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함 가득, 초여름 백사실계곡

시민기자 문청야

발행일 2020.06.04. 11:21

수정일 2020.06.04. 17:36

조회 3,037

백사실 계곡을 흘러내리는 맑은 계곡물

백사실 계곡을 흘러내리는 맑은 계곡물 ⓒ문청야

코로나19와 씨름하는 동안 봄이 지나버렸다. 이제는 여름을 맞이할 차례이다. 해운대 해수욕장이 개장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에 대비해야 한다. 올해는 멀리 피서가기도 녹록지 않다. 그래서 도심 속 피서지를 생각해 본다. 피서하면 계곡인데 서울에도 생각보다 많은 계곡이 있다. 진관사계곡, 우이동 계곡, 백사실계곡, 북한산, 관악산 일대의 계곡 등. 이 중에서 필자가 자주 찾아가는 계곡은 백사실계곡이다. 시원한 계곡의 청량함이 온몸을 감싸고 새소리가 끊임없이 지저귀는 곳이다.

현통사를 지나자 바로 숲길이 보인다

현통사를 지나자 바로 숲길이 보인다 ⓒ문청야

세검정에서 시작해 경사가 급한 언덕길을 올라 현통사를 거쳐 백사실 계곡으로 들어갔다. 도심 버스 정류장(하림각 정류장)에서 15분 정도 올라왔을 뿐인데 주택가를 벗어나니 너럭바위에 세워진 아담한 현통사가 보인다. 백사실 계곡을 찾은 날이 5월 30일이었는데 부처님 오신 날 전등이 너럭바위 주변에 걸려있었다. 하얀 바위 사이로 아주 적은 수량의 물이 흐르고 있는 폭포를 지나자 바로 숲길로 이어진다.

아빠와 함께 아장아장 걸어 내려오는 아기가 보인다

아빠와 함께 아장아장 걸어 내려오는 아기가 보인다 ⓒ문청야

편안한 흙길을 밟으며 걷고 있는데 앞에 아빠와 함께 아장아장 걸어 내려오는 아기가 보인다. 이 길은 ‘아가도 걸을 수 있는 길이구나!’

부암동 백사실 계곡은 계곡물이 깨끗하고 숲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백사실계곡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조용하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1급수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도롱뇽이 이곳에서 서식하고 있다. 2004년 4월 도롱뇽 알주머니 수만 개가 발견된 곳으로 국립공원을 제외하고 서울 4대문 안에서 도롱뇽의 집단 서식처를 발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계곡물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쳐다보는 사람들도 보인다

계곡물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쳐다보는 사람들도 보인다 ⓒ문청야

약 1Km 구간에는 도롱뇽, 개구리, 버들치, 가재 등이 서식하고 있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는 안내판이 여러 번 보인다. 계곡물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쳐다보는 사람들도 보인다. 숲길을 따라 걸으며 옆을 보니 작은 계곡으로 맑은 물이 흐른다. 다양한 생물체가 서식해 서울시 환경 조례로 보존되는 지역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자연 생태를 배우며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시원한 물가에 앉아 한낮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백사실 계곡

시원한 물가에 앉아 한낮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백사실 계곡 ⓒ문청야

백사실 계곡 중 백석동천이라고 불리는 장소는 구한말 지은 별서(자연에 귀의하고자 전원이나 산속 깊숙이 지은 집)터가 있는 곳으로 계곡 내에서도 약간 넓은 평지가 숲속에 있어 아늑하다.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계곡 옆으로 자리 잡고 있는 별서터에는 안채와 사랑채 건물 초석과 연못 등이 남아 있다.

깊은 숲속에 숨겨진 비밀의 정원인 듯한 백석동천

깊은 숲속에 숨겨진 비밀의 정원인 듯한 백석동천 ⓒ문청야

‘백석동천’의 백석은 ‘백악(북악산)’을 뜻하고, 동천은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을 말한다. 도심 속의 자연, 과거와 현재가가 공존하는 신비로운 매력으로 가득하다.  조선시대부터 깨끗하고 조용한 휴식 공간으로 사랑을 받아왔던 곳이다.

