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석 달 만에 가족 외식했어요

시민기자 김재형

발행일 2020.06.08. 14:50

수정일 2020.06.09. 11:14

조회 2,253

40대 중반을 지나가고 있는 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지난 시간을 상기해 봤다. 우리나라의 큰 환난이라고 기억되는 1997년 발생한 IMF와 2008년 경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떠오른다. 기업이 도산하고 직장인이 일터를 잃어버리는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당시 필자는 가장이 아니었기에 책임감보다 한걸음 뒤에서 응원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어느덧 아내와 두 딸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위치에서 내가 흔들릴 경우 자칫하면 가정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이 스쳤다. 당연히 사소한 씀씀이는 줄이고 그중에서도 외식은 일절 금지했다. 수입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지만 앞선 두 번의 사태를 경험하니 나도 모르게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에서 긴급생활지원비를 지급한다는 뉴스를 3월 말 접하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필자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경험에 비춰보면 외부 요인으로 인해 고용이 불안해지고 사업장의 매출이 급감해도 오직 개인이 책임지고 삶의 무게를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생활비를 지원한다는 건 보고도 믿지 못할 파격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시 긴급생활지원금으로 아이들과 석 달 만에 외식했다

서울시 긴급생활지원금으로 아이들과 모처럼 외식을 했다 ⓒ김재형

아빠가 쏜다! 아이들과 간만에 외식을 즐겼다

이후 서울시의 긴급생활비 접수가 시작됐고 빠른 행정절차를 거쳐 제로페이로 수령했다. 처음에는 가게에 가서 생활지원금으로 받은 제로페이를 써도 되는지 우물쭈물했던 기억이 있다. 혹시 모를 망신을 피하기 위해 동네 시장의 분식점을 골랐다. 떡볶이와 순대를 사 먹으면서 서울시 긴급생활지원금(제로페이)으로 결제에 성공했을 때 정말 짜릿했다. 이후 보다 적극적으로 생활지원금을 사용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서울시 긴급생활비를 사용해 ​무려 석 달 가량 중단했던 가족 외식을 재개했을 때다. 필자는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2월부터 4월까지 가족들과 일체 외식을 금했다. 이 기간 동안 아이들과 외출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았다. 생활지원금도 받았겠다 5월 5일 어린이날은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 아이들과 영등포 문래동의 한 스파게티 전문점을 찾았다. 오랜만에 외식을 하는 만큼 필자는 두 딸에게 “먹고 싶은 거 다 시켜~”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아빠가 흥을 내니 아이들도 너무 좋아했다. 사실 필자 스마트폰에 있는 서울시 긴급생활지원금을 믿고 큰 소리를 쳤던 것이다.

매주 사야 하는 마스크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 긴급생활지원금으로 결제되어 부담을 덜었다

매주 사야 하는 마스크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 긴급생활지원금으로 결제되어 부담을 덜었다 ⓒ김재형

약국 마스크부터 슈퍼마켓, 주유소, 아이들 학원비까지 긴급생활지원비로!

코로나19로 마스크를 매주 사는데 식구가 5명이다 보니 마스크 구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약국에서도 긴급생활비로 결제 가능하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고 마스크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긴급생활비 제로페이 사용 내역을 보니 족발가게, 미용실, 동네 슈퍼마켓, 화장품 가게, 빵집, 커피숍, 주유소 ​등 정말 다방면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자녀 학원비를 정부 생활지원금으로 결제하면서 잔액이 거의 없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서울시 긴급생활지원금에 없었다면 소비심리가 위축된 채로 계속 지냈을 것 같다. 서울시가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앙을 극복하고자 시민들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지원금을 줬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

주유할 때 서울시 긴급생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해서 사용했다

주유할 때 긴급생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해서 사용했다 ⓒ김재형

끝으로 긴급생활지원금 제로페이는 일흔이 다 되신 장모님이 사용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시스템이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받은 재난지원금은 일반 카드로도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함이 배가됐다.

필자는 현금을 따로 마련해, 지원금의 뜻을 담아 ​​​가족 구성원 각자에게 나눠줬다. 그리고 그동안 아이들을 돌봐주시느라 고생하신 장모님에게 재난지원금 카드를 추가로 드렸다. 장모님께서는 제로페이는 어려워서 사용을 못하셨는데, 일반 카드처럼 사용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마트에서 과일, 반찬거리, 야채, 간식거리 등 자잘한 것을 거의 매일 구입하신다. 필자가 사용하던 카드이기에 사용내역 문자가 하루에도 몇 차례 온다. 장모님은 재난지원금 잔액을 모르시는데 너무 유용하게 사용하시는 것 같아서 나중에 어떻게 카드를 되돌려 받아야 하는지 걱정이 들 정도다. 팍팍한 경제에 어르신께 용돈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정부지원금으로 효도도 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마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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