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추억 돋는 ‘청계천 벼룩시장’

시민기자 이선미

Visit221 Date2020.06.16 10:31

불과 50년 사이, 서울은 참 많이 달라졌다. 청계천도 마찬가지다. 청계천은 복개되어 그 위로 청계고가도로가 놓였다가 다시 2003년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원래의 물길을 되찾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76년 완공돼 약 30년 동안 청계천의 상징처럼 존재하던 청계고가다리 아래로 서민들의 웃고 우는 일상들도 펼쳐졌다. 그 가운데 한국전쟁 이후부터 벼룩시장이 형성됐던 황학동 풍경이 재현된다고 해서 서울역사박물관 청계천박물관을 찾아보았다.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청계천박물관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청계천박물관 ⓒ이선미

청계천 판잣집 뒤로 청계천박물관이 보인다.

청계천 판잣집 뒤로 청계천박물관이 보인다. ⓒ이선미

개관 이후 청계천을 주제로 한 전시를 이어온 박물관은 이번에는 ‘청계천 벼룩시장 황학동’ 전시를 준비해 1980년대 풍경을 연출했다고 밝혔다. 노점과 손님들로 왁자지껄하던 청계 7, 8가 황학동이 재현되었다.

청계천박물관 전경

청계천박물관 전경 ⓒ이선미

청계천박물관에서 ‘청계천 벼룩시장 황학동’ 전시가 열리고 있다.

청계천박물관에서 ‘청계천 벼룩시장 황학동’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선미

코로나19로 긴장 속에 문을 연 박물관은 열 체크를 하고 관람자 명단을 작성하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현재는 수도권 강화된 방역조치 시행에 따라 서울역사박물관(본관·분관)이 임시 휴관중이다)

마스크 착용과 열 체크를 확인하고 이름과 연락처 등을 작성하고 들어갔다.

마스크 착용과 열 체크를 확인하고 이름과 연락처 등을 작성하고 들어갔다. ⓒ이선미

'청계천 벼룩시장 황학동' 전시장

‘청계천 벼룩시장 황학동’ 전시장 ⓒ이선미

마치 청계고가도로 아래로 들어선 것처럼 전시가 시작되었다. 콘크리트 다리 옆으로 파라솔이 펼쳐진 수레에는 온갖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놋그릇들 사이에 심지어 상평통보까지 보였다. 말 그대로 ‘벼룩 빼고 다 판다’는 황학동 벼룩시장을 보여주는 수레였다.

청계고가도로 다리 아래 있던 수레가 재현되어 있다.

청계고가도로 다리 아래 있던 수레가 재현되어 있다. ⓒ이선미

개미시장, 도깨비시장, 만물시장으로도 불리던 황학동 벼룩시장은 한국전쟁 후에는 군수품들이 거래되기도 했고, 1970년대에는 전국의 골동품이 몰렸는데 국보급이나 문화재급도 있었다고 한다. 1980년대 이후에는 각지에서 수집된 중고품이 주로 자리를 잡았다. 올림픽 즈음에 도시정비가 시작되자 골동품 가게들은 장안평으로 이전하고 중고 벼룩시장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에 청계천 복원공사를 하면서 시장 자체가 동대문운동장으로 옮겨졌다가 지금은 신설동 서울풍물시장으로 탈바꿈했다. 그 옛날 황학동 벼룩시장 풍경은 동묘 주변에 어느 정도 남아 있다.

청계천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벼룩시장

청계천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벼룩시장

청계천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벼룩시장 ⓒ이선미

황학동 일대인 현재 신당역 서울중앙시장은 1980년대 초까지 중요한 양곡시장이기도 했다. 120여 점포가 쌀을 판매했는데 서울에서 소비되는 70%의 쌀이 이곳에서 공급되었을 정도라고 한다. 정말 오랜만에 쌀가게 풍경을 만났다. 쌀을 담아 팔던 되와 저울, 손으로 쓴 쌀가격표와 판매 장부도 반가웠다.

