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감성 물씬~ '대중음악박물관'에서 음악여행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0.06.12. 14:53

수정일 2020.06.12. 15:20

조회 3,767

잠실역에 인접한 롯데월드몰 5층에 가면 음식점이 즐비하다. 그곳에서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추억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었던 빨간 공중전화 부스와 버스정류장 표지판 그 옛날 흔했던 길거리 풍경을 다시 만나게되니 너무 반가웠다.

1980년대를 연상케하는 버스정류장 표지판과 공중전화 부스

1980년대를 연상케하는 버스정류장 표지판과 공중전화 부스 ⓒ윤혜숙

유난히 빨간 공중전화 부스와 노란 버스정류장 표지판, 그리고 내걸린 영화 포스터 간판까지, 그 시절엔 무채색보다 눈에 확 튀는 빨강, 노랑, 파랑 등의 원색을 선호했다. 먹고 사느라 바빴던 그 당시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기엔 강렬한 원색이 효과적이었던 걸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옛 추억을 찾아 여기저기 둘러보다보니 '대중음악박물관'이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잠실 롯데월드몰의 이색 카페 대중음악박물관

잠실 롯데월드몰의 이색 카페 대중음악박물관 ⓒ윤혜숙

'대중음악박물관'이라고? 분명 커피를 포함한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인데 상호가 예사롭지 않다. 역시 실내를 둘러보니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박물관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게 여느 박물관과는 또 달랐다. 보통 박물관은 전시품을 관람객들의 손에 닿지 않도록 투명한 유리덮개로 덮어서 전시하고, 널찍한 공간의 벽면을 따라서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게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곳은 중앙에 테이블을 두고 벽면과 모퉁이에 인테리어 소품처럼 대중음악과 연관된 각종 전시물들을 비치해 두었다. 전형적인 박물관과 카페의 틀을 깬 파격적인 공간 구성이 돋보였다. 이른바 박물관이자 카페라고 할 수 있겠다.

LP판이 빼곡히 꽂혀있는 입구 장식장

LP판이 빼곡히 꽂혀있는 입구 장식장 ⓒ윤혜숙

입구 벽면에 LP판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고 그 앞에 LP판이 원을 그리며 재생되고 있다. 디지털 음원으로 바뀐 최신 가요가 아니다. 턴테이블 위에 얹어진 LP판이 돌아가면서 미세하게 지지직거리는 잡음도 들린다. 마침 필자의 두 귀에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사춘기 시절 수줍은 여학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문세의 곡 ‘소녀’다. 발표되자마자 라디오 신청곡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점심시간마다 교정의 스피커에서 이 노래가 울러 퍼지곤 했다. 그때 교정의 벤치에 앉아서 감성에 젖어, 노랫말에 빠져들었다. 마치 노래 속 주인공 소녀가 필자를 가리키는 것 같아서 노랫말 하나하나에 필자의 마음이 들썩이곤 했다.

기획전시물 '사의 찬미' 노랫말

기획전시물 '사의 찬미' 노랫말 ⓒ윤혜숙

대형스피커 옆으로 기획전시물도 있다. 제목은 ‘사의 찬미’로, 1926년 윤심덕이 발표한 동명의 노래에서 따온 것이다. 윤심덕이 직접 가사를 썼다고 한다. 가수 윤심덕은 작곡가 김우진을 사랑했다. 남녀 간의 사랑이야 자연의 이치이건만 둘의 사랑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김우진에겐 집안에서 맺어 준 정혼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노래가 수록된 음반을 발표한 뒤 윤심덕과 김우진은 일본에서 배를 타고 조선으로 돌아오던 도중 현해탄에 몸을 던져 동반자살한다. 현생에서 맺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내세에서 완성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현생에서 못다 이룬 그들의 사랑을 비극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 감성의 턴테이블과 기타

아날로그 감성의 턴테이블과 기타 ⓒ윤혜숙

테이블 사이에 2인 책상이 있다.

테이블 사이에 2인 책상이 있다. ⓒ윤혜숙

실내를 둘러보니 딱 음악다방 분위기다. 벽면에 걸어둔 LP음반과 모퉁이에 놓인 턴테이블, 기타가 대중음악의 한 시절을 풍미했던 역사를 알려준다. 여럿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사이로 2인 책상이 놓여있다. 2인 책상의 책꽂이에는 축음기, 라디오, 대중음악 책들이 있다. 친구나 연인이 방문해서 나란히 앉아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스크린에서 영화를 상영 중이다.

스크린에서 영화를 상영 중이다. ⓒ윤혜숙

중앙에 대형 스피커를 사이에 두고 스크린이 있다. 마침 시원한 바닷가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영화의 한 장면이 흐르고 있다. 스크린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소파가 배치되어 있다. 대중음악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좌석임에 틀림없다. 이곳을 서너 번 방문했건만 그때마다 어김없이 그 자리에 누군가가 앉아있다.

직원에게 상호명이 왜 대중음악박물관인지를 물었다. 직원은 “경주에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이 있다. 경주의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서울 사람들을 위해서 이곳에 대중음악박물관을 열었다”고 답했다. 이곳의 인테리어가 특별하다고 느꼈는데 그저 그런 평범한 카페가 아니었다. 지난 2018년 1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대중음악박물관 카페가 문을 열었고 당시 이벤트도 진행했다고 한다.

대중음악박물관 홀 전경

대중음악박물관 홀 전경 ⓒ윤혜숙

1920년에 한국대중음악이 시작돼 2020년 올해 대중음악 100년사에 이르렀다. 대중음악의 역사는 대중음악 자체만의 역사가 아니다.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악기, 대중음악을 들려주는 오디오 등과 함께 발전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래서 대중음악박물관에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더불어 기타를 비롯한 여러 악기, 오디오 등의 소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대중음악박물관을 온전히 즐기려면 혼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실내를 천천히 둘러보면서 벽면과 모퉁이를 장식하고 있는 소품도 구경해보자. 과거의 대중음악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유물이다. 사람의 손때가 묻고 세월의 흔적에 빛이 바랜 낡은 전시물에서 그 시절이 아련히 떠오른다. 살다가 문득 아날로그 감성에 잠기고 싶다면 대중음악박물관으로의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특히 70, 80세대의 지나간 청춘이 엿보이는 곳이다.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면 이곳에서 아련한 추억에 잠길 수 있다.

대중음악박물관 카페
○ 위치 :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몰 5층
○ 운영 시간 : 매일 10:30~22:00

○ 문의 : 02-3213-4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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