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모양 버스 타보셨어요?

한우진

Visit4,103 Date2011.01.03 00:00


서울 대중교통의 두 축은 버스와 지하철이다. 둘은 서로 보완 혹은 경쟁하며 서울 대중교통을 구성하고 있다. 이 같은 버스와 지하철은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지만, 그 중에 큰 것은 바로 동력원이다. 지하철은 전기로 달리지만, 버스는 내연기관으로 달린다. 이같이 내연기관을 이용하는 것은 버스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목되어 왔다. 비록 요즘의 버스는 종래의 경유 대신 압축천연가스(CNG)를 사용, 단점이 상당부분 개선됐지만 아직도 소음이나 진동, 매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버스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버스와 지하철의 장점만을 딴 전기버스의 등장이다. 전기버스란 기존의 내연기관 대신 전기모터를 사용하고, 압축천연가스 연료통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설치한 신개념 버스이다. 전기버스는 버스처럼 자유로운 노선 설정과 주행이 가능하면서, 지하철처럼 저진동, 저소음에 매연이 없는 쾌적한 운행을 실현할 수 있다.


서울시는 전기버스 개발업체인 한국화이바, 현대중공업과 함께 1년 6개월간 친환경 전기버스 개발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그동안 연구 개발과 함께 도로상에서의 실증 운행, G20 정상회의 중 셔틀버스 지원 등 다양한 테스트를 해왔다. 서울시는 드디어 지난 12월 21일 남산을 경유하는 도심순환 노선버스에 전기버스를 실제로 투입했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개발은 자가용 소형차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서울시가 실제 영업하는 노선버스에 전기버스를 투입한 것은 대형 전기버스의 상용화에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배기가스 배출구 없는 ‘착한’ 버스
필자는 강추위가 맹위를 부리던 지난 12월 31일 서울의 명물로 떠오를 전기버스를 타보기 위해 남산을 찾았다. 일단 남산을 오르는 도심순환버스(노란 버스)는 02, 03, 05번의 3개 노선이 있는데, 남산순환버스에 투입된 전기버스는 총 5대로, 각 노선에 3대, 1대, 1대가 투입되고 있었다. 필자는 모든 버스가 지나는 동대입구역 정류장을 찾아 전기버스를 타고 남산을 올랐다.


일반적으로 사람들 머릿속에는 전기모터보다는 내연기관이 더 힘이 강할 것이다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전기버스를 타보니 이는 말 그대로 선입견임을 알 수 있었다. 남산 전기버스는 꼬불꼬불하며 경사가 급한 남산순환로를 쉽게 올라갔다. 실제로 이 전기버스의 출력은 322마력으로 같은 버스의 압축천연가스 모델 290마력보다 출력이 더 높았다. 아울러 전기버스는 엔진 대신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도 적었다.


이윽고 버스는 남산 꼭대기의 팔각정 휴게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기존 도심순환버스와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일단 기존 버스가 중형버스인데 비하여 전기버스는 대형버스였으며, 디자인도 기존의 밋밋한 노란색 디자인 대신 서울 관광을 형상화한 산뜻한 무늬로 장식 되어 있었다. 특히 외양은 귀여운 땅콩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버스 앞쪽 윗부분의 불룩한 부분에는 배터리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 버스가 계단을 이용해 탑승하는 것에 반해 전기버스는 계단이 불필요한 저상버스였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점은 전기버스 뒤쪽에는 배기가스 배출구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기버스에 대해 궁금했던 점은 충전이었다. 아무래도 기존 압축천연가스 버스에 비해서는 충전을 더 자주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료에 따르면 한번 충전시 83km까지 달릴 수 있고, 급속충전시 30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고 하니 도심순환버스 같은 단거리 노선에서는 실용성을 갖춘 것 같았다. 실제로 압축천연가스의 경우 충전 후 오래 달릴 수는 있겠지만 충전소를 아무 곳이나 설치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데, 전기버스의 경우 충전 후 오래 달리지는 못해도 충전소를 비교적 자유롭게 여기저기 설치할 수 있으므로 전체적으로는 압축천연가스 버스와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한편 남산전기버스가 충전을 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충전시에는 붉은 불이 들어오고 충전이 끝나면 파란 불이 들어오는 등 마치 핸드폰을 충전하는 것 같아서 이색적이었다.



한편 전기버스는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천연가스버스의 경우,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올 때 줄어든 위치에너지는 브레이크에서 열에너지로 바뀌어 버려지지만, 전기버스는 줄어든 위치에너지가 전기로 발전되어 다시 배터리에 충전된다. 이는 마치 양수발전소의 원리와도 비슷하다. 배터리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무거운 버스를 위로 올린다음, 그 버스가 내려올 때 다시 발전을 하여 충전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 버려지는 에너지를 최소화함으로써 에너지 절약과 도심 열섬 현상 방지에까지 도움이 된다.


버스는 대중교통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도심 소음공해나 미세먼지 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기버스는 이 같은 단점이 없으므로 도시 환경 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남산전기버스 도입을 계기로 서울시에 전기버스가 더욱 늘어나고,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과 대형 전기차 기술의 발전, 해외수출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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