황학동 일대는 수도권의 쌀 70%가 유통되던 양곡시장이기도 했다. 당시 쌀가게의 풍경

황학동 일대는 수도권의 쌀 70%가 유통되던 양곡시장이기도 했다. 당시 쌀가게의 풍경 ⓒ이선미

황학동은 중고 주방용품이 거래되는 거리이기도 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연이은 올림픽을 거치며 서구식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서구식 주방기구들도 확산되었다. 지금도 마장로를 중심으로 중고 주방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여러 종류의 휴대폰과 공중전화 등도 오랜만에 만났다.

여러 종류의 휴대폰과 공중전화 등도 오랜만에 만났다. ⓒ이선미

무엇보다 시민들의 발길이 잦았던 곳은 각종 오디오 기기를 팔던 점포들이 아니었을까?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진공관 라디오부터 트랜지스터 라디오, 전축, 워크맨 등 각종 음향기기도 전시되었다. LP판과 비디오테이프 역시 많은 손님을 끈 품목이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싶은 골동품들이 즐비했다. 정말 몇십 년 만에 세상은 놀라운 속도로 달라져왔고, 그러다보니 우리 생활용품들 역시 급속히 변화해왔다.

오랜만에 본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전축 등은 지금 세대에게는 낯선 물건들이다.

오랜만에 본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전축 등은 지금 세대에게는 낯선 물건들이다.

오랜만에 본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전축 등은 지금 세대에게는 낯선 물건들이다. ⓒ이선미

황학동에는 우리 근현대사가 뒤섞여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유행의 자취가 유물로 남아 있었다. 말하자면 황학동은 생활사박물관의 원조였다고 할 수 있다. 전시장은 황학동 노점생활로 시작해 자신의 삶을 개척한 상인의 인터뷰와 현재 황학동 주변의 역동적인 하루를 담은 타임랩스 영상으로 더욱 시장 분위기를 자아냈다.

금방이라도 돋보기를 낀 수리공 할아버지가 ‘뭘 찾느냐’고 나올 것 같은 가게도 있다.

금방이라도 돋보기를 낀 수리공 할아버지가 ‘뭘 찾느냐’고 나올 것 같은 가게도 있다. ⓒ이선미

코로나19 상황이 일깨워주는 한 가지는 인간이 지구에게 바이러스일 수 있다는 현실이었다. 사람들의 활동이 멈추자 지구가 되살아났다. 지구 곳곳에서 복원되고 있는 환경을 뉴스로 접하며 놀라우면서도 두려웠다. 우리가 변화하지 않으면 지구는 다시 병이 깊어질 것이고 언젠가는 회복불능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 옛날엔 물자가 부족해서 아끼며 살았지만 이제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줄이고 아끼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청계천 벼룩시장 황학동' 전시장 전경

‘청계천 벼룩시장 황학동’ 전시장 전경 ⓒ이선미

서울시에서 한 번씩 이벤트처럼 시민들이 참여하는 장이 열리지만, 자원을 재활용하고 서로 바꿔 쓰는 차원에서의 상설 벼룩시장이 곳곳에 확대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구 천만의 거대도시 서울에 보물상자 같은 벼룩시장 한 곳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벼룩시장이 일상적 공간으로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청계천 벼룩시장 황학동’ 전시는 10월 4일까지 이어진다

‘청계천 벼룩시장 황학동’ 전시는 10월 4일까지 이어진다. ⓒ이선미

기자가 다녀온 후 안타깝게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박물관은 별도 안내 시까지 임시휴관에 들어갔다. 빠른 시간 내 아무 문제없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 청계천 벼룩시장 황학동 展
○ 전시기간 : 2020. 4. 29.(수) – 2020. 10. 4.(일)  (※수도권 강화된 방역조치 시행에 따라 임시 휴관중)
○ 전시장소 : 청계천박물관 기획전시실

■ 청계천박물관
○ 위치 : 서울시 성동구 청계천로 530 (※수도권 강화된 방역조치 시행에 따라 임시 휴관중)
○ 관람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s://museum.seoul.go.kr/cgcm/index.do
○ 문의 : 02-2286-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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