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 거뜬하다! 요즘 뜨는 뒷동산 4곳

시민기자 김진흥

Visit422 Date2020.07.22 12:52

등산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멀리 여행을 가거나 피서를 떠나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산을 찾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올해 2월 23일부터 4월 19일까지 북한산, 계룡산, 치악산 탐방객이 전년 대비 44.2%, 47.3%, 34.3% 증가했다.

안산 정상에서 바라본 북한산 자락

안산 정상에서 바라본 북한산 자락 ⓒ김진흥

특히 등산의 인기는 2030 같은 젊은 층에서 두드러진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는 등산을 인증하는 청년들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 ‘등산스타그램’, ‘혼산족’, ‘산린이’ 등 여러 신조어들도 나오며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등산스타그램은 ‘등산’과 ‘인스타그램’을 합친 합성어, 혼산족은 ‘혼자’와 ‘산’의 합성어로 혼자 산행하는 사람을, 산린이는 ‘산’과 ‘어린이’의 합성어이다.)

하지만 너무 높은 산은 평소 등산하지 않은 사람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최근 서울관광재단은 등산하는 시민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서울 뒷동산 4곳을 추천했다. 이 산들은 해발 고도가 높지 않으면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산린이’도 즐길 수 있는 서울 뒷동산들을 소개한다. 

1. 언덕 같은 산, ‘해발 66m’ 마포구 성산

해발 66m를 들으면 산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예부터 불렸던 산이다. 마포구에 위치한 성산은 산이 성처럼 둘러싸여 있다고 해서 성산으로 불렸다. 이것을 순우리말로 성메 또는 성미라고 말해 성미산이라고도 불린다.

높지 않고, 경사로가 완만하여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성산

높지 않고, 경사로가 완만하여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성산 ⓒ김진흥

성산에서 바라본 서대문구 ⓒ김진흥

성산은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오늘날 모습이 아니었다. 원래 높이는 낮아도 규모가 꽤 큰 산이었다. 성산 1동과 성산 2동까지 연결될 정도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홍제천 공사를 하면서 성산을 반 토막 냈다. 이후 성산1동의 성산과 성산2동의 새터산으로 남게 됐다.

성산은 서울시에서 가장 뒷동산다운 곳이다. 오르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100m도 되지 않은 높이와 약 30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 코스는 산린이에게는 최적의 조건이다. 성산 전망대에는 내부 순환로와 성산동 일대를 볼 수 있다.

성미산 마을의 동네 책방, 개똥이네 책놀이터

성미산 마을의 동네 책방, 개똥이네 책놀이터 ⓒ김진흥

성산과 함께 성산 자락에 있는 성미산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성미산 마을은 지난 1994년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모여 공동 육아 방식을 모색하며 만든 ‘성미산마을공동체’가 점점 발전하면서 교육, 주거,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공동 생활하는 공동체 마을이다. 성미산 마을은 최초의 마을기업인 유기농 반찬가게인 ‘동네부엌’을 비롯해 카센터 차병원협동조합, 12년제 비인가 대안학교인 성미산 학교 등 마을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장소들이 있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동네 책방 ‘개똥이네 책 놀이터’도 가볼 만하다.

2. 지그재그 산책길과 멸종 위기 야생식물 히어리가 있는 ‘해발 110m’ 동대문구 배봉산

배봉산은 배봉산 숲속도서관부터 휘경2동 주민센터까지 위아래로 길게 뻗어 있다. 영우원((永祐園)과 휘경원(徽慶園) 터가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영우원은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소고 휘경원은 정조의 후궁이자 순조의 생모였던 수빈 박씨의 묘소다. 수빈 박씨의 묘호인 휘경원은 오늘날 휘경동 명칭의 유래가 됐다.

배봉산에는 지그재그 데크가 깔려 있어 완만한 경사를 오를 수 있다

배봉산에는 지그재그 데크가 깔려 있어 완만한 경사를 오를 수 있다 ⓒ김진흥

맨발로 걷는 황톳길 ⓒ김진흥

배봉산은 인근 주민들의 휴식처로 많은 사랑을 받은 산이다. 그 예로, 2018년에 완공된 배봉산 둘레길이 대표적이다. 배봉산 둘레길은 지난 2013년부터 서울시에서 등산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서울시는 애초에 배봉산 연륙교에서 동성빌라 뒤까지 약 0.7km만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호응과 관심으로 배봉산 한 바퀴를 순환하는 둘레길로 확장됐고 5년 공사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갖추어졌다.

