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0.10.14. 13:10

수정일 2020.10.14. 16:54

조회 1,564

“엄마가 많이 틀려도 되니까 씩씩하게 하라고 하셨어요.”

“초등학생이 용기 있네.” 큰 화면에 비친 어린이의 말에 구경하던 시민이 한마디 했다.

“왜 임금님이 거기에 계세요?”

“내가 여길 만든 이성계 란다. 지금 내시와 함께 둘러보고 있지.” 지나가던 어린이가 묻자 왕의 복장을 한 담당자가 근엄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초등학생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양도성 골든벨이 비대면으로 개최되었다.

초등학생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양도성 골든벨이 비대면으로 개최되었다. ⓒ김윤경

지난 10월 9, 10일 남산 한양도성 남산구간에서 제8회 한양도성문화축제가 개최되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온‧오프라인 함께 진행했고, 필자도 사전신청을 통해 부채와 마스크 등 순성꾸러미를 택배로 받았다. 작은 야외 무대에서는 도성문화 골든벨 결승전이 열려, 예선을 통과한 어린이들이 랜선을 통해 우열을 가리고 있었다. 또한 호랑이와 임금님 복장을 한 관계자들과 사진을 찍는 ‘웰컴 투 한양도성’을 비롯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잇기순성’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번 축제에서 필자의 관심을 끈 건 축제가 열린 장소이자 이달 말 정식개방을 앞둔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이었다. 늘 공사로 가려져 있었는데 한양도성 문화제 이틀 동안 시범 개방을 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한양도성 6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전해줘 학술 가치가 높다. 14세기 한양도성 축성 초기부터 19세기까지 변화된 축성 기술은 물론, 일제강점기 훼손 흔적인 조선신궁 배전터이자 1960년 남산식물원의 분수대까지 이 안에 모두 녹아있다.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안내를 보고 있는 시민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안내를 보고 있는 시민 ⓒ김윤경

그런 다양한 역사를 함께 보고자 남산 회현자락에 있는 축제 장소를 찾았다.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은 안중근 역사기념관 바로 옆에 있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마지막 장면으로 유명한 삼순이 계단을 올라 마스크를 쓰고 있는 위안부 기림비를 지나면 조선 신궁터 자리에 도착한다. 앞에는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임시개방’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바로 알 수 있다. 전시관은 개관 준비 중인 실내 전시관과 야외 전시장인 한양도성 유적, 조선신궁 배전터, 분수대, 방공호, 각자성석으로 크게 나눠져 있다.

분장을 한 담당자들의 모습(왼쪽)과 공모를 통해 뽑힌 시화전과 사진전 전시 (오른쪽)

분장을 한 담당자들의 모습(좌)과 공모를 통해 뽑힌 시화와 사진 전시 (우) ⓒ김윤경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은 2013년부터 발굴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한양도성 성벽은 숭례문에서 남산 정상까지 이어져 있는데 발굴 조사를 통해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한 성벽의 유구가 발견되었다. 1396년 건설한 조선왕조 수도 성곽인 한양도성의 이 성벽은 남서쪽에 해당한다. 현재 성벽은 발굴 상태 그대로 전시되고 있다.

시기별 성돌변화를 바로 알 수 있어 재미있었다.

시기별 성돌변화를 바로 알 수 있어 재미있었다. ⓒ김윤경

전시에서 재미있게 본 건 수도 성곽을 쌓고 보수 공사와 수리가 대규모로 이뤄진 흔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양도성이 조선 왕조 전 시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벽을 고쳐 쌓았기에 다양한 축조 방식과 성돌의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신기하고 흥미롭다.

성돌만 해도 모두 다르다. 14세기에는 거칠게 다듬은 자연석, 15세기에는 납작하고 둥근 모양, 18세기에는 가로 세로 40~45cm 내외의 규격화 한 네모난 방형, 19세기에는 가로, 세로 60cm의 네모 반듯한 정방형 돌을 정교하게 다듬어 사용한 걸 볼 수 있었다. 5세기에 걸친 조선 왕조 축성 기술의 발전한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또한 당시 돌을 알 수 있도록 안내판에 그려 놓아 비교해보며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있어 좋다.

구조물 흔적도 알기 쉽게 돼 있었다.

구조물 흔적도 알기 쉽게 돼 있었다. ⓒ김윤경

또한 남산 한양도성 성벽을 쌓을 때, 임시로 나무 기둥을 박았던 곳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남산 한양도성 유적에서 총 137개의 기둥 흔적이 발견되었고, 보호를 위해 모두 보존 처리 했으며, 일부는 공개하고 나머지는 모래를 채워 땅속에 묻었단다.

각자성석에 대해 나와 있다.

각자성석에 대해 나와 있다. ⓒ김윤경

한양도성의 각자성석도 볼 수 있다. 각자성석은 한양도성 성돌에 성을 쌓는 일과 관련된 글자가 새겨져 있는 성돌을 뜻한다. 각자성석은 시대에 따라 좀 더 상세한 내용이 담겨있다.

돌무리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돌무리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김윤경

각자성석을 보러 가기 전, 가는 길도 유심히 보자. 길 옆에 놓인 돌무리 들을 볼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칠 뻔한 이 돌무리들을 안내판에 적힌 내용을 보고 가자. 일제 강점기 조선신궁을 조성할 때 사용한 축댓돌(견치석)로, 오른쪽은 조선시대 성돌로 추정되며 모양에 따른 구분하도록 사진으로 설명을 해줘 특히 아이들과 찾아보는 재미를 준다. 순성관, 성곽마을 주민과 연계해 '한양도성을 지키는 아름다운 사람들' 사진전과 시화전도 전시되었다. 청사초롱이 색색이 매달린 곳에서 시를 읽는 재미는 쏠쏠했다.

임시 개방한 소중한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임시 개방한 소중한 '한양도성 유적전시관'ⓒ김윤경

10월, 코로나19 등 여러모로 힘들 때 ‘도성을 하루에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더욱 간절하게 들려온다. 백범광장과 안중근기념관, 조선 신궁터 등 우리 민족의 여러 역사가 담겨 있는 남산, 그리고 그곳에 위치한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정식 개방하면 한 번 일대를 방문해 찬찬히 알아보는 건 어떨까.

■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연내 정식개방 예정)
○  위치 : 서울 중구 회현동1가 100-267 (안중근의사 기념관 맞은 편)

○  문의 : 02-2133-2657

▶ ‘내 손안에 서울’ 앱으로 받아보기
▶ '코로나19 서울생활정보' 한눈에 보기
▶ 내게 맞는 '코로나19 경제지원정책' 찾아보기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