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다른 천연염색 체험! 향림도시농업체험원 다녀왔어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11.09. 14:37

수정일 2020.11.09. 15:38

조회 1,666

서울농업체험 그린투어를 다녀왔다. 맑고 좋은 가을날 오후였다. 은평구 불광동에 자리한 향림도시농업체험원은 도심 속의 별세계였다. 주택가에 느닷없이 흙과 연못과 작은 논과 밭들이, 허브와 나무가 자라고 뒷동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었다.

은평구 불광동에 서울시 최초의 도시농업체험원이 있다.

은평구 불광동에 서울시 최초의 도시농업체험원이 있다. ⓒ이선미

‘서울농업체험 그린투어’는 시민들이 농업 생산현장을 찾아 체험하고 직거래를 하면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마련되었다. 10월과 11월에는 염색체험과 자운고 만들기, 분재와 관련한 교육이 진행되었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천연염색으로 스카프 만들기’를 신청한 시민들이 한데 모였다.

교육장 앞마당 테이블에 모여 염색을 시작했다.

교육장 앞마당 테이블에 모여 염색을 시작했다. ⓒ이선미

체험원 교육장 마당에 길게 테이블이 놓였다. 먼저 하얀 스카프 천을 받아 물에 빨았다. 풀을 먹여서 나오는 천이어서 염색을 하려면 풀기를 빼야 한다고 한다. 생산이나 유통 과정에서 묻은 먼지를 씻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하얀 천은 깨끗하게 빨아 염색을 시작한다

하얀 천은 깨끗하게 빨아 염색을 시작한다. ⓒ이선미

맑은 물에 제대로 헹군 다음 최대한 물기를 짜서 매염제를 넣은 물에 넣어 교반을 한다. 교반은 천을 잘 저어주는 것으로 물속에서 왔다갔다하는 과정이다. 약 7분 정도 매염제에 담근 천을 이번엔 염액에 넣는다.

스카프를 염색할 천연 재료는 선인장에 기생하는 연지충이다.

스카프를 염색할 천연 재료는 선인장에 기생하는 연지충이다. ⓒ이선미

염액은 선인장에 기생하는 연지충으로 코치닐(cochineal)이라고 불린다. 미리 끓여서 준비한 염액이 주어졌다. 염색하는 시간에 따라 분홍에서 자색까지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빛의 스카프가 될지 자못 궁금해졌다. 10분 정도 염액에 넣은 천을 이리저리 잘 저으며 곱게 물이 들기를 기다렸다. 골고루 잘 저어야 얼룩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매염제에 담가 조심스럽게 5분쯤 교반한 천을 세 번 물을 바꿔 빨아 널었다. 바람이 살랑이고 햇살이 좋았다.

두 사람이 양쪽에서 천을 조물조물 앞뒤로 저어주었다.

두 사람이 양쪽에서 천을 조물조물 앞뒤로 저어주었다. ⓒ이선미

이번 체험의 목적은 천연염색이었는데 또 하나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향림도시농업체험원 자체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입구에 세워진 체험원 안내도 앞에서 ‘투어’가 시작됐다. 체험원은 5무(無) 원칙을 지키며 운영해 오고 있는데, 바로 화학비료와 합성농약, 비닐과 쓰레기, 그리고 자가용 등이다. 주차공간이 없기도 하지만 마을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체험원은 2015년 서울시가 향림근린공원 일부에 최초의 도시농업체험원으로 조성해 은평구가 관리를 맡고 비영리단체인 'S&Y 도동나눔'이 위탁 운영을 하고 있다. 넓지 않은 장소지만 알차게 꾸려 시민들이 도시에서 농업을 접하며 가치를 알아 가고 서로 교류하는 장소로도 활용하고 있다. 도시양봉과 도시농부 아카데미, 어린이농부학교 등 다양한 여러 형태의 농사 콘텐츠와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마당에 아기자기하게 많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여름이면 더 푸르고 예뻤을 연못에 꽃 진 부레옥잠이 가득했다. 가을이 한창인 지금은 벼를 수확하는 계절이다. 어린이들이 벼를 베서 탈곡하는 체험도 하고 있다고 한다.

수확을 앞둔 논에 벼가 누렇게 익었다.

수확을 앞둔 논에 벼가 누렇게 익었다. ⓒ이선미

체험원 한쪽 비탈을 따라 다랑논처럼 조성해놓은 텃밭에 쑥쑥 자란 배추와 무 등에 물을 주는 시민들이 보였다. 각각 10㎡(3평) 정도의 텃밭이 약 200개 만들어져 있는데 매년 3월에 분양 신청을 받는다고 한다. 꽤 경쟁률이 높다고 하던데 여러 가지로 그럴만해 보였다. 접근성이 좋은데다 북한산이 환히 보일 만큼 풍광이 좋고, 마당에 갖가지 꽃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으니 농사도 한결 즐겁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비탈을 따라 조성해놓은 텃밭에는 수확을 기다리는 배추와 무 등이 가득했다.

비탈을 따라 조성해놓은 텃밭에는 수확을 기다리는 배추와 무 등이 가득했다. ⓒ이선미

다랑논을 따라 걸었다. 가을 햇살 아래 갓이며 무며, 배추 등이 한껏 싱싱하게 자라있었다. 발효간 앞에 쪽이 제법 무성했다. 바로 옆에는 약초 여뀌도 있어서 서로 비슷해 보이는 식물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발효간 앞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발효간 앞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이선미

저만큼 위쪽으로는 양봉을 위한 시설도 보였다. 크지 않은 체험원이지만 없는 게 없다는 말이 생각나는 공간이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체험원은 온통 단풍으로 물들었다. 주민들이 산책을 하거나 쉼터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체험원을 한 바퀴 돌아내려오니 빨랫줄에 널어둔 스카프가 제대로 말라 있었다. 곱게 물든 분홍이 조금은 삽상한 가을바람을 부드럽게 막아줄 것 같았다.

바람과 햇빛이 고운 빛으로 물든 얇은 스카프를 금세 말려주었다.

바람과 햇빛이 고운 빛으로 물든 얇은 스카프를 금세 말려주었다. ⓒ이선미

코발트빛 염색에 쓰인 ‘쪽’. 쪽은 길가에서 흔히 보는 여뀌와도 닮았다.(좌) 오후 빛에 물든 멕시칸세이지(우) ⓒ이선미

아무래도 '스카프 염색체험인 그린투어'이다 보니 참여자가 모두 여성이었다. 모처럼 둘씩 짝을 지어 염색도 해보며 견학 나온 아이들처럼 즐거운 시간이었다. 체험을 하고 나니 자칫 우울해질 수도 있는 코로나19의 긴장이 바람에 날리듯 가벼워졌다.

서울 도심 속 농업을 체험하는 그린투어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https://agro.seoul.go.kr/archives/category/eduexperience_c1/edu_city_agriculture-n1)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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