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냉방서 자는 시민은 없어야죠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신운영

발행일 2011.11.28. 00:00

수정일 2011.11.28. 00:00

조회 2,166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정책을 듣는 자리에서 열창이 터졌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민들의 얘기를 처음 듣는 자리였다. 노래를 부른 사람은 은평구 응암1동에서 온 박경동 통장이었다. 은평구의 복지두레 사례를 효과 있게 전달한다며 부른 노래는 ‘이 가슴엔 꿈도 많았지~’라는 김성환의 <인생>이었다.

지난 11월 26일 서울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서민이 따뜻한 겨울 만들기’를 주제로 열린 제 1회 ‘청책워크숍’은 내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청책워크숍’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聽) 정책(策)에 담는다는 의미이며 ‘시민이 시장’이라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 철학이 구체화된 것이다.

행사는 지난 22일 서울시가 발표한 동절기 서민대책 ‘희망온돌 프로젝트’의 정책 방향을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며, 시민단체에서 각 분야별 역할에 대해 발제를 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모금관련단체, 지역풀뿌리단체, 사회복지시설종사자와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실효성 있는 의견을 쏟아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는 ‘희망온돌프로젝트’

행사에 앞서 박원순 시장은 “다양한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겠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울 시민들의 삶이 구체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다. 함께 그런 서울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서울시복지재단의 류명석 복지사업부장은 희망온돌프로젝트에 대해 “기획부터 실행, 평가까지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목표는 ‘밥 굶는 사람 없고 냉방에서 자는 사람 없는 따뜻한 서울을 만들자’는 것이다. 또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틈새계층을 찾아내고 공공자원 및 모금을 통한 민간자원을 확보해 즉각적인 전달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서울시는 이 프로젝트의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복지지원시스템을 재설계하여 지속가능한 시민참여중심의 복지전달체계를 갖추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청책워크숍에 임하는 각오를 말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좌), 시민의 의견을 메모 중인 서울시장(우)

기부물품과 자원봉사자를 싣고 취약지역을 누비는 희망마차도 운영한다. 서울시에 있는 26대의 푸드뱅크 차량을 이용해서 시민들이 기부한 물품들을 필요한 지역에 바로 전달하는 것이다. 류 부장은 “지역 내에 어려운 이웃들이 있거나 나눠주고 싶은 물품이 있으면 다산콜센터 120번으로 전화를 해 달라”고 말했다. 좀 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원할 때는 서울형그물망복지센터(1644-0120)로 전화하면 된다. 희망온돌프로젝트에는 12월 중에 시장과 서울시 공무원들이 서울 전 지역에 자원봉사를 나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내년 3월까지 프로젝트를 추진하지만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변화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청책토론의 핵심인 시민들의 의견들 듣는 시간. 반값고시원추진운동본부 민윤찬 회원은 빈곤층과 빈곤 사장들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여기서 빈곤층이란 노숙인, 일용직 노동자, 여인숙 생활자, 만화방 생활자, pc방과 사우나 체류자 등을 말한다. 이들은 빈곤한 주변 친구들을 희망온돌에 알려주거나 열악한 사정의 친구들에게 물품 전달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민씨는 “그렇게 함으로써 낮은 자존감을 자원봉사경험으로 회복할 수 있고 이들이 빈곤사회 내의 소통창구로 발전할 수도 있다. 더불어 일반자원봉사자들과 인간적 교류도 할 수 있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질 수 있다. 빈곤당자사가 함께 참여하면 정책의 진정성도 확보된다. 전달자와 수혜자의 경계선을 허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빈곤 사장이란 이들과 가깝게 접촉하는 사람들로 여인숙 사장, 고시원 원장, 심야 pc방 직원, 남성전용사우나 카운터직원, 심야만화방 사장 등을 말한다. 빈곤 사장들은 빈곤계층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로 빈곤사회의 통반장들이다. 이들은 지원대상자를 발굴하고 희망마차물품을 전달하고 빈곤층에 있는 자원봉사자를 발굴하고 희망온돌사업 안내 전단지를 부착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이어 푸른시민연대 서화진 씨는 지역사회에서 사각지대를 발굴했던 사례를 발표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 낼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들은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가지고 있어 발굴이 어려웠다”는 그는 지역의 상가를 중심으로 한두 명씩 발굴을 해나갔다고 한다. 동네의 한 부동산업자는 어려운 이웃 발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직접 이웃돕기에 참여하는 모범도 보이고 있다. “가장 좋은 발굴 방법은 이웃이 이웃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공공기관처럼 한꺼번에 많이 추천받지는 못하지만 틈새를 발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과 민간단체가 협력해서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함께 하면 부족한 점이 보완되고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활발한 의견 개진이 계속됐다. 동문장애인복지관 안용진 동료지원팀장은 영국이나 일본에서 진행 중인 '다이렉트 페이' 도입을 건의했다. 다이렉트 페이는 장애인들에게 현금을 직접 주고 장애인들이 직접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활동보조나 치료바우처는 중개기관을 통해서 전달되는 서비스다. 그렇다보니 장애인은 바우처의 양에 따라 활동범위가 정해지고 중개기관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안 팀장은 “장애인이 주축이 되는 전달체계를 구축해 달라”고 말했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 공동대표 류정심 씨는 “빈곤층을 찾기가 어렵다. 가구들에 단전, 단수, 가스 정지 조치가 취해질 때 자원봉사자가 동행해서 어려운 이웃을 발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자동 사랑방문화공동체 활동자라고 밝힌 한 시민은 “지역에서 몇 년째 활동하고 있지만 서울시 복지기관관련자들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앞으로는 지원책이 잘 전달이 되었으면 한다. 민관이 함께 일하는 기회도 갖고 싶다”고 말했다.

4G 시대의 시장, 핵심은 ‘따뜻함’

행사의 전 과정은 인터넷TV로 생중계되고,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받았다. 인터넷 생중계를 지켜본 사람들은 “서울시민들 부럽습니다”, “사람냄새 나는 서울 만들어주세요” 등의 반응을 올렸다. 보드판 의견코너인 ‘원순씨에게 바란다’에도 “어려운 시민들 외곽으로 보내지 마세요”, “사회복지사가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등 다양한 의견이 붙었다.

열창 중인 박경동 통장(좌), 희망온돌프로젝트 포스터 시안(우)

박원순 시장은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니 만큼 “제가 자주 등장하면 안 되는 것인데...”라며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따뜻한 서울을 만들기 위해 많은 분들이 드러나지 않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동료들끼리 서로 돕는 활동이 진정성이 있다. 서울시 복지재단이나 공무원은 중심이 되기보다 현장 활동가들이 더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서울시 복지시스템이 더 잘 돌아가고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해진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함께 해준 여러분들이 희망온돌에 군불 때는 분들이다”라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희망온돌프로젝트 정무성 위원장은 워크숍을 시작하며 “이제 우리는 2G, 3G시대를 넘어 4G의 시대에 살고 있다. 1G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민들에게 통보하는 것이었다. 2G는 시민들이 정부에 의견을 올리는 것이고 3G 시대가 되면서 비로소 정부가 시민을 찾아가게 되었다. 거기서 더 발전한 것이 4G인데, 4G는 따뜻함이 특징인 콘텐츠다. 박원순 시장님이 4G 시대의 시장님으로 이렇게 시민들을 찾아오고 또 핵심적인 주제로 온돌을 얘기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처음으로 열린 청책워크숍은 시민들과 시장 사이의 따뜻한 소통의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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