총 4.5km 길이의 배봉산 둘레길은 ‘순환형 무장애숲길’이다. 이 길은 휠체어를 타고 왔거나 유모차를 몰고 온 시민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목재 데크로 조성했다. 중간에 휴게 공간과 전동휠체어 충전기도 갖추었다. 둘레길 곳곳에는 많은 나무들이 나무별로 군데군데 마련되어 있다. 떡갈나무, 팥배나무, 소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댜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조성되었다. 산책하면서 각 나무마다 내뿜는 향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둘레길을 통해 산 한 바퀴를 도는 데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배봉산 산책로는 다른 산길들과 차이점이 있다. 낮은 경사로 오를 수 있는 지그재그 형태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다른 산들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무작정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이 아닌 천천히 산책하며 누구나 등산할 수 있게 마련됐다. 독특한 산책로다 보니 배봉산을 처음 방문한 시민이라면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배봉산의 매력 중 하나는 야간 산책이다. 동대문구는 지난 2018년 둘레길 완공과 함께 배봉산 곳곳에 LED 가로등을 설치했다. LED 가로등은 기존 가로등보다 더 밝게 산책로를 비췄고 설치 이후로 배봉산에 야간 산책을 하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다른 산들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게 야간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배봉산 전망대에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는 시민

배봉산 전망대에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는 시민 ⓒ김진흥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멸종 위기 야생식물 히어리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멸종 위기 야생식물 히어리 ⓒ김진흥

배봉산 야간 산책의 절정은 전망대에 있다. 콘크리트 공법에 비해 자연 친화적인 친환경 공법으로 만든 정상부 경사면을 지나면 배봉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동대문구와 멀리 남산까지 아우르는 야경 또는 용마산과 아차산 자락 아래 서울의 모습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다른 야경 명소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전망대에는 야경을 잘 관람할 수 있게 벤치 등 휴식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배봉산을 방문했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히어리 광장이다. 히어리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 야생식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 식물이다. 키는 2~3m로 4~5월 노란 종 모양의 꽃이 모여 달린다. 열매는 9월경 둥글게 달리고 안에는 검은색 종자가 들어 있다. 히어리 광장 외에도 맨발로 걷는 황톳길도 배봉산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장소다.

3. 숲속에서 책을 읽어요~ ‘해발 134m’ 성북구 개운산

고려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와 인접한 개운산은 근처 개운사(開運寺)라는 사찰에서 이름을 따왔다. 개운사는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하는 데 기여한 무학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당시 이름은 영도사(永導寺)였지만 정조 때 사찰을 북쪽으로 옮기면서 이름을 바꾸었다.

개운산 자락에 있는 개운사

개운산 자락에 있는 개운사 ⓒ김진흥

녹음이 짙게 내린 개운산 산책로

녹음이 짙게 내린 개운산 산책로 ⓒ김진흥

개운산은 한국전쟁 이후 민둥산이 된 대표적인 산이다. 광복 이전에는 울창한 산림을 지녀 마을 사람들의 휴식처였다. 하지만 6.25전쟁 때 미아리에서 종암동을 잇는 국군의 서울 방어 저지선이 개운산의 능선이어서 포격전으로 인해 많은 나무들이 불타 예전의 모습을 잃었다. 이후 한국 정부는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식목사업으로 현재 50~60년 된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한때 개운산에 미아리촬영소라는 영화 촬영소가 있었지만 현재는 영화 촬영소는 없어졌고 1982년 근린공원으로 지정돼 현재 모습으로 유지되는 중이다.

개운산은 크게 두 가지 산책 코스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개운산 둘레길이다. 총 3.4km인 이 코스는 명상의 길, 연인의 길, 산마루 길, 사색의 길, 건강의 길이 연결되며 산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나무들 사이로 계단이 잘 조성되어 크게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성북구 관계자는 “개운산 둘레길은 산림욕장이다. 나무가 왕성하게 자라는 초여름부터 가을까지가 산림욕하기 좋은 때다. 산책하면서 숲에서 발산하는 맑은 공기과 피톤치드를 마시는 걸 권한다”라며 개운산 둘레길을 설명했다.

개운산 산마루 북카페는 숲속에서 책 읽기 좋다

개운산 산마루 북카페는 숲속에서 책 읽기 좋다 ⓒ김진흥

개운산 정상에 있는 마로니에 마당

개운산 정상에 있는 마로니에 마당 ⓒ김진흥

두 번째 코스는 숲이 좋은 길(개운산 공원길)이다. 개운산 입구에서 산 정상까지 이르는 약 1km 구간으로 시각장애인도 등산할 수 있도록 시각장애인의 편의와 안전을 최대한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이 길은 서울시 테마 산책길 중 하나로도 선정됐다.

