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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답십리도서관 입구 ©윤혜숙

동대문구에 위치한 '답십리도서관'을 찾아가기 위해 인근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이 근처에 동대문구 답십리도서관이 있다고 했는데…" 도서관이 도통 보이질 않았다. 차분히 골목을 따라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드디어 도서관이 나왔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많은 공공기간에서 비대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어 평소 지역주민과 소통이 많았던 '답십리 도서관'은 온라인 프로그램을 쉽게 이용하지 못하는 어르신을 위해서 비대면 프로그램을 어떤 방식으로 제공해야 할지 고민이 깊었다. 고민이 깊어가던 중 어르신들이 디지털 기기를 쉽게 이용하진 못해도 유튜브는 친근하게 시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에 답십리도서관은 “유튜브를 매개로 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개발하되, 도서관의 설립 취지에 맞게 책으로 소통하자”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단순히 책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최신 정보도 알려주는 유익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10인의 답십리도서관 사서들이 무수한 기획회의를 거친 끝에 ‘사서의 책 처방, 답십리 고민상담소’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사서가 좋은 책을 골라주는 곳은 많지만 좋은 정보를 골라주는 곳은 없다는 생각에 책과 함께 정보까지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사서의 책 처방' 홍보 포스터 ©동대문구답십리도서관

비대면 프로그램 '사서의 책 처방, 답십리 고민상담소'는 먼저 구글폼 또는 메일로 지역주민들의 사연을 접수받는다.  이후 사서들이 돌아가면서 고민에 적합한 책 3권을 선정하거나, 사서들이 모여 회의를 거쳐서 책을 선정한다고 한다. 이어 유튜브를 통해 사서들이 채택된 사연을 직접 들려주고 사연에 맞춰 선정된 책과 함께 알아두면 좋은 유익한 정보 등도 제공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동대문구 답십리도서관으로 어떤 사연이 접수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방송 초창기엔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시일이 지나면서 자신의 고민거리를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지역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고 한다.

9월 1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사서의 책 처방, 답십리 고민상담소'는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oVQEfk-nf5X-NH2TS4u1aQ

코로나19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분을 위한 책 처방 ©동대문구답십리도서관

답십리도서관에 접수된 사연을 하나 소개하자면,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면서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이에 사서들은 무기력해진 마음을 돌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했다. 마음 힐링을 위한 첫 번째 책은 태수, 문정 작가의 ‘1cm 다이빙’이다. 무기력한 일상을 바꾸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 두 작가의 행복 찾기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이다.

두 번째 책은 다양한 취미를 소개하는 정성희 작가의 ‘몰입하는 시간의 즐거움’이다. 혼자만의 시간은 많아졌지만 정작 혼자서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들을 위한 취미에 관한 책이다.

다음 세 번째 책은 최재원 작가의 ‘작은 여행,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책이다. 긴 시간, 먼 거리, 많은 비용, 무거운 가방. 여행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이 책은 부담 없이 오늘 바로 떠날 수 있는 작은 여행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책 처방과 함께 마음 힐링에 도움이 될 만한 사이트로, ▲'서울시 코로나19심리지원단(클릭)',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마인드스파(클릭)를 이용해볼 것을 추천하였다.

육아에 지친 부모를 위한 책 처방 ©동대문구답십리도서관

두번째로 소개할 사연은, 코로나로 인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부모님들을 위한 책 처방이다. 첫 번째 책은 육아 전쟁터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전지민 작가의 ‘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이다. 이 책은 아이와 함께하는 지금이 내 생애 가장 ‘확실한 행복의’ 순간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해주는 책이다.

두 번째 책은 아이의 그림책 육아 경험을 고스란히 담은 박지현 작가의 ‘판타스틱 그림책 육아’다. 아이의 연령대에 맞는 그림책 추천과 그 책을 활용한 독후활동까지 책 속에 모두 담겨있다.

세 번째 책은 집안에서도 아이와 즐겁게 할 수 있는 신체 놀이가 가득한 조준휴, 장기도 작가의 ‘아빠 놀이 백과사전’이다. 많은 가정에서 육아는 엄마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성장기에 아빠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적으로 높은 성취를 이룰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책 처방과 함께 아이들과 집에서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홈페이지도 소개하고 있다. ▲‘서울의 산과 공원(클릭)’, ▲‘서울상상나라(클릭)',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다국어동화구연(클릭)' 등을 추천했다.

동대문답십리도서관 신은선 사서와 송민선 관장 ©윤혜숙

답십리 도서관에 스튜디오도 마련해 놓았다. ©윤혜숙

동대문구 답십리도서관 송민선 관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비대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비대면의 소통이 필요하다”면서 “나를 드러내지 않고 소통하는 공간이 필요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서의 책 처방, 답십리 고민상담소’는 신은선 총괄사서가 지역주민의 사연을 이메일로 접수한 뒤 각 사연에 답변하는 사서를 정한다. 회의 시간에 담당 사서가 책을 선정한 이유를 언급하면 다른 사서들의 의견이 더해진다. 직원이 유튜브 방송 7분 내외의 시간에 맞춰서 책과 정보를 소개하는 영상을 촬영한다. 그날의 주제에 맞춰서 개념을 잡아 편집해서 매주 월요일에 유튜브에 업로드한다.

지역주민의 고민을 듣는 만큼 나름의 고충도 있을 것 같다. 송민선 관장은 “사서는 심리전문가가 아니다. 사서로서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하면서 주민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줄지 고민이다”면서 “사연을 익명으로 접수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진솔한 고민도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연령대가 사연의 주인공이다. 어느새 우리 사회는 유튜브가 TV만큼 손쉬운 채널이 되어 있다.

다문화도서 코너, 취업특화서가 등 맞춤형 추천 서가가 눈에 띈다. ©윤혜숙

한편, 동대문구 답십리도서관은 지역주민의 대출 현황을 파악해서 책을 구입하고 저자 특강을 개최하는 등 맞춤형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하다보니 지역주민들의 취향과 마음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도서관 열람실을 둘러보았을 때 다문화도서 코너, 취업특화서가 등이 눈에 띈다. 또한 각 층 대출 코너에 정규직 사서가 앉아서 지역주민들을 반겨 맞아주고 있다. 사서는 도서관 이용자에게 이번에 나온 신간을 알려준다.

송민선 관장은 “과거의 도서관은 책을 빌려주는 곳이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고 있다”면서 “이젠 지역주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화하는 도서관처럼 ‘사서의 책 처방, 답십리 고민상담소’도 그런 맥락에서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는 일상 속 다양한 고민을 담아 동대문구 답십리도서관에 메일로 사연을 보내면, 사서가 직접 고민을 들어주고 사연에 맞는 책과 관련 정보를 소개해주는 양방향 소통 콘텐츠이다.

고민거리 하나 없을 것 같은 사람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자가 가진 크고 작은 고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을 털어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면, 답십리도서관에 조용히 얘기해 보는 건 어떨까? 내 고민을 들어주고 그에 맞는 책까지 처방해 주니 큰 위안이 될 듯하다.

답십리동 골목 내 자리한 4층 규모의 동대문구 답십리도서관 건물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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