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숲길 텃밭에 영그는 '도시농부의 꿈'

시민기자 김명옥

발행일 2020.07.14. 09:42

수정일 2020.07.15. 09:12

조회 2,139

한동안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며 무덥더니 본격적인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장마라고 해도 매일 꾸준히 비가 오지는 않았다. 오늘은 오전 내내 흐리다가 오후에는 해가 들어 며칠 동안 못 가본 경춘선숲길을 산책하며 숲길 텃밭을 살펴보았다. 시장, 마트의 야채·과일 코너에서 보는 농산물들이 숲길 텃밭에서 자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린아이처럼 마냥 신기하고 즐거운 기분이 든다.

경춘선숲길공원에는 숲길텃밭이 있다.

경춘선숲길공원에는 숲길 텃밭이 있다. ⓒ김명옥

경춘선숲길공원의 1구간(경춘철교~공릉동 경춘선 힐링쉼터)에는 함께 가꾸고 나누는 '마을공동정원'이 있다.

이 정원은 ‘칙칙폭폭 칙칙폭폭’ 추억과 낭만의 경춘선 열차가 달리고 ‘드르르 드르륵’ 벽돌공장이 있던 철길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곳으로, 도심 속 자유로운 땅의 가치를 살려 시민들이 함께 가꾸어 가는 마을공동체 정신을 되살리고자 조성됐다.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 ⓒ김명옥

철길 주변은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미루나무가 자라며,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매화나무, 산수유나무, 살구나무, 대추나무, 뜰보리수, 앵두나무 등 우리의 생활에서 낯익은 유실수를 심어 함께 가꾸고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이 공동정원에는 이 땅이 지니는 기억과 의미,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지역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숲길 텃밭'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텃밭을 가꾸기 위한 간단한 농기구와 비료 등을 보관하는 창고와 쉼터

텃밭을 가꾸기 위한 간단한 농기구와 비료 등을 보관하는 창고와 쉼터 ⓒ김명옥

숲길텃밭은 아파트, 연립, 다가구 주택과 같이 마당 없는 집에 사는 도시인들에게 직접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어 여러 가지 농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도시농부의 꿈을 키워 볼 수 있는 곳이다. 노원구에서는 올해 3월에도 숲길 텃밭을 구민들에게 분양했는데 3평 남짓의 텃밭은 엄청난 경쟁률을 거쳐 분양됐다.

숲길 텃밭은 경춘선숲길의 여러 곳에 있는데 텃밭을 가꾸기 위한 간단한 농기구와 비료 등을 보관하는 창고가 군데군데 있고 농작물에 물을 주거나 손을 씻을 수 있는 수도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창고 옆에는 도시농부들이 잠시 쉬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쉼터도 함께 준비되어 있다. 요즘엔 바람을 쐐거나 산책을 하러 나오시는 어르신들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위안의 장소다.

농작물에 물을 주거나 손을 씻을 수 있는 수도시설

농작물에 물을 주거나 손을 씻을 수 있는 수도시설 ⓒ김명옥

숲길 텃밭 사이로 걸어보니 여기저기 성인 주먹보다 더 큰 토마토, 노란 대추토마토, 붉은 대추토마토, 빨간 방울토마토가 익어간다. 고추도 주렁주렁 달렸고 윤기나는 보랏빛 가지도 달렸다. 노란 오이꽃에는 작은 오이가 달려있다. 쌈 채소를 위에서 내려다보니 꽃처럼 예쁘게 피었다.

숲길텃밭에서 자라는 농작물들

숲길텃밭에서 자라는 농작물들 ⓒ김명옥

숲길텃밭에서 자라는 토마토

숲길텃밭에서 자라는 토마토 ⓒ김명옥

자세를 낮추고 보니 자연은 비를 내리면서도 부지런히 숲길 텃밭의 농작물을 싱싱하게 키우고 있었다. 잘 자라고 있는 농작물에서 도시농부의 손길도 느껴졌다.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었겠지만 식물이 자라는 속도에 맞춰 지지대도 세워주고 쓰러지지 않도록 줄기를 묶어도 주었다.

묶은 끈을 보니 박스를 묶었던 끈부터 리본용 끈도 있고 운동화 끈도 있고 빨래집게까지 사용되었다. 일상생활 속 물건들을 활용한 모양새가 재미있기도 하고 기발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식물이 자라는 속도에 맞춰 세운 지지대와 빨래집게

식물이 자라는 속도에 맞춰 세운 지지대와 빨래집게 ⓒ김명옥

지지대도 자세히 보니 농사용으로 제조된 것도 있지만 나뭇가지부터 우산대까지 다양하다. 도시농부의 마음을 담은 문구도 텃밭에 세워져 있다. ‘모자람 있게 키우는 중, 정성을 들여 키우는 중’이란 문구 아래 심은 작물의 이름도 적혀있다. 정성을 들여 키운 토마토는 성인 주먹만큼 컸고 빨갛게 익고 있었다.

도시농부의 마음을 담은 문구도 텃밭에 세워져있다.

도시농부의 마음을 담은 문구도 텃밭에 세워져 있다. ⓒ김명옥

텃밭에서 도시농부들의 모습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쌈 채소를 수확하는 사람이 있어 잠시 말을 들어보니 직장에서 퇴근하는 길인데 오늘 저녁 찬거리라고 했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나와 텃밭을 둘러본다는 말도 전해들었다. 숲길 텃밭에 핀 해바라기처럼 도시농부의 표정이 환하다.

숲길텃밭에 핀 해바라기

숲길 텃밭에 핀 해바라기 ⓒ김명옥

장맛비가 내리는 더운 여름이지만 경춘선 숲길 텃밭엔 여기저기 농작물들이 부지런히 자라고 있다. 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생기고 익어가는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길이다. 자라나는 자연만큼 도시농부의 꿈도 함께 자란다.

경춘선숲길 텃밭

○ 위치 :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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