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맞춤 긴급돌봄시설 '예봄센터'...주말도 걱정없어요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0.05.15. 16:51

수정일 2020.05.18. 09:38

조회 2,980

골목으로 들어가면 예술인자녀 돌봄센터가 나온다.

마포 망원동 골목으로 들어가면 예술인자녀 돌봄센터가 나온다. ©윤혜숙

마포 망원동에 있는 예술인자녀돌봄센터(예봄센터)를 찾아가는 길, 이 곳에 정말 돌봄센터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골목길로 접어드는 입구 전봇대의 안내판이 예술인자녀돌봄센터가 지척에 있음을 알렸다. 골목길로 들어서니 저 멀리서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었다.

예술인자녀돌봄센터는 2층 주택에 시설이 갖춰져 있다

예술인자녀돌봄센터는 2층 주택에 시설이 갖춰져 있다. ©윤혜숙

예술인자녀돌봄센터는 2층 주택이다. 간판만 없었더라면 영락없는 일반 주택 건물이다. 대문을 열자 아담한 마당이 펼쳐져 있다. 담벼락을 따라 나무가 자라고 있고 바닥에 흙이 깔려 있다.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친환경 놀이터도 갖춰져 있다. 아니 애당초 여기에 있던 것들이다.

예술인자녀돌봄센터 대문을 열면 마당이 나온다.

예술인자녀돌봄센터 대문을 열면 마당이 나온다. ©윤혜숙

예술인자녀돌봄센터는 말 그대로 예술인의 자녀를 돌봐주는 시간제 돌봄시설이다. 2006년부터 국내 최초로 시간제 돌봄센터를 연 사회적기업 'YMCA서울아가야'의 운영 모델을 적용해 예술인 자녀를 위한 돌봄지원사업이 시작되었다. 2014년에는 대학로에 반디돌봄센터가, 2016년에는 마포구 망원동에 예봄센터가 문을 열었다. 현재 두 센터는 YMCA서울아가야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시간제 돌봄은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돌봄서비스이다.

예술인자녀돌봄센터는 YMCA서울아가야에서 위탁운영한다. ©윤혜숙

긴급돌봄, 방과후돌봄을 지원하는 돌봄센터는 10여 년 사이에 눈에 띄게 많아졌다. 하지