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사평역 지하로 미술 전시 보러 갈까?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0.06.01. 10:01

수정일 2020.06.01. 17:22

조회 2,639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은 특별하다. 영화 ‘말아톤’, 드라마 ‘천국의 계단’ 등 다수의 작품에 등장하는 촬영지로 활용되었고, 한때 무료 결혼식장으로도 이용된 바 있다. 녹사평역은 ‘푸른 숲이 무성한 들판’이라는 뜻으로 잡초가 무성해 사람이 살지 않았기에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지난 2000년, 서울지하철 6호선이 개통될 때 예전 지명을 살려 녹사평역으로 명명되었다. 인근에 용산구청 신청사가 건설되고, 2010년 4월 8일부터 구청의 기능이 이전됨에 따라 용산구청이 용산구청역으로 역명 변경을 추진하였고, 2013년 12월 26일, 녹사평역에서 녹사평(용산구청)역으로 역명이 변경되었다.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 ⓒ박은영

녹사평역의 규모는 상당하다. 지하1~5층(6,000㎡) 규모에 구조도 독특하고 아름답다. 당초 서울시청사의 이전 계획으로 대규모 환승역으로 지어진 녹사평역은 이후 계획이 무산되면서 일반 교통시설로 이용되어 왔다. 하지만, 2019년 3월, 녹사평역이 또 다시 변신했다. 서울시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서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서울시는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 시민이 공감하는 작품과 더불어 장소에 어울리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는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으로 불렸다.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녹사평역은 2018년 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지하예술정원으로 조성했다.

필자는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용산구청)에 하차했다. 흔히 '지하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사람이 많은 ‘지옥철’이지만, 녹사평역은 지하철에서 내리면서부터 흥미롭기 시작한다. 공간이 넓어 시원시원했고 이색적인 볼거리들이 가득했다. 

지하 1층에서 4층까지 연결되는 천장 중앙의 대형 유리 돔을 통해 햇빛이 투과되고 있었다. 기존의 개찰구는 지하 1층에 위치해 있어 승강장이 있는 지하 5층까지 내려가야 했지만, 서울은 미술관 사업으로 개찰구를 지하 4층으로 이동시켜 시민들이 지하 4층에서 개찰구를 통과한 후 지상으로 올라가면서 각 층에 있는 예술작품들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녹사평역의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을 활용해 정원을 꾸몄다

녹사평역의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을 활용해 정원을 꾸몄다 ⓒ박은영

예술로 태어난 작품 속에서 역사도 발견할 수 있었다. 정희우 작가의 작품 ‘담의 시간들’은 녹사평역 주변의 각기 다른 모양의 담을 탁본하여 역 안으로 들여온 작품이다. 용산 미군기지 안의 위수감옥 벽에는 6.25전쟁 당시에 남은 총탄자국도 있는데 탁본은 담의 미세한 균열까지 재현해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다.

지하 4층의 개찰구를 빠져나와 고개를 들면 또 다른 작품과 만날 수 있다. 천장에 달린 커튼과 같이 치렁치렁 내려온 조형물로 조소희 작가의 작품 ‘녹사평 여기…’다. 알루미늄 선을 코바늘뜨기로 만든 작품인데 완성까지 무려 5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식물, 숲을 연상하게 하는 이 작품 덕분에 차가운 금속이 대부분인 지하 4층 공간이 조금은 포근하게 느껴진다.

키가 큰 원목들이 듬성듬성 무리 지어 자리한 숲 갤러리

키가 큰 원목들이 듬성듬성 무리 지어 자리한 숲 갤러리 ⓒ박은영

키가 큰 원목들이 듬성듬성 무리지어 자리한 것은 김아연 작가의 ‘숲 갤러리’다. ‘자연을 예술적으로 체험하기’라는 발상으로 시작, 오랜 기간 벌채와 식재, 도시 오염으로 퇴행적인 천이를 겪은 남산 소나무 숲의 밀도와 시간, 그 안의 관계를 표현했다고 한다. 작품 소재도 소나무, 신갈나무, 때죽나무, 팥배나무, 단풍나무, 산벚나무 등을 사용했다.

에스컬레이터 길 양쪽으로 정진수 작가의 '흐름' 영상이 상영된다

에스컬레이터 길 양쪽으로 정진수 작가의 '흐름' 영상이 상영된다 ⓒ박은영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녹사평역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녹사평역 ⓒ박은영

지하 4층 개찰구 앞에서 에스컬레이터로 가는 길 양쪽에 나오는 영상은 정진수 작가의 작품 ‘흐름’이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시민에게 사람과 자연에서 발견한 작고 아름다운 순간을 채집한 비디오아트 작품으로 작가가 수년 간 지하철을 이용하며 포착했던 위로의 순간들을 재구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푸른 식물이 싱그러운 ‘시간의 정원’

푸른 식물이 싱그러운 ‘시간의 정원’ ⓒ박은영

녹사평역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은 바로 푸른 식물이 싱그러운 ‘시간의 정원’이다. 실제 식물과 연계한 참여형 예술 프로그램이 있는 지하정원을 조성한 것이다. 휴식처이자 만남의 공간으로,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을 활용해 정원을 꾸몄다. 의자가 놓인 휴식 공간에는 녹사평역을 꾸민 작가들의 작품 설명이 있다. 서울시민정원사와 연계해 600여 개의 화분 및 조화류를 활용해 시민을 위한 정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하 4층에서 지하 1층까지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을 활용해 만든 ‘댄스 오브 라이트’는 녹사평역 지하 예술정원의 걸작으로, 지하 4층까지 떨어지는 아트리움에 자연관을 담는 빛의 공간을 조성했다. 

또한, 용산기지 주변지역 워킹투어 관련 내용들도 안내하고 있다. 용산기지 주변지역 워킹투어는 시민들과 용산기지 주변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도보여행을 떠나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용산기지의 역사, 주변지역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백여 년간 서울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한 금단의 땅을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도 함께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녹사평역에서는 용산기지 주변지역 워킹투어도 가능하다

녹사평역에서는 용산기지 주변지역 워킹투어도 가능하다 ⓒ박은영

서울지하철은 하루 평균 이용객 9백만 명에 달하는 '시민의 발'이다. 단순히 이동 수단으로만 쓰이던 서울의 지하철은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으며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공공미술 작품과 시민참여 예술프로그램, 식물정원 등이 있는 녹사평역으로 바람 쐬러 가 보자. 녹사평역의 중앙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독특한 공공미술작품들을 만나보면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6호선 녹사평(용산구청)역 주소 : 용산구 녹사평대로 195

▶ 더 많은 서울 뉴스 보기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하기
▶ 내 이웃이 전하는 '시민기자 뉴스' 보기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