원시장(6호선 망원역 2번 출구)은 다가구주택 사이 250m의 직선골목에 들어선 전통시장이다. 30∼40년 전부터 골목골목 좌판들이 들어서 있던 시장이 점차 규모가 커져 2000년대 들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들 시장은 채소와 청과가 저렴한 것으로 인기가 높다.

 

규모(두개 시장 포함 138개 점포)가 큰 편은 아니지만 시장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대규모 유통업체의 난립 속에서도 망원시장이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좋은 물건 싼 가격’이라는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었다. 본 기자도 자전거 동호회원들과 한강가를 라이딩 한 후, 푸짐하게 내어주는 2500원짜리 칼국수를 먹기 위해 꼭 들리는 시장이기도 하다. 망원시장은 6호선 망원역에서도 가깝지만, 한강가에서도 가까워 더욱 좋다.

 

망원시장은 과일과 채소가 싱싱하고 무척 저렴하다(좌) 자전거 동호회원들과 자주 들리는 저렴하고 푸짐한 칼국수집, 망원시장은 한강에서 가까워 좋다(우)<br />

 

성산동 홈플러스에 이어 합정동 홈플러스까지 가세하며 위협받았지만 아이디어로 이겨내

 

‘좋은 물건 싼 가격’을 빼곤 특별히 자랑할 것이 없던 망원시장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데는 지난 3월 인근 합정동에 개점한 대형 할인점 홈플러스와의 갈등이 한몫했다. 옆동네 성산동의 홈플러스에 이어 두 번째로 생겨난 대형 할인점이다. 상인들은 “망원시장이 대형마트 2개와 대기업슈퍼마켓(SSM) 3개에 포위될 지경이다”라고 호소했지만 대형마트 측은 “합법적인 시장 진출이다”라며 맞서며 개점을 추진했다.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싼 가격과 편리한 쇼핑 환경으로 무장한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공세로 전통 재래시장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현상은 대도시와 지방의 작은 소도시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시장경영진흥원의 실태조사 결과 2004년 이후 8년 사이에 전통 재래시장은 191곳이 문을 닫았다. 반면 대형 할인점은 같은 기간 265곳에서 472곳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으며 기업형 수퍼마켓도 234곳에서 1천45곳으로 4배 이상 덩치를 키웠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도 대형마트나 SSM을 만나는 일은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에 망원시장은 똘똘 뭉쳐 대형 할인점 홈플러스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공동 투쟁을 벌였다. 이마트가 들어선 후 상권이 죽어가던 공덕동 공덕시장처럼 되지는 않을까, 상인들로서는 생계가 달린 당연한 저항이었다. 천막농성은 물론 항의의 의미로 다섯 번이나 철시(시장, 가게 등이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음)를 하기도 했다. 결국 홈플러스와 망원시장, 망원월드컵시장 그리고 감독관청인 마포구청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만들어졌고 상생협약식을 맺었다. 일종의 사회적 타결이었다. 홈플러스는 일부 채소와 생선 등 17품목을 팔지 않는 ‘품목제한제’를 실시하기로 약속을 하는 등 협의끝에 홈플러스는 올해 3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개점과 공격적 마케팅에 망원시장은 이제 ‘생존’을 고민해야 했다. 상인들은 대형 할인점과 경쟁하기 위해선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역설적이게도 홈플러스가 들어오니까 위기의식을 느껴 스스로 더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었고, 더 싸게 팔기 위해,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노력했던 것. ‘좋은 물건 싼 가격’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대형 할인점의 휴무일인 매달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 대대적인 세일 행사를 하는 <망원시장 난리났네>를 기획하였다.

 

닭강정의 유행 덕분에 아이들이 시장에 많이 찾는다(좌) 망원시장의 이벤트 '화개장터'를 알리는 현수막(우)

 

가게 연합하여 가격은 더 내리고, 문화예술장터 마련해 시장 활성화 노력

 

같은 업종의 가게들이 연합해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생선가게 4곳은 동태 4마리를 5000원에, 정육점 5곳은 2근에 1만 원 하던 돼지양념갈비를 3근에 1만 원에 판다는 식으로 전단지를 통해 광고했다. 즉석에서 가격 흥정을 하는 게 일상화된 전통시장에서 여러 가게가 공동 가격을 책정하는 건 낯선 일이었다. 상인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한 달에 2번이지만 상인들과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 중소기업청 산하의 시장경영진흥원과 서울시, 마포구청이 컨설팅에 나선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에 힘을 얻는 시장상인회는 화요일 중 매달 셋째 주에는 문화 예술 장터인 ‘화개장터’를 열고 있다. 젊은 예술가들이 수공예품과 이색적인 요리 등을 시장 중앙에 놓고 전시한다. 주민들과 문화 경험을 나누는 게 행사의 목적이다. 망원시장과 망원월드컵시장 사이엔 건물을 지어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과 상인들의 쉼터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대형마트에 비해 무척 저렴한 가격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많은 주민들이 찾아오게 하였고, 착한 소비를 원하는 시민들이 대형 할인점 이용을 자제하면서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가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시장상인회 사무실에서 만난 상인회 회장님이 귀뜸을 한다. 망원시장은 대형마트가 들어서도 예전처럼 전통시장이 무력하게 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적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전통시장은 일자리 창출면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전체 유통업 종사자의 65%인 35만 4천여 명에 달한다. 직원이 겨우 6만 명을 넘은 대형 할인점과 비교하면 6배가량이나 된다. 전통시장을 반드시 살려야 하는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다.

 

○ 망원시장 찾아가기: 6호선 망원역 2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이 시장 들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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