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현금 이용자 1%…현금승차제 폐지될까?

시민기자 한우진

Visit1,883 Date2020.10.27 15:02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애소 버스들이 줄 지어 운행하고 있다 ©뉴스1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75) 시내버스 현금승차제 폐지를 대비하려면…

서울의 시내버스는 1928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역사 있는 대중교통수단이다. 예전에 버스에서 요금을 받던 사람은 바로 ‘안내양’이다. 즉 운전기사는 운전만 하고, 여자 차장인 안내양이 안내 방송, 문 열고 닫기, 요금 받기를 하는 분업 체제였다. 하지만 인건비가 올라가고 버스 내 자동화 설비가 좋아지면서 안내양 제도는 폐지되었다. 요금은 승객이 버스를 타면서 요금통에 직접 집어넣는 형태로 바뀌었다. 

버스요금은 원래 현금으로 냈지만, 70년대에는 엽전같이 생긴 버스 토큰과 학생용 회수권이 도입되어 활발히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1996년에 무선을 이용한 교통카드가 도입되면서 토큰과 회수권은 차츰 없어졌다. 교통카드 도입 초기에는 시민들의 교통카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하여, 선불교통카드 충전 시 5%를 할인해 주었다. 이것은 현재 교통카드 이용 시 운임을 100원 할인해 주는 것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꼭 할인 때문이 아니더라도 일일이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 교통카드가 간편하기 때문에 교통카드 사용이 늘어났다. 특히 2004년 서울시 대중교통 개편에 따라 버스와 지하철의 요금이 통합되자 교통카드는 필수가 되었다. 현금을 이용하면 갈아탈 때마다 기본요금을 새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버스 이용 시 현금의 비율은 올해 상반기 0.9%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100명 중 99명이 교통카드를 쓰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서울 시내버스 회사들의 단체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서는 현금승차제 폐지를 서울시에 공식 건의했다. 작년 현금 수입금이 181억 원에 불과한데 현금 승차를 위한 관리비용이 20억 원이나 든다는 것이다. 특히 위조지폐나 반쪽지폐 등을 내는 부정승차가 현금승차시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현금밖에 없는 상황도 있는데 버스를 아예 못타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한 교통카드 구입에 비용이 든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 어르신교통카드 및 청소년증

어르신 교통카드(좌)©서울시, 청소년증(우) ©여성가족부

그러나 65세 이상 시민은 어르신 교통카드를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노인은 이미 교통카드를 갖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용카드 방식은 후불로 이용할 수 있고, 체크카드와 단순 무임카드는 금액을 충전해서 선불교통카드로 쓸 수 있다. 

또한 9~18세의 청소년은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청소년증을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는데 이 안에 선불교통카드가 내장되어 있다. 그러면 성인이 남는데, 제일 저렴한 티머니카드의 가격이 2,500원이라 이 정도면 큰 부담이라고 보긴 어렵다. 

스마트폰으로 버스 요금을 결제중인 시민

스마트폰 내 모바일티머니로 버스 요금을 결제중인 시민 ©뉴스1

아울러 교통카드가 보관된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왔다면, 지갑에 현금 말고도 교통카드를 하나쯤 넣어두고 다니면 될 일이다. 교통카드가 들어있는 지갑을 두고 왔다면, 스마트폰 유심(USIM)칩에 거의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모바일티머니에 일정액을 충전해두고 평소에 다니면 된다. 지갑과 스마트폰을 동시에 두고 오는 경우는 드물며, 그 정도라면 버스가 문제가 아니라 일상생활이 안 될 것이다. 

선불교통카드에 금액을 충전해두는게 낭비인 것 같다면 후불교통카드를 쓰면 되고, 연회비 때문에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싫다면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를 쓰는 방법도 있다. 더구나 티머니의 간편결제인 티머니페이를 이용하면 스마트폰만 있어도 계좌를 연결해 교통카드처럼 쓸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금 없이도 버스를 탈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물론 1%의 승객이라도 현금 승차자가 있다면 이들을 보호할 대안도 마련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버스요금 결제 방법을 좀 더 널리 알리도록 하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선불교통카드 충전액의 환불수수료를 받지 않는 방법도 있다. 버스정류장 표지판에 버스카드 구입과 충전을 할 수 있는 가까운 편의점 지도를 그려두는 것도 좋겠다. 현재 서울시내의 편의점 개수는 1만 개 정도이며, 버스정류장 수는 6254개다(2019년 3월 기준). 

향후 시내버스의 100% 카드화를 위한 중간 단계로서 거스름돈 제도를 폐지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서울의 시내버스는 요금통에서 거스름돈을 주고 있는데, 이 때문에 미리 거스름돈을 준비해야 하고 운전 중에도 거스름돈을 내어주느라 버스회사와 버스기사의 업무가 늘어난다. 

그러나 대중교통 선진국인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서는 버스를 탈 때 현금을 받기는 하지만 거스름돈은 주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요금통의 구조가 간단해지고 관리비용도 줄어든다. 현금 승차를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고려할 만하다. 이 경우 요금 지불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50원이나 100원 단위보다 500원이나 천원 단위의 딱 떨어지는 숫자로 현금 요금을 정하면 좋을 것이다. 

아울러 현금 요금을 정할 때, 교통카드와 현금 요금 차이를 늘리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04년 당시 현금 대비 교통카드의 할인율은 11%(800/900원)였지만 지금은 8%(1200원/1300원)로 떨어진 상태다. 그만큼 현금 대신 교통카드로 유인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향후 대중교통요금 인상 시 교통카드의 인상을 현금보다 적게 한다면 교통카드 이용률을 지금보다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격감으로 대중교통 산업은 근본부터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발달된 IT기술을 활용하여 현금승차제를 개선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안면인식으로 요금을 결제하는 기술, 블루투스를 이용해 카드를 찍지 않아도 통과가 가능한 개찰구 등 다양한 기술이 나오는 시대에, 현금승차는 낡은 제도일 수 있다. 아직 현금 요금을 내는 1%의 승객을 보호하면서, 버스산업을 효율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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