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들, 밤이나 주말에도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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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3,177 Date2010.05.14 00:00







밤 9시 경. 야간수화통역센터의 영상 전화기 벨이 울린다. 25세 정도로 보이는 여성 청각장애인이 수화를 하는 모습이 화면에 뜬다. 중고 핸드폰을 구입했는데 이상이 있어 반환해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내용이다. 수화통역사는 핸드폰을 판매한 대리점에 전화하여 청각장애인이 요청한 말을 전한다. 일반인이라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청각장애인은 수화통역사를 통해서 대화를 하는 것이다.


서대문 충정로에 위치한 서울시 야간 수화통역센터는 2008년 5월에 문을 열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청각 언어 장애인들이 야간이나 공휴일 등 취약시간대에 발생하는 긴급 상황, 이를 테면 교통사고나 병원, 응급실, 경찰서와 관련된 상황이나 일상생활에서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있어서 편의를 제공하고자 운영하기 시작했다.


마침 야간 수화통역센터에 근무하는 수화통역사 박성훈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청각장애인들에게는 국어도 외국어나 마찬가지입니다. 문장력이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못 배운 사람으로 취급당하거나 오해받기 쉽습니다”라며 최근에 문자로 온 내용을 핸드폰으로 보여준다. 조사와 어미가 없이 단어로만 연결되어 있다. 마치 너댓살 짜리 아이의 문장력밖에 안되지만 생각만큼은 정상인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다만, 국어의 단어를 수화 어법으로 연결하여 사용한 것이다.



박성훈 수화통역사는 16년 전 친지의 소개로 우연히 수화를 배우게 되었다. 2008년 5월 센터 개설 이후 활동하면서 야식 주문 요청ㆍ자녀 하교 확인ㆍ자녀 학교 문제ㆍ애완견을 위한 동물 병원 통역 등 아주 사소한 일뿐 아니라 교통사고ㆍ병원 응급 통역 등 긴박한 통역까지 농아인의 생활 전반에 걸쳐 수화 통역을 하고 있다. 때로는 단순한 언어통역뿐 아니라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까지도 해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저녁 7시부터 새벽 6시까지 11시간을 3명이 교대로 근무하지만, 혼자 근무할 때도 있다. 열정과 사명감이 없다면 견디기 힘든 직업으로 보였다.


현재 서울시에는 올해 동작구, 종로구, 양천구 세 곳이 신설됨에 따라 미개설 상태인 광진구, 강동구, 마포구, 서대문구를 제외하고 모두 22개의 통역센터가 있다. 수화 통역사는 모두 111명으로 그 중 94명은 각 구 수화통역센터에, 17명은 각 구청과 노인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수화 통역사는 청각 장애인들에게 손짓과 몸짓, 표정, 기호 등을 사용하여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수화통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 공인 자격증을 따고 5년 동안 50시간 이상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자격이 유지된다. 농아인은 언어장애자ㆍ청각장애자ㆍ언어와 청각장애자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올 1월부터 3월까지 야간 수화통역센터 이용은 754건으로 하루 평균 8건이다. 이 중 출장 통역은 492건ㆍ휴대전화 문자 상담은 212건ㆍ영상 상담은 50건이었다고 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생활 민원이 51.9%로 반수를 넘고 있으며, 응급 의료 18.8%, 경찰 민원 13.9%, 법률 상담 6.5% 순이고, 응급 의료와 경찰 민원 등 긴급을 요하는 사항은 다른 통역에 앞서 우선적으로 지원된다고 한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농아 150명 당 1명씩 수화통역사가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250명 당 1명꼴이라고 한다. 또한 전문적인 의료나 법률 문제는 정확한 의사 전달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방면에 전문인 통역사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서울시 야간수화통역센터는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0505-4949-119(전화, 문자 가능) 070-7947-0047(화상전화)로 전화하면 된다. 이용료는 무료이며 120번을 통해서도 수화 상담이 가능하다.



시민기자/이상무
tosangmoo@hanmail.net
http://blog.naver.com/tosang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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