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즐거워! 어린이대공원 우중 산책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20.08.12. 14:01

수정일 2020.08.12. 16:03

조회 1,808

반세기 동안 가족 테마공원으로 사랑을 받아온 서울어린이대공원 정문

반세기 동안 가족 테마공원으로 사랑을 받아온 서울어린이대공원 정문 ©염승화

지난주 걷기 편하고 운치 좋은 도심 속 숲을 찾았다. 비가 내린 날 필자의 발길이 향한 곳은 광진구 능동로에 있는 어린이대공원이다.

정문 근처 분수대 주변을 살펴본 뒤 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아볼 요량으로 길을 잡았다. 시계 방향으로 한가로이 산책로를 걷다가 곳곳에 세워져 있는 여러 조형물들과 즐거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중 인상 깊은 것들 앞에서는 걸음을 멈추고 음미하듯 천천히 살펴보았다.

구한말에는 순종비 순명왕후의 원과 능이 있던 곳이기에 남아 있던 석물들을 만날 수 있다

구한말에는 순종비 순명왕후의 원과 능이 있던 곳이기에 남아 있던 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염승화

걷자마자 공원 옛 부지에 왕실의 원(園)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순명비 유강원 석물’을 정문 근처 열린무대 뒤편에서 만난 것이다. 석물은 1904년 조선의 마지막 임금이자 대한제국의 두 번째 황제인 순종의 황후 순명효황후를 모신 무덤에 있던 것들이다. 난간석, 상석, 석호, 석양, 석마, 문무인석 등이 봉분 앞에 놓인 것처럼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었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34호다. 순종이 왕위에 오른 1907년 능으로 격상된 원은 순종이 승하한 1926년 경기도 남양주 유릉으로 옮겨갔다.

원래 유강원이 있던 자리는‘꿈마루’로 불리는 커다란 건축물이 들어서 있다. 일제 강점기 이후 공원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줄곧 골프장 클럽하우스로 활용되었으나 수 차례의 재공사와 용도 변경을 거친 지금은 북 카페와 피크닉 정원 등으로 쓰이고 있다.

어린이들을 꿈과 상상이 풍부한 세계로 이끄는 조형물 '상상이'

어린이들을 꿈과 상상이 풍부한 세계로 이끄는 조형물 '상상이'  ©염승화

수초가 우거진 환경연못 뒤쪽에서는 ‘아기공룡 상상이’를 조우했다. 공룡이 땅 속에서 나오는 형상을 집채만 한 크기로 담은 캐릭터 모형이다. 어린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공룡 이름은 어린이들이 직접 지어주었다고 한다. 주황색, 하늘색, 노란색 등 원색의 옷을 입은 귀여운 모습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네덜란드와의 교류와 우의의 상징인 박연 상

네덜란드와의 교류와 우의의 상징인 박연 상 ©염승화

교류와 우의의 상징인 박연 상도 길섶에서 보았다. 패랭이를 쓰고 도롱이를 입은 독특한 모양이 돋보인 상이다. 1991년 그의 고향인 네덜란드 드 레이프(De Rijp)시가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다. 그는 최초로 조선인이 된 서양 사람이다. 인조 임금 때 귀화하였으며 조선인과 결혼하여 조선에서 생을 마쳤다.

3.1운동을 주도해 옥고를 치르기도 한 애국지사 송진우 선생

3.1운동을 주도해 옥고를 치르기도 한 애국지사 송진우 선생 ©염승화

싱그럽기 그지없는 푸른 잔디 벌판을 지나다가는 독립운동가 ‘고하 송진우 선생 동상’을 마주했다. 1983년에 세워진 동상 주인공은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로 중절모자를 벗어 든 평범한 할아버지 모습으로 서 있었다. 선생은 언론, 교육, 정치 등 다방면에서 이 땅의 항일 독립과 민주 건국을 위해서 헌신한 올곧은 지도자로 평가된다.

여유롭게 산책하기에 좋은 산책로가 2.7km쯤 이어진다

여유롭게 산책하기에 좋은 산책로가 2.7km쯤 이어진다. ©염승화

공원의 랜드마크처럼 공원 내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팔각당

공원의 랜드마크처럼 공원 내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팔각당 ©염승화

팔각당은 여전히 놀이공원과 동물원 사이 고개 마루에 자리하고 있었다. 공원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건축물이자 조형물로 개원 당시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공원을 지켜온 수호신 같은 존재다. 낯익은 팔각당을 보면 학창 시절 즐거웠던 추억이 절로 떠올려질 만큼 편한 마음에 젖게 된다.

가족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코끼리

가족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코끼리 ©염승화

공원에 갈 때면 빼놓지 않고 찾아보는 독특한 모양을 가진 작품이다

공원에 갈 때면 빼놓지 않고 찾아보는 독특한 모양을 가진 작품이다. ©염승화

코끼리와 원숭이 우리 등 동물원을 통과해 걸음을 세운 곳은 식물원 앞 화단이다.‘돌로 만든 거인’을 마주쳤다. 두 손으로 큼지막한 알을 안아 들고 서 있는 사람 형상으로 시민들이 소망을 적은 돌들을 골조 망에 넣어 세운 것이다.‘서울, 황금알을 낳다’라는 이름을 가졌다. 2009년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인 ‘서울시와 함께 일어서自’ 일환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둘레가 약 4km에 이르는 공원의 60%가 녹지로 조성되어 있다. 초지에 들꽃이 만발해 있다

둘레가 약 4km에 이르는 공원의 60%가 녹지로 조성되어 있다. 초지에 들꽃이 만발해 있다. ©염승화

어린이대공원은 1973년 5월 5일 개관 이래 거의 반세기 동안 가족 테마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왔다. 자연친화 환경뿐만 아니라 문화, 체육, 조경, 교양 등 다양한 시설들이 골고루 구비되어 볼거리 풍부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지하철역과 곧바로 연결되므로 접근이 편하고 오솔길 같은 부드러운 산책로가 2.7km 가량 이어져 걷기에도 좋다.

서울어린이대공원
○ 위치: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216 (능동)
○ 교통: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4번 출구 > 후문으로 바로 연결
-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1번 출구 > 정문으로 바로 연결
○ 운영: 연중무휴 / 오전 5시~ 오후 10시
- 동물원 관람시간 10:00~17:00 (입장마감 16:50)
○ 입장료: 무료
○ 홈페이지 : https://www.sisul.or.kr/open_content/childrenpark/
○ 문의: 02)450-9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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