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쓰레기, 내 콧속으로 들어온다

시민기자 박관식

발행일 2010.12.01. 00:00

수정일 2010.12.01. 00:00

조회 3,481

“생활 쓰레기는 철저히 분리 배출하고, 음식 쓰레기는 최대한 줄이자!” 환경 탐방을 끝내고, 나부터 우선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오늘 “음식물을 20%만 줄여도 승용차 47만대에서 나오는 양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뉴스를 봤다. 우연찮게 때를 맞춘 것인지 지난 11월 29일 오후에 마포구청에서 출발한 ‘친환경 탐방’에 다녀왔다. 거기서 시민들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 수 있도록 불철주야 노력하는 분들의 숨은 노고를 발견했다.

우리 주변의 쓰레기를 치워 주는 일등 공신은 환경미화원이다. 그 다음은 재활용 쓰레기를 주워 용돈 벌이를 하는 노인들이다. 그분들이 온갖 쓰레기를 수거해 감으로써 비로소 서울의 깨끗한 공간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그 고마움은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자원회수시설을 방문해 보면 그것을 금세 느끼게 마련이다. 비록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태반이지만 한번 다녀간 학습자들은 자신이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가 서울 환경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피부로 절감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아무리 환경교육을 해도 이들 현장을 한 번 방문하는 것보다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사실은 쓰레기 버리는 일에 무심한 성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교육현장일 것이므로 강제로라도 초청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 월드컵공원의 변신은 무죄

첫 탐방지인 월드컵공원 디자인서울갤러리는 난지도가 쓰레기로 덮인 이후 다시 현재의 모습으로 변신한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땅속 쓰레기는 수십년, 아니 수백년이 흘러야 완전히 분해가 될 것입니다. 꽃섬이었던 난지도가 쓰레기 매립지로 변했다가 다시 공원으로 탈바꿈한 겉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때마침 찾아온 필리핀 환경공무원들의 안내를 마친 임병욱 환경보전과장이 ‘쓰레기산 난지도의 변신은 환경재생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난지도는 급격한 경제 발전으로 인해 서울 쓰레기의 집합소가 되어 1978년부터 93년까지 9200만톤의 쓰레기가 쌓여 두 개의 섬이 생겼다. 쓰레기 더미에서 침출수가 나와 한강 수질이 오염되고, 각종 유해가스로 화재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했다. 파리, 먼지, 악취가 많아 삼다도라 불리는 난지도 주변에 살던 사람들도 다 떠나갔다. 매립지를 공원화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1996년 안정화공사를 하면서 기적같이 되살아났다. 평화의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한강공원, 난지천공원 등 105만평의 월드컵공원이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쓰레기더미로 뒤덮였던 그 더러운 땅이 지금은 맹꽁이, 억새, 황조롱이, 나비 등이 찾아오는 공원이 되었다. 물론 꽃과 영지가 무성했던 원래의 난지도(蘭芝島)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이나마 되찾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가.

복토층, 배수층, 상부복토작업, 사면안정화공사, 침출수처리장, 매립가스 추출공, 이송관을 거쳐 열생산공급시설로 냉난방 에너지원을 만들었다. 발생 가스의 40%인 메탄은 깊이 40~60m의 추출관을 통해 106개의 포집정으로 모였다가 한국지역난방공사를 거쳐 월드컵경기장 및 주변 아파트에 공급된다. 가스 판매금액이 한해 6~7억원에 달할 정도로 메탄가스 배출이 여전히 많다.

“쓰레기 더미 위의 지반이라 구조물을 못 만들어 억새와 초지뿐인 하늘공원에는 나대지도 그냥 두어 식생변화 모습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기와 수질, 곤충, 침하량 조사 등도 하고 있습니다.” 임과장은 현재도 진행형 공원인 탓에 생태 보전에 신경 쓴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야간에는 야생동물에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출입금지하고 있다. 실제 적외선 감시 카메라로 관찰한 결과 멧돼지, 삵, 고라니, 뱀, 꿩 등이 출현한다고.

여전히 억새가 운치 있는 하늘공원은 평일인데도 산책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거리를 두고 걷는 것으로 보아 이제 막 시작한 듯싶은 연인, 어깨에 무거운 짐을 덜어내고 싶은 중년 여인들, 필수 코스로 찾기 시작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초겨울의 정취를 느끼고 있었다. 조만간 사라질 억새풀의 아름다운 날갯짓을 만끽하기 위해. 하늘공원의 억새는 화재 예방을 위해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에 베어 버린다고 했다.

▲ 마포자원회수시설… 다이옥신 완벽 제거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의 높은 굴뚝이 있는 장소가 마포소각처리장이다. 마포자원회수시설 견학 프로그램은 쓰레기 소각처리과정을 직접 보고 전시홀, 시청각실, 사이버 탐구실 등의 다양한 환경교육 코스가 있다. 하루에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2회 실시한다.

