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인형극단의 감동 공연

시민기자 정지혜

발행일 2010.12.03. 00:00

수정일 2010.12.03. 00:00

조회 2,194

매월 넷째주가 되면 진행하는 정기봉사가 있다. 잊혀져가는 효(孝) 사상을 심어주기 위한 '효 아카데미'라는 이름의 봉사다. 아이들의 삭막해진 정서가 못내 안타까웠던 아줌마들이 주변의 도움으로 한 달 한 달 연명하듯 진행해나가는 그런 봉사이다.

이름이 '효 아카데미'라서 좀 그럴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인근의 어르신들께 한 달에 한 번 서로 정을 나누는 작고 소박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어떤 때는 풍선으로 이것저것 만들기도 하고, 어떤 때는 손마사지도 해드리고, 언제인가는 송편도 함께 만들었다.

연말을 맞아 이 달에는 '공연 봉사'라는 거창한 주제의 봉사가 진행되었다. 인근 중학교 학생들이 기타를 치기도 하고 플루트를 불기도 하고 솔로나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인형극 공연이 있었다. 그런데 이 인형극공연에는 아주 특별한 공연단이 오셨다. 장애인공연단이다.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 집안의 운둔생활에서 벗어나 세상 안으로 들어오실 수 있도록 하자! 그런 마음으로 중계종합사회복지관에서 12명의 휠체어 장애인들에게 인형극을 가르쳐오셨던 것이다. 처음 시작은 12명이었지만 현재는 6명이 연습하고 계시며 그 중 3명이 오늘의 공연 맴버이시다.

그들이 어르신 앞에서 인형극을 공연하는 모습 그 자체만 보아도 오늘 '효 아카데미'의 효과는 100% 이상일 것이라는 기대에 마음이 뿌듯해왔다. 그런데 한 장애인의 말씀을 들으니 새삼 '나'라는 존재에 대한 감사마저 느낄 수 있었다.

기자: 어떻게 인형극을 배우게 되셨습니까?

이00:
네, 사고가 난 후 집에서 운둔하는 저에게 복지관에서 인형극을 해보라고 권유해서요.

기자: 인형극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게 되셨습니까?

이00: 대사를 외우고 인형의 한 동작 한 동작을 배우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몇 시간 안돼는 연습을 하고 집에 가면 땀에 절어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긴 시간 혼자만 생활했던 때문인지 모든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언제나 옆에서 힘과 용기를 주시는 중계복지관의 김요한 복지사님 덕분에 이 공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할 수 있었고 여기에 올 수 있었습니다.


기자: 인형극을 하면서 바뀐 것은 무엇인가요?

이00: 사고 후 사는 것조차 싫었던 제가 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를 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 그리고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지만 공연으로라도 보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오는 것조차도 혼자서는 어려운 입장이지만, 그래도 작은 것이나마 나누어 드릴 수 있다는 것에서 사는 의미를 알게 되고 앞으로 계속 이런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이라 정말 짧은 시간의 인터뷰였다. 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장애는 불편한 것일 뿐이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우리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 얼마나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가. 존재감 하나가 이렇게 많은 생각을 바꾸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날 중계복지관 인형극 동아리의 공연은 최고였다.

#중계복지관 #효아카데미 #인형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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