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속마음 알아볼 수 있는 기회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수정

발행일 2012.08.29. 00:00

수정일 2012.08.29. 00:00

조회 3,956

[서울톡톡] 최근 들어 자기주도학습이란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과정을 이끌어나가는 학습활동을 일컫는 말인데 근래에 가장 유행되고 있는 학습법이다. 학원도 과외도 그리 많이 받지 않던 우리 세대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하루 종일 학원 스케줄에 바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공부를 해본 사람들은 단순히 수업을 듣는 것은 자신의 지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자기주도학습이 크게 각광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자기주도학습 또한 엄마들의 욕심으로 '엄마주도학습'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들의 공부가 너무도 중요한 현시대에 조금이나마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도움을 주고자 강동구에서 자치구 처음으로 자기주도 학습 지원센터를 오픈하여 운영 중이다. 이곳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방에서까지 상담 받기 위해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취재를 겸해 초등하교 4학년인 아이와 함께 5호선 명일역 부근에 있는 강동구 자기주도학습 지원센터를 찾아가 보았다. 미리 전화로 상담일정을 맞춘 후 센터 4층 교육지원과로 갔다. 초등학생 전담인 김진아 팀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김 팀장을 비롯한 상담 선생님들은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인사 후 2층 상상팡팡으로 갔다. 상상팡팡은 청소년 스스로 적성을 찾아 탐색하여, 직업을 체험하고 꿈을 보여주는 소통과 참여의 공간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진로상담실, 진로도서관, 상상몰, 팡팡공작소로 꾸며져 있는데 상담이나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다.

2층으로 내려와 우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담을 신청하면 상담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어 그 부분의 전문가 선생님과 연계된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어떤 문제점을 집어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법이나 아이와 부모이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아빠의 성격은 어떤지, 큰아이가 어릴 때 성격은 어떠했는지, 지금 성적은 어느 정도이며 집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등 이런저런 질문이 이어졌다. 필자는 네 아이의 엄마다. 언제나 아이들의 욕구를 다 채워주지 못한다는 미안한 마음이 커서인지 상담 도중 눈물이 나기도 했다.

아이에겐 몇 가지 질문이 적혀 있는 상담지를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상담실로 들어가 아이의 속마음과 학습에 대해 상담을 진행했다. 아이의 솔직한 마음을 알기 위해 부모는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잠시 후 아이가 나왔고 "어머니 들어오세요"라는 부름이 들렸다. 처음의 대화가 나의 가치관과 육아법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큰아이가 작성한 상담지를 토대로한 상담이 시작되었다.

내 아이의 속마음을 살짝 엿보는 시간이랄까. 다행히도 큰아이의 마음은 짐작하고 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 동생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 동생들이 자신의 물건을 만지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했다.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갖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생들에게 항상 양보하라는 부모의 요구도 받아들이기 힘들고 싸움의 원인이 자신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이라고 했다 한다.

첫째라는 이유만으로 양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동생들이 떼를 쓰고 울면 그 상황을 모면하고자 큰아이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이에게 미안해서 마음이 아팠다. 

학습에 대한 부분은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은 되어야 상담이 이루어지는데 우리 아이는 또래에 비해 어려 아직 구체적인 상담을 하기엔 이르다고 한다. 공부를 크게 중요시 하지 않는 나는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켜본 적이 없다. 학원은 물론 학습지도 시키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운동이나 미술 등을 배우게 하고 있다.

상담 선생님은 요즘 엄마들 중에 찾아보기 어려운 케이스라고 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것이 아니라, 이럴 경우 누군가를 이기려고 하는 주변 아이들과 부모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가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지적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는 다른 외부의 공격에 상처입지 않도록 아이의 내적인 힘을 강하게 키워주는 것이 엄마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아직 아이가 어려 자기주도학습법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진 못했지만 교육과 육아에 대한 마음가짐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실 남들과 조금 다르게 아이를 키우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문득 의문이 들고 회의가 든 적도 많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래도 아직은 내 나름의 방식에 맞춰 아이들이 잘 자라주고 있고 아이의 마음에 크게 상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무척 마음이 놓였다.

물론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더 단단하게 해줘야 한다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상에는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려는 사람보다는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길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가르치고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큰아이의 손을 꼭 잡고 웃어주었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따라서 완벽한 부모도 아니고 결국 아이에게 완벽한 환경을 제공해 주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삶은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메워 나가며 성장해가는 것이 아닐까?

강동구 자기주도학습 지원센터(http://slc.gangdong.go.kr) : 02)481-6663/7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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