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매력에 푹! 나홀로 올림픽공원 산책

시민기자 이정이

발행일 2020.11.27. 11:27

수정일 2020.11.27. 17:33

조회 2,424

강동 송파 등지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몇 번쯤은 올림픽공원을 방문했을 것이다. 백일장 사생대회 말고도 고등학교 앨범 사진 정도는 가까운 올림픽공원을 이용했을 터이니 말이다.

이 지역 터줏대감처럼 앉아있는 이곳에서 단체사진 찍을 장소를 와글와글 찾아다니던 학창시절엔 그저 아름다운 풍경만이 눈에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공원은 앨범 뒤 멋진 배경으로만 보기엔 아까운 곳이다. 필자는 새로운 눈으로 이 공원을 천천히 돌아볼 작정으로 나섰다.

반가운 마음으로 혼자 찾은 공원은 한적하다 못해 적막감이 느껴질 정도여서 북적이던 사람들이 그리워질 판이었다. 세계평화의 문으로 일단 들어섰다. 무심히 보고 넘겼던 기둥들. 그 위엔 저마다의 다른 표정을 짓고 도열해 있는 60개의 형상의 탈들이 올려져 있었다. 전통 탈의 형상들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느껴진다.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 좌우에 한국인의 자화상으로 보이는 60개의 탈 형상이 나열해 있다. '열주탈'은 전통탈의 모양을 조각가 이승택 씨가 작품화 한 것이다. ©이정이

바로 앞에 보이는 깃발들은 올림픽 때 참가한 국가들의 국기들이다.  그 국기들을 뒤로 하여 걸어가니 작은 강물이 보인다. 공원 안에 호수도 아니고 강이 있었나? 의구심으로 한참 서 있으려니 누군가 다가와서 말을 해 준다.

“이 강은 적군의 말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성곽 그리고 목책과 함께 중요한 방어시설이었죠. 이 다리는 곰말다리이고요. 원래 몽촌교로 불리워졌는데 몽촌이 순우리말로 꿈마을입니다. 그런데 곰말은 꿈마을의 옛말이어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인 곰말다리로 1986년부터 부르기로 했습니다.”

송파구청 문화관광 안내담당이라고 소개한 한기자 선생의 말이다.

이 작은 강물이 삼국시대 적국의 말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작은 강물이 삼국시대 적국의 말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정이

몽촌교로 불리다가 순수한 고유어를 따서 ‘곰말다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몽촌교로 불리다가 순수한 고유어를 따서 ‘곰말다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정이

 “현재 몽촌토성 발굴조사가 한창입니다. 한성백제박물관 백제학연구소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백제왕성 발굴작업입니다. 그리로 가시다가 ‘나 홀로 나무’도 보시고요.”

조언에 따라 몽촌토성 산책길을 구불구불 올라가니 저 아래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올림픽공원 9경 중 제6경에 해당한다고 하는 나무다. 이 공원을 조성할 때 너무나 예뻐서 한 그루 남겨놓았다고 하는데, 9경 중에 속하게 될 줄이야. 외로워 보이지만 외롭지 않은 나무다. 왼편을 보면 역시 한 그루 나무가 잎을 떨군 채 서 있다. 그 옆에 있는 작은 벤치에 앉아서 바라보면 두 그루의 나무가 가까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 홀로 나무는 애인을 놓아두고 문득 사색에 잠긴 나무 같은 느낌이다.

'나 홀로 나무'이지만 애인과 떨어져 잠깐 홀로 사색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공원 9경 중 6경이다.

'나 홀로 나무'이지만 애인과 떨어져 잠깐 홀로 사색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공원 9경 중 6경이다. ©이정이

몽촌토성 발굴조사 현장은 고고학 역사의 현장이었다. 안내지엔 삼국시대문화층(백제,고구려)-통일신라 문화층-조선시대 문화층-근현대문화층을 발굴해 토기 등을 출토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몽촌토성 발굴조사 본부 천막 주위엔 철책이 쳐져 있고 그 옆엔 고대 유물 기와조각들이 높이 쌓여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심코 돌을 얹어 놓을까봐 철책 안에 놓아둔 것 같다. 기와조각들은 시대순으로 쌓아둔 것이라고 하니 마음으로만 돌 하나를 얹어놓고 소원을 빌면 될 듯하다. 고대유물발굴 작업이라는 긴장감과 흥미로움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었다.

몽촌토성 발굴조사 현장이며 공원의 낮은 부분으로 넓게 자리잡고 있다.

