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딱 한 명, 나는 장터열차 기관사

시민기자 이상무

발행일 2010.09.06. 00:00

수정일 2015.12.18. 15:28

조회 3,194

오후 2시 40분. 지하철 7호선 청담역에 '5678행복열차'라는 특별한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세계에 단 하나뿐인 열차를 운전한다는 자부심과, 열차에는 승객만 탄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농산물장터도 만들 수 있다는 보람으로 운전한다는 김시박 기관사를 만나보았다.

- 행복장터열차라는 명칭이 특이한데 소개하여 달라.

열차 안에는 전국 지방단체에서 추천하는 지역특산물 직판장이 있다. 농어민들이 생산한 농수산물들을 중간 마진을 없애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연결함으로써 농어민들은 판로를 개척하고 소비자는 신선한 농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 기관사 생활한 지는 얼마나 되었는가?

안동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 제대 후 1984년에 철도청에 입사, 기관사로 근무하다가 2000년 3월 27일 서울도시철도공사로 옮겨 근무했다. 지금까지 기관사 생활이 26년째다. 그 동안 아들 2명을 대학까지 보냈다.

- 기관사가 된 동기는?

형님이 기관사였는데 큰 기차를 운전하는 게 신기하고 부러워 지원하게 됐다. 고향인 안동에서는 그 당시 기관사 되기가 힘들어 선망의 대상이었다.

- 기관사라는 직업의 특징은?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것은 없다. 단지 모든 것을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므로 외롭다. 실수를 하면 되돌릴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행착오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순간적인 결정을 해야 하고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출근하면 열차 운행 적합성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

- 지상과 지하 운전 차이점은?

레일은 다 같은데 제어 신호 시스템이 다르다. 지상은 교류(25,000V)이고 지하는 직류(1,500V)이므로 지상은 고압으로 전기를 보내고 있지만 지하에서는 고압으로 보내면 유도전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터널에 들어가면 자력이 발생해 통신 장애가 생긴다. 서울역에서 남영동 구간은 교류에서 직류로 바뀌는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 전등이 꺼지는데 이때 열차 내에서 자가발전을 시켜 전등이 들어오게 된다.

- 행복장터열차는 어떻게 운행되고 있는가?

행복장터열차는 1주에 3회(화ㆍ수ㆍ목요일) 열리는데 1시 30분에 천왕역에서 출발하여 2시 40분에 청담역에 도착하한다. 상황실에서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제어되고 있으며, 9호선과 같이 직행 노선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고 단선으로 되어있어 선행 열차가 안가면 기다렸다가 간다.

- 행복장터열차에 농수산물을 어떻게 진열하는가?

매주 화요일 7호선 천왕동 차량기지로 전국에서 생산자들이 농수산물을 가져오면 이것들을 열차에 실어 진열을 한 후 청담역으로 이동한다. 화요일에 각 지역에서 올라온 농어민들 중 가까운 경기도나 충북지역에서 오신 분들은 출ㆍ퇴근하지만, 먼 곳에서 오신 분들은 천왕역 기지에 마련한 침실에서 자거나, 친척들 집이나 천왕동 인근 여관 등에서 잠을 자면서 물건을 팔다가 목요일 저녁 8시에 그 주 장터가 끝나면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내려간다.

- 추천하고 싶은 품목은?

행복장터열차의 특징은 판매되는 물건들을 지방 자치단체장들이 추천하고 있어 믿고 살 수 있다는 데 있다. 서울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지방 특산물을 청담역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고, 한 번 구입하여 보고 마음에 드는 상품은 나중에라도 소비자가 직접 생산자와 연락하여 온라인이나 전화로 구입할 수 있다.

- 행복장터열차를 운전하면서 느끼는 것은?

승객을 싣고 나르는 열차와 달리 역마다 문을 열고 닫지 않고, 물건만 실으면 직행으로 운전하여 안전하지만, 물건을 다 팔지 못한 채 내려가는 농어민들을 볼 때면 안타깝다. 지하철열차 1량의 가격이 16~20억 원이다. 8량짜리 행복장터열차의 매장을 값으로 환산하면 150억 원이다. 고급 백화점건물보다 많이 투자된 금액이다. 농어민들은 판매와 홍보기회를, 사는 사람들은 신선한 물건을 믿고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십분 활용했으면 한다.

시민기자/이상무
tosangmoo@hanmail.net

#장터 #기관사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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