돌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 별서터에 다다르니 그 옛날 양반들처럼 시민들이 군데군데 앉아서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청량한 숲에서 더없이 평화로워 보였는데 갑자기 놀라는 소리가 들린다. 나무에서 송충이가 떨어져 어떤 분의 어깨에 붙었다. 주변 나무들의 잎사귀를 보니 초록빛 송충이들이 꿈틀거린다. 처음에는 놀랐는데 어찌 보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리얼한 현장체험이었다.

주춧돌이 남아 있는 별서터에서 쉼을 갖는 시민들

주춧돌이 남아 있는 별서터에서 쉼을 갖는 시민들 ⓒ문청야

조상들은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는 정자를 지어 그 장소를 즐겼다. 별서 사랑채와 계곡 사이의 넓은 공간에는 큰 연못을 조성해 놓았으며, 연못 끝에는 작은 정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육모정 주춧돌이 남아 있다.

연못 끝에는 작은 정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육모정 주춧돌이 남아 있다

연못 끝에는 작은 정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육모정 주춧돌이 남아 있다 ⓒ문청야

연못 주변 벤치에 앉아 쉬고 쉬는 시민 두 분을 만났다. 이 근처 사세요? 했더니 이 근처에 살지는 않는데 자주 찾는다고 한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여기 와서 계곡 근처에 아이들을 풀어놓았다고도 한다. 왜 자주 찾냐고 물었더니 새소리가 좋고 계곡 물소리가 좋아 힐링이 된다고 했다.

백사실 생태지킴이분들 덕분에 백사실 계곡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백사실 생태지킴이분들 덕분에 백사실 계곡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문청야

계곡 아래쪽으로는 이곳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그곳에서 노란 조끼를 입은 분들이 무엇인가를 뽑고 있었다. 조끼를 자세히 보니 ‘백사실 생태지킴이’라고 쓰여 있었다. 관리가 잘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봉사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렇구나!’라고 생각되었다.

조그만 돌무덤에 꽂힌 솟대도 보인다. 소박한 시민들의 마음이 보이는 듯했다. 2~3분 정도 걸으면 각자바위가 보인다. 계곡에서 부암동으로 나가는 길에 ‘백석동천’이라고 새겨진 바위를 볼 수 있다. 부암동 주택가로 나가는 길은 능선에 해당하는 지역이며 소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이정표에서 능금마을이 보여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부암동 일대의 옛 지명이 능금마을이었다고 한다. 능금마을은 과거에 눈처럼 하얀 자두 꽃이 피는 자두밭 천국이었다고 한다.

백사실 계곡을 따라서 올라가는 산책길

백사실 계곡을 따라서 올라가는 산책길 ⓒ문청야

서울에서는 보기 드물게 자연 그대로의 호젓한 산길을 걸을 수 있다. 숲속 길에서 지팡이를 짚고 산책길을 걸으시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어르신도 좋아하는 산책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사실 계곡은 사람이 붐비지 않아 조용하다. 졸졸 흐르는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고 담소를 나누며 호젓하게 바람을 쐬며 휴식을 취하기 좋았다. 대부분 서울의 계곡은 야영 및 취사가 금지되어 있다. 간편하게 간식이나 도시락을 챙겨가거나 인근 맛집을 들르는 게 좋겠다.

백사실 계곡 어디로 나와도 지대가 높아서 큰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백사실 계곡 어디로 나와도 지대가 높아서 큰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문청야

빌라가 많은 부암동 주택가 골목 끝에 서서 내려다보니 부암동과 인왕산 자락 아래 마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암동 주택가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 백사실 계곡
 ○ 위치 : 서울 종로구 부암동 115
 ○ 교통편 : 지하철 3호선 홍제역→ 7730버스 ‘세검정 초등학교’ 또는 7018 버스 ‘하림각’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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