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악의 사건, 그를 살린 것은…

시민리포터 고은빈

Visit2,311 Date2013.01.25 00:00


[서울톡톡]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던 원시시대와 달리 현대 사회는 내일 하루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인생도 예측불가다. 하루아침에 죽을 수도, 중환자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가 그랬다. 6년 전 단 한 번의 사고로 멀쩡했던 그는 척추에 이상이 생겼고 어깨 아래로는 그 무엇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희망특강이 열리던 날 그는 평소 그랬듯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강단에 올랐다. 불확실 속에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다.


6년 전 지질 조사를 위해 찾은 캘리포니아에서 그가 사고를 당한 곳은 어이없게도 절벽도, 구불구불한 길도 아니었다. 일자로 뻗어있는 비포장 도로였다. 그 위를 7대의 차가 연이어 시속 30~50km로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당시 차창 밖은 앞 차가 달리며 내는 먼지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옜다. 우리 인생 마냥 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몰던 차가 뒤집혀 사고가 났다. 같이 갔던 한 학생은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당시 40~50분 만에 헬기가 와서 저를 병원에 데려다 주지 않았더라면, 그 어떤 학생도 심폐소생술을 할 줄 몰랐더라면 저는 아마 죽을 운명이었을 겁니다.”



다행히 미국 학생의 심폐소생술과 빠른 이송 덕분에 그는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척추가 손상되어 그 안의 신경 다발이 끊어졌고 어깨 아래로는 감각을 느낄 수도 생각대로 움직일 수도 없다. “체온 조절이 잘 되지 않습니다. 침이 잘 올라오지 않아서 물도 자주 마셔줘야 하죠. 일어설 수 없기 때문에 욕창에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숨을 쉴 때 횡경막과 가슴근육, 배근육을 동시에 사용하는데 어깨 아래 신체 부위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보니 폐활량도 일반 사람들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말도 못하게 되는데 아주 작은 차이로 말은 할 수 있게 되었죠.”


이 사고는 그에게 있어서 최악의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는 인생의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에 좌절하지 않았다. “사고가 났을 당시 ‘이게 불행의 시작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때까지의 인생을 돌이켜보니 저는 운이 좋았고 저를 도와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해보고자 하는 일은 늘 해볼 수 있었죠. 생각해보니 하늘이 저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사건이 새로운 인생이나 방향의 전환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긍정적인 사고 덕분에 그는 다시 살아갈 수 있었다.


세상은 나아졌고 더 나아질 겁니다


“전 럭키한 사람입니다.” 그는 강연 내내 이 말을 빼놓지 않았다. 장애를 가지기 전에도 그는 꽤 ‘럭키’했다. 많은 교육을 받았고 직업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고를 당한 이후에도 럭키하다고 생각했다. 기술의 발전 덕분이란다. “특수한 마우스, 음성인식 프로그램 등으로 저는 다쳤지만 강의를 할 수 있고 시험 채점도 할 수 있습니다. 손으로 책 한 장 넘길 수도 없지만 컴퓨터를 통해서라면 얼마든지 책을 볼 수 있죠. 온라인상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현격히 줄어듭니다. 컴퓨터 덕분에 장애인에게 많은 가능성이 열린 겁니다. 오죽하면 컴퓨터는 신이 장애인에게 내린 선물이라는 말도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는 대신 지식경제 사회를 향해 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정보통신 기술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은 장애인들의 삶을 크게 바꾸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계층을 아우를 수 있습니다. 물론 기술의 발전이 처음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기업의 경우 이윤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죠. 그러나 그 기술이 대중화되고 표준화되면 기술이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되는 겁니다. 앞으로의 삶은 기술의 발달로 계속 나아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눈앞에 있는 미래 그 이상을 보다


그는 청년들이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도 좀 더 멀리 내다보기를 바랐다. “물론 회사를 다니고 돈을 버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먼 미래와 닥쳐올 위기를 생각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생존과 번영은 우주적 사명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생물이 발전해 고등문명을 이루려면 수많은 우연이 발생해야만 합니다. 은하계에서 우리와 같은 고등 문명과 접촉할 확률을 계산하는 드레이크 방정식(Drake equation)에 의하면 그 확률은 1도 되지 않습니다. 인류의 미래는 개개인이나 국가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우주적 차원의 문제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생존과 번영을 위해 우리는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강연 막바지, “정확한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문·이과로 갈라져 공부를 하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그는 답했다. “불확실하기에 기회가 많고 보다 큰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묵 교수가 본 불확실의 시대는 가능성의 시대다.







이상묵 교수 ‘서울희망특강’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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