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차 먼저! 도로에서 ‘양보’는 선택 아닌 필수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0.10.13. 13:27

수정일 2020.12.28. 15:38

조회 6,252

양보표지판

‘양보’ 교통 표지판은 ‘진행 중인 차를 먼저 보내라는 뜻’으로 운전자가 꼭 지켜야 할 의무이다. ©Getty Images Bank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74) 운전할 때 양보 표지판 안 지키면 큰일나요

일상 속에서 ‘양보’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길이나 자리, 물건 따위를 사양하여 남에게 미루어 줌’으로 되어 있다. 다만 생활 속 양보는 의무는 아니다. 약한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안 했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양보를 하기 싫어도 반드시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운전을 할 때다. 운전 중에 양보 표지판이 나타났다면 본인이 다른 차에게 양보를 해야만 한다. 여기서 양보를 한다는 뜻은, ‘상대차를 먼저 보낸 후에 자기가 지나가라’는 것이다.

이럴 때 양보를 안 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상대방 차량은 내가 양보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기에 사고가 날 가능성이 커진다. 사고가 나면 더 큰 문제다. 양보 표지를 만나고도 양보를 안 했다면 과실비율이 높아진다. 즉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양보 표지판, 노면 양보표지판

세워두는 양보 표지판(좌),  노면에 표시하는 양보 표지판(우) ©도면교통공단

현재 쓰이고 있는 양보를 의미하는 도로교통 안전표지는 2개가 있다. 기둥 형태로 세워두는 규제표지와 길바닥에 하얀 페인트로 그려두는 노면표지다. 두 개 모두 역삼각형 모습인 것이 특징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는 있지만, U턴이나 횡단보도 표지판 등에 비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한편 양보 표지판의 국제 표준은 아무 글자도 없이 빨간 역삼각형만 있는 것이다. 매우 단순한 디자인이다. 양보 표지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흔하고 일반적인 교통 표지인지를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와 세계의 교통 문화 차이에서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작은 교차로에서도 신호등을 이용하여 시시콜콜하게 방향과 진행을 정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양보 표지판에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과다한 신호등 설치를 지양하고 교차로에서는 통행의 우선순위만을 설정한 뒤, 교통정리 없이 운전자들이 자율적으로 지나가는 게 보편화되어 있다. 당연히 통행의 후순위임을 알려주는 양보 표지판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운전자들도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양보 표지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우리나라 표지판에는 ‘양보’와 ‘YIELD’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용어가 이렇다보니 표지판의 양보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생활 속 양보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YIELD'는 익숙한 단어가 아니고, 산업계에서는 수율(收率)이라는 뜻으로도 쓰고 있어서 혼동이 가중된다.

실제로 세계에서는 교통표지판에 양보의 의미로 'YIELD'보다 'GIVE WAY'를 쓰는 나라들이 훨씬 많다. 쉬운 단어인데다 ‘(상대방에게) 길을 주라’는 명령문 형태라 이해가 훨씬 쉽다.

회전교차로 과실비율

회전교차로 사고 시 과실비율 사례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

도로교통의 양보가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은 바로 회전교차로이다. 회전교차로란 최근에 많이 등장한 신호등 없는 원형교차로이다. 회전교차로 통과의 대원칙은 진입차량이 교차로 내부의 차량에게 양보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내 모든 회전교차로에는 진입부에 반드시 양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이 양보를 일상생활에서 그러하듯, 안 해도 괜찮은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안에서 차량이 회전 중인데도 진입 차량이 머리부터 들이미는 위험천만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양보 표지를 지키지 않고 진입하다 사고가 났다면 과실비율은 어떻게 될까?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에 따르면 회전중인 차량에게 양보하지 않고 진입하다가 사고가 났다면 진입한 차량이 무려 80%나 과실을 한 것으로 나온다. 서행을 하지 않았다면 90%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진입 차량 운전자가 하는 말이 있다. 회전하는 차들이 끊임없이 오고 있어서, 회전중인 차량을 계속 먼저 보내다보면 내가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전교차로에서는 상황이 어떻든 간에 진입차량이 회전차량을 먼저 보내주어야 하는 게 맞다. 양보 표지도 신호다. 선택적으로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모든 운전자들은 교통 표지판의 ‘양보’가 일상생활의 양보와는 다른 것임을 알아야 한다. 단순히 운전 중에 ‘선의’를 베풀라는 게 아니고, 진행 중인 차를 나보다 먼저 보내라는 ‘의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25조(교차로 통행방법) ⑥ 모든 차의 운전자는 교통정리를 하고 있지 아니하고 일시정지나 양보를 표시하는 안전표지가 설치되어 있는 교차로에 들어가려고 할 때에는 다른 차의 진행을 방해하지 아니하도록 일시정지하거나 양보하여야 한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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