개운산 공원길 주변에는 개운산 명소들이 존재한다. 유아숲체험장, 개운산 자연학습장, 마로니에 마당 등 여러 장소들이 있다. 그중 개운산만의 시그니처 공간인 ‘산마루 북카페’가 눈에 띈다. 이곳은 산림욕을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야외 공간이다. 빈손으로 왔어도 다수 책들이 꽂혀 있는 책장에서 마음대로 읽고 싶은 책을 꺼낼 수 있다. 시민이 손쉽게 독서할 수 있도록 3개 평상을 비치했다.

한 시민은 “가끔 이곳에서 책을 읽는데 산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4. 잣나무와 메타세쿼이아 길 그리고 봉수대 ‘해발 296m’ 서대문구 안산

말안장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안산은 벚꽃 명소로 유명하다. 매년 봄이면 많은 사람들이 안산을 찾는다. 그렇지만 안산은 사시사철 여러 매력들로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산이다. 산책로는 물론 안산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장소들로 많은 시민들을 유혹한다.

시민들의 산책로로 자주 애용하는 안산 자락길

시민들의 산책로로 자주 애용하는 안산 자락길 ⓒ김진흥

안산의 한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는 시민들

안산의 한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는 시민들 ⓒ김진흥

2013년에 개통한 안산 자락길이 대표 산책로다. 총 7km인 안산 자락길은 산허리를 한 바퀴 감싸며 도는 길이다. 서울시 테마 산책길로도 꼽힌 이 길은 휠체어나 유모차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바닥을 평평한 목재 데크와 친환경 마사토, 굵은 모래 등으로 조성됐다. 경사도도 9%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즉, 전국 최초로 지어진 ‘순환형’ 무장애 숲길이다. 안산 자락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17 대한민국공공디자인대상에서 프로젝트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성인 기준으로 한 바퀴를 도는 데 약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안산 자락길과 함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안산의 명소 3곳이 있다. 서대문 청소년 수련관 쪽에서 산속으로 좀 더 들어가면 잣나무 숲길이 존재한다. 길 사이로 높이 뻗어 있는 잣나무들은 맑은 공기와 함께 도심이 아닌 듯한 착각이 들게끔 한다. 잣나무 숲길은 지난해 서울시 여름 녹음길 220선 중 하나로 선정됐다.

하늘까지 쭉 뻗은 잣나무 숲길

하늘까지 쭉 뻗은 잣나무 숲길 ⓒ김진흥

서울시 여름 녹음길 220선 중 하나로 선정된 안산 메타세쿼이아 숲길

서울시 여름 녹음길 220선 중 하나로 선정된 안산 메타세쿼이아 숲길 ⓒ김진흥

잣나무 숲길을 지나 좀 더 산속으로 들어가면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나무들 사이로 길이 나 있다. 안산의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나무 사이로 살짝 비치는 햇살 아래 안산 나무들의 웅장한 경관이 방문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이곳은 서울시 다른 메타세쿼이아길과 차별점이 있다. 산림욕을 즐기는 주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나무들 사이로 돗자리를 펼치고 책을 읽거나 눕는 사람들 또는 눈을 감고 명상을 하거나 일행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안산에 종종 산책한다는 한 주민은 “항상 올 때마다 기분 좋게 만드는 곳이다. 생긴 지 꽤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더 조용히 즐길 수 있기도 하다. 나만 알고 싶은 장소다”라면서 미소 지었다.

돗자리를 가지고 와 숲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

돗자리를 가지고 와 숲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 ⓒ김진흥

안산 정상에 있는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13호 봉수대

안산 정상에 있는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13호 봉수대 ⓒ김진흥

마지막으로는 안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다. 정확히 말하면 무악산 동봉수대 터다.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13호인 이곳은 1994년에 서울 정도 6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복원한 것이다. 무악정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데 길이는 비교적 짧지만 경사가 꽤 있어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봉수대에 도착하면 마치 보상이라도 받는 듯 시원한 바람과 함께 서울 도심 속 아름다운 풍경이 반겨준다. 북한산 자락부터 한강, 남산 등 안산 정상에서만이 볼 수 있는 서울 풍경을 볼 수 있다. 공공 와이파이도 터져서 자유롭게 인터넷이 가능하다.

안산 주변에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봉원사, 독립문 등 여러 장소들이 있다. 안산은 인왕산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는 등산 코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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