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디자인’ 수상작 랜선 감상기

시민기자 박혜진

Visit186 Date2020.09.10 10:36

휴대폰 속 사진첩을 뒤적이다보면 ‘도전해볼까’ 하다가 때를 놓친 공모전 캡처 이미지들이 남아있곤 한다. 지난 봄 진행된 ‘2020년 성평등 디자인 공모전’도 그중 하나였다. ‘다양한 여성의 몸을 표현한 디자인 픽토그램 및 일러스트’라는 자유주제에 관심이 갔는데 막상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다가 마감기한을 놓쳐버렸다. 그런데 어느덧 공모전 당선작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9월 1~7일 성평등 주간을 맞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서 2020년 성평등주간 기념행사를 개최하는데, 첫 순서로 성평등 디자인 공모전의 시상식이 열린다는 것이다. 비록 공모전에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작품들이 뽑혔을지 궁금증이 일었다.

성평등 디자인 공모전(왼쪽)의 결과가 성평등주간 기념행사에서 발표되었다.

성평등 디자인 공모전(왼쪽)의 결과가 성평등주간 기념행사에서 발표되었다. Ⓒ서울시

성평등 디자인 공모전 시상식은 ‘2020년 성평등주간 기념행사(9월 7일~15일)’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다. 성평등주간 기념행사는 ‘뉴노멀 시대, 성평등으로 서울의 기준을 만든다’는 주제로 열리며 시상식은 7일 오후 2시에 유튜브 라이브로 중계되었다. 총 74팀의 응모작 중 여성의 외모보다 활동성을 드러낸 일러스트, 성평등 직업군 등을 주제로 한 디자인 작품 5점이 선정되었다.

시상식 라이브를 시청하지 못했더라도 성평등주간 기념행사 누리집(http://2020성평등주간.kr)에 방문하면 온라인 전시회를 둘러보듯 수상작을 감상할 수 있다. 기념행사 누리집에는 ‘새로운 기준, 체인지 디자인’이라는 시상식 메뉴가 있는데, 이를 클릭하면 수상작이 게재된 성평등 문화 콘텐츠 페이지(https://sfwf-contents.weebly.com)로 연결이 된다. 메인 화면 맨 오른쪽의 수상작 ‘알아보기’를 클릭하면 작품들이 펼쳐진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성평등 문화 콘텐츠 페이지에서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성평등 문화 콘텐츠 페이지에서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시

대상을 수상한 김민서 씨의 ‘버라이어티’는 ‘다양한 여성의 몸’을 주제로 체조·배구·야구·축구·복싱·농구·역도하는 사람을 그렸다. 역동적이고 활기찬 표현이 인상깊다. 요즘 여성 운동선수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노는 언니’가 스스럼없는 재미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작품 역시 여성의 신체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우수상을 수상한 김수인 씨의 ‘여자는 어디든 존재한다’와 배유진, 김유미씨의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일러스트레이션’은 성역할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는 작품들이다. 씩씩한 여성 경찰, 군인, 소방관, 파일럿, 운전 기사, 축구 심판을 비롯해 전문직업인 법관 등의 모습을 컬러풀한 일러스트로 창작했다.

2020 성평등 디자인 공모전 대상 및 우수상 수상작

2020 성평등 디자인 공모전 대상 및 우수상 수상작. Ⓒ서울시

이희은 씨의 ‘Body Function’(우수상)은 제목 그대로 몸의 기능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간결한 펜 일러스트 위에 굵은 타이포그래피가 적혀 있는데 내용은 이런 식이다. ‘강철같은 다리(STEEL LEG)는 ’달리기(STILL RUNNING)‘로 이어지고, ’거대한 몸‘(BIG BODY)’은 ‘강한 힘(BIG POWER)’을 함축한다. ‘작고 마른 체형’을 선망의 대상으로 제시해온 여느 패션 화보들과는 정반대의 이미지 해석작용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조성희, 백승희 씨의 ‘사회적 성을 제외한 성평등 픽토그램’(우수상)은 공공장소에 도입하면 유용할 것 같은 작품이었다. 수유실, 에스컬레이터, 회의실, 공유주방, 임산부 주차장,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들을 나타내는 픽토그램을 편견없이 표현하려는 고민이 느껴졌다. 여성은 당연히 머리가 길고, 치마를 입는다는 식의 표현을 공공장소에서부터 지양한다면 성평등한 사회가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희은 씨의 일러스트(위)와 조성진, 백승희 씨의 픽토그램 작품.