중앙제어실을 지나면 나오는 웅장한 쓰레기 벙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3톤의 쓰레기를 옮기는 크레인 조정실 기사의 손길이 바쁘다. 회전식 소각로인 로터리 킬른을 거쳐 폐열보일러에서 다이옥신 재생성을 억제하고, 반건식 반응탑에서 산성가스와 중금속을 제거한다. 백필터에서 분진의 99%와 다이옥신 1차 제거, SCR 촉매탑에서 Nox와 다이옥신을 2차 제거, 경찰필터에서 활성탄 소석회 분무로 오염물질을 거의 다 제거한 후 연소가스처리설비에서 완벽하게 정화해 배출가스를 굴뚝으로 내보낸다. 이곳 역시 발생한 증기로 전력을 생산하여 잉여전력을 한전에 판매한다.

마포구,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종로구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마포자원회수시설은 2005년 완공한 이후 하루 750톤의 쓰레기를 처리한다. 이곳은 다이옥신 법정기준인 0.1ng보다 10배 이상 강화된 0.01ng의 처리 기술을 가지고 있다. 다이옥신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생활 쓰레기의 88% 정도는 소각합니다. 하루 생활 쓰레기 반입량은 1만여 톤에 달하는데 평균 가동률은 75%에 달합니다. 환경친화시설을 갖춘 자원회수시설의 모델로 맑은 공기를 만드는 데 일조를 합니다.” 김동식 소장은 마포자원회수시설이 월드컵공원에 위치한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시 자원회수시설은 마포 외에 강남, 노원, 양천 등 모두 4곳으로 양천을 제외한 시설에서 현장견학을 할 수 있다.

▲ 강서구 대기 측정소… 시민의 파수꾼

맑은환경본부(http://env.seoul.go.kr)와 대기환경정보시스템(http://cleanair.seoul.go.kr)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대기환경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아황산가스, 오존,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미세먼지의 수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서울시에 산재한 대기측정소는 북한산, 관악산, 남산 등을 비롯해 46곳에 달한다. 이 중 가까운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대기 측정소를 찾았다. 그야말로 서울시민의 파수꾼이다.

“물은 며칠 안 먹어도 살 수는 있지만 공기는 단 5분만 안 마셔도 생명에 위험합니다. 이는 공기가 중요하다는 얘기이지요. 예전에는 와이셔츠를 하루만 입어도 빨아야 했는데 요즘은 이삼 일 정도 입을 수 있잖아요. 그만큼 서울의 대기가 좋아졌다는 증거입니다. 앞으로 더 마음 놓고 호흡할 수 있는 살기 좋은 서울로 만드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보건환경연구원 정권 박사의 말이다.

미세먼지는 대기에 떠다니는 입경 10㎛ 이하의 매우 작은 먼지로 연료 연소, 차량 등에 의해서 배출되는 1차 오염물질과 대기 중 가스상물질이 빛·수분과 반응하여 생성되는 2차 오염물질, 중국에서 유입되는 황사 등이 있다. 미세먼지는 시정장애를 일으키고 일사량을 감소시키며, 호흡기를 통해 폐부에 침착되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대부분은 입자가 매우 작아 폐에 침투하여 유전자 변형, 혈액순환 장애, 암 등을 유발시킨다. “미세먼지가 폐에 들어가는 줄만 알았는데 핏줄까지 막는다는 사실은 불과 5~6년 전에 발견했습니다. 미세먼지의 최대 적인 자동차를 제대로 잡는 일이 제일 중요합니다.” 정박사에 따르면 그동안 꾸준히 노력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점차 낮아져 올해는 46㎍/㎥로 1995년 대기질 측정을 시작한 이래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30㎍/㎥ 이하 일수도 지난해 46일에서 올해는 81일로 늘었다.

“서울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대기오염물질 확산이 어려운 데다 중국 황사의 영향권에 있습니다. 주로 봄에 오던 황사가 올해는 가을에도 찾아왔습니다. 황사가 올 때는 약국에서 황사 마스크 인증이 붙어 있는 마스크를 사용하십시오. 그 마크는 미국과 일본에도 없는 오로지 우리나라에만 있는 마스크로 정전기 처리가 되어 0.4㎍/㎥까지 막습니다. 빨아 사용하면 효과가 떨어지므로 1~2회 정도 사용하고 버려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황사를 99%까지 잡습니다.” 정권 박사는 황사에 대한 특급 정보까지 곁들여 주었다.

환경탐방을 통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녹색성장 현장을 확인함과 동시에 많은 분들이 서울의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행정적으로 도움을 주고 규제한다 해도 내가 먼저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버린 쓰레기로 인한 대기 오염이 다시 내 콧속으로 들어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롭게 느낀 환경탐방이었다.

문의: 월드컵공원 환경교실 ☎ 02) 300-5541, http://worldcuppark.seoul.go.kr/
       마포자원회수시설 견학 ☎ 02) 374-8181, http://rrf.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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