몽촌토성 발굴조사 현장이며 공원의 낮은 부분으로 넓게 자리잡고 있다. ©이정이

출토된 기와조각들을 쌓아놓고 있는데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오래된 기왓돌이라고 한다.

출토된 기와조각들을 쌓아놓고 있는데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오래된 기왓돌이라고 한다. ©이정이

길을 나선 김에 ‘백제집자리전시관’을 찾아나섰다. 몽촌토성 안에서 지상건물터 4개, 구덩식 집자리 12개, 저장구덩이 30여 개 등이 확인되었다고 하며 그곳을 표시해 그 위에 전시관을 지어 덮었다고 했다. 말할 수 없는 엄숙함과 경이로움이 함께 자리하는 공간임에 틀림없다.

백제집자리전시관 입구, 철저한 방역 절차 끝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백제집자리전시관 입구, 철저한 방역 절차 끝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정이

전시관 내부가 통1층으로 되어있다. 토기들과 집자리들을 발굴해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전시관 내부가 통1층으로 되어있다. 토기들과 집자리들을 발굴해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이정이

유물 발굴장소가 또 있느냐고 물으니 전시관 담당자는 ‘몽촌역사관’에 가보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멋지게 구불진 산책길을 지나 몽촌역사관으로 들어가니 코로나19 때문인지 둘러보는 사람이 필자밖에 없었다. 역시나 손소독, 열체크, 출입 기록을 후에 고개를 드니 한강을 낀 서울지도가 바로 앞에 보인다. 역삼동주거지, 삼성동토성, 석촌동고분군, 방이동고분군, 가락동거주지, 몽촌토성, 풍납동토성, 암사동주거지, 명일동주거지 등 팻말을 볼 수 있었다.

서울시내 발굴현장들이며 꽤 많은 곳에 발굴지 푯말을 붙여놓았다. 이곳이 고대국가의 터전이었음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서울시내 발굴현장들이며 꽤 많은 곳에 발굴지 푯말을 붙여놓았다. 이곳이 고대국가의 터전이었음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이정이

삼국시대 고대에 이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에 옷깃을 여미는데 몽천역사관 스탬프 투어가 눈에 뜨인다. 빗살무늬토기-소수레(백제도로)-돌무지무덤-육각형집자리-몽촌토성-풍납토성-칠지도-찾아라! 백제왕도 등 8군데를 다니며 필자가 순례하고 도장을 찍으니 어느새 완성됐다. 아이들 뿐 아니라 누구라도 이곳에 와서 한 번쯤 둘러보고 내가 있는 현재가 어디쯤인지 가늠해보았으면 좀더 인생을 풍부하게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몽촌역사관의 전시장을 다니며 8개의 스탬프를 찍었다. ©이정이

나가는 길에 커다란 손가락 하나가 보인다. 프랑스 작가 세자르 발다시니의 1988년 청동 작품 ‘엄지손가락’이다.

엄지손가락 조각품이 공원 동1문 입구에 '엄지 척' 형태로 서 있다. 공원 9경 중 2경이다.

엄지손가락 조각품이 공원 동1문 입구에 '엄지 척' 형태로 서 있다. 공원 9경 중 2경이다. ©이정이

세계평화의 문이며 공원 9경 중 1경이다.

세계평화의 문이며 공원 9경 중 1경이다. ©이정이

엄지의 뜻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우두머리, 넉넉한 마음, 부유함, 여유...조각가의 뜻이 무엇이든지 간에 필자는 ‘엄지 척’ 이 뜻을 마음에 담기로 했다.

삶의 여유와 풍경을 찾아 들어간 올림픽공원, 이렇게까지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줄은 몰랐다. 강물 때문에 움츠러든 삼국시대 적국 말들,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시키는 고고학 유물발굴 현장, 엄청난 크기의 엄지손가락 조각품, 정렬해 있는 한국전통 탈 등 역사를 바라볼 줄 알게 하는 ‘좀 더 길고 깊은 눈’을 얻고 싶다면 나 홀로 올림픽공원 산책만한 게 또 없다. 계절이 화려해져서 88호수의 물들이 찬란해지는 때, 이 공원을 다시 방문한다면 또다른 세상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올림픽공원 안내
○ 위치 :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424
○ 교통 :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 지하철 5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지하철 9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또는 한성백제역 2번 출구
○ 이용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olympicpark.kspo.or.kr/
○ 문의 : 02-41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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