이희은 씨의 일러스트(위)와 조성진, 백승희 씨의 픽토그램 작품. Ⓒ서울시

수상작의 면면을 보고나니 작품 각각이 가진 개성과 의미에 마음이 끌렸다. 멋진 일러스트를 한번 보고 지나치기엔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디자인 무료신청’ 페이지가 있었다. 간단한 설문을 통해 수상작 배포 링크를 받을 수 있었다. 수상작 이미지를 다운로드해서 개인 배경화면이나 프로필 등으로 사용해도 되고, 몇 가지 주의사항을 지키면 주의기관 홍보지나 웹자보, 안내지, 교육자료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러스트를 다운받아 휴대폰 바탕화면으로 설정했다

일러스트를 다운받아 휴대폰 바탕화면으로 설정했다. Ⓒ박혜진

아울러 공모전 시상식에서는 부대행사로 ‘여성, 창작을 말하다:2020’ 영상이 상영되었다. 성평등한 콘텐츠를 창작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문화 콘텐츠이다. 이 역시 성평등주간 기념행사 누리집이나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누리집에서 전체를 감상할 수 있다.

영화감독, 유튜버 등 8팀의 이야기가 담긴 플레이리스트는 각각 2분 남짓한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편집되어 금방 정주행할 수 있었다. 네 번째 트랙에 등장하는 허휘수 대표는 유튜브 소그노 채널에서 영상 프로젝트 ‘디폴트 여성 100인 인터뷰’를 진행한 과정을 소개했다. 꾸밈노동을 거부한 여성들이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하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인터뷰를 추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필자 역시 머리카락을 자르고 화장을 하지 않았더니 ‘왜 꾸미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여러 차례 시달린 경험이 있어 격하게 공감이 되었다.

이어 ‘하말넘많(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은 청년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유명 유튜버들이다. 필자도 하말넘많의 여행 브이로그 ‘디폴트립’를 보며 바닷가에서 드론을 날리고, 스위스에서 스키를 타고, 설산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이들의 호연지기에 감탄한 기억이 있다.

여성, 창작을 말하다:2020은 여성 창작자 8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여성, 창작을 말하다:2020은 여성 창작자 8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서울시

이밖에 성평등주간 기념행사에서는 청년세대 워라밸과 성평등을 논하는 랜선 토크 콘서트(9월11일), 기자이자 여성 앵커의 삶을 담은 책 ‘내 자리는 내가 정할게요’의 라이브 북토크(9월15일)도 진행된다. 라이브 행사에서는 좀 더 쌍방향 대화가 가능한 사전질문, 실시간 채팅 등의 코너가 운영된다.

다양한 랜선 행사는 코로나19가 야기한 변화 중 하나이다. 일면 소통의 가능성이 확장된 지점도 있는 것 같다. 어디서나 쉽게 접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좋았던 내용을 지인에게 ‘공유’할 수 있고, ‘다시보기’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난달 서울시와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이 개최한 ‘코로나와 나의 일’ 온라인 포럼도 청년·일자리·여성 이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접하는 좋은 기회였다.

성평등주간 기념행사의 랜선 토크 콘서트, 라이브 북토크에서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성평등주간 기념행사의 랜선 토크 콘서트, 라이브 북토크에서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서울시

끝으로 서울여성플라자 온라인 투어를 통해 배성미 작가의 에칭 작품이 있는 ‘여성 작가 계단’을 둘러보았다. 서울여성플라자의 여성 작가 계단에는 지난 2008년 설치 예술가 배성미 작가가 여성 플라자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만든 작품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가 설치되어 있다. 에칭은 판화 기법의 일종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실루엣이 계단 곳곳에 자리한 모습은 앞으로의 삶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를 상상하게 해주었다.

서울여성플라자의 여성 작가 계단에 설치된 배성미 작가의 작품을 온라인 투어로 감상했다

서울여성플라자의 여성 작가 계단에 설치된 배성미 작가의 작품을 온라인 투어로 감상했다. Ⓒ서울시

여성들이 성역할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이야기는 늘 많은 영감을 준다. 삶을 더욱 보람차게 꾸려갈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 말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백미순 대표이사는 “그간 N번방 성착취 사건, 끊이지 않는 #미투 고발 등 다양한 성차별, 성범죄를 겪으면서도 뒷전에 놓였던 성평등 이슈를 시민이 중심이 되어 재조명하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성평등이 일상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필자 역시 ‘성차별’이 아니라 ‘성평등이 현실’인 사회를 늘 염원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성평등주간이 ‘잘 된 사례’로 넘쳐나는 뿌듯한 축제로 거듭나면 좋겠다.

성평등주간 맞이 기념행사 :  http://2020성평등주간.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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