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미워서 그런 거 아니에요”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은애

발행일 2011.04.25. 00:00

수정일 2011.04.25. 00:00

조회 3,479

한국어강사 김정희씨(좌), 지구촌학교 아이들이 서툰 한국어 솜씨로 쓴 게시판(우)

서울 성동구에 위치해 있는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는 외국인근로자들의 권익 보호와 한국생활의 적응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해 ‘지구촌학교’를 운영한다. 지구촌학교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주노동자 자녀들의 한국생활 및 한국학교 적응을 돕기 위한 방과후 교실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한국어 강사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정희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국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지난 2006년부터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결혼이주여성이다. 이 외에도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외국인들이 찾아와 한글을 배운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으면 이곳으로 데려와 방과후 교실에 참여하게 한다. 주중에 하는 수업에는 주부들과 학생들이 많고, 주말에는 성인 위주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는 컴퓨터나 한국 문화 등 다양한 교육의 기회도 제공한다.

김정희 교사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 지 물었더니 “한국에 사는 외국인의 경우 한국어 교육이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데 이런 교육을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가르쳤던 어떤 아이들에 대한 일화를 들려줬다. “부모님이 외국인 근로자인 자매 두 명이 있었어요. 센터에서 일하는 한국어 강사들은 이런 저런 상황 때문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또 자원봉사자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을 장기적으로 가르치는 경우는 매우 들물죠.” 그래서 아이들은 선생님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남과 헤어짐에 익숙해져있다고 한다. 그 중 몇몇 아이들을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 자매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였어요. 전에 일하던 강사님이 그만 두시고 제가 첫 수업을 하는데 아이들이 전 선생님에게 가지 말라며 울며불며 매달렸죠. 저는 수업 첫 날이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당황했어요. 그런데 그 후 아이들은 저에게 불손하게 대하고 말도 함부로 했어요. 수업에 집중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꾸준히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숙제도 같이 하면서 시간을 함께 보냈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아이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선생님, 선생님이 미워서 그런 게 아니에요. 선생님도 곧 떠날테니까 친해지지 않으려고 그랬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김정희 씨는 그 날 이후 한국어 강사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시 잡았다. 현재까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그 아이들 때문이란다. “처음에 아무 말도 못했던 아이들이 인사말을 하기 시작하고, 단어로만 대화가 가능했던 학생이 문장을 만드는 것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엄마가 자식 키우는 심정과 같다고나 할까요? 옹알이를 했던 아이가 처음 ‘엄마’라는 말을 할 때, 그 때의 감동과 같아요. 그리고 학생들이 한국어를 재미있어 하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껴요.”

외국인근로자 학생의 경우 특히 존댓말을 어려워한다. 또 다양한 감각어 표현도 힘들어 한다. 파란색 계통을 표현하는 방법만 해도 수없이 많으니 말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시어머니의 사투리를 못 알아들어 힘들어 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무조건 연습하는게 최고예요. 많이 말하고 쓰고 계속 연습하면서 배워나가야죠. 수업의 중심도 거의 말하기에 맞춰져 있어요. 한국에 살려면 의사소통이 우선시 되어야 하니까 짝이랑 대화를 하는 수업을 주로 하고 있어요.”

김정희 씨의 꿈은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한국어 교육 전문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부담없이 한국말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면 정주지 않으려고 저를 밀쳐냈던 아이들과 같은 안타까운 상황은 안 생기겠죠. 한국에 살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그야말로 생계거든요.” 한국어교실은 3월과 9월에 개강하며 방과후 교실인 ‘지구촌학교’는 8~20세 미만의 외국인이주노동자 자녀가 이용할 수 있다.

- 문의 :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02)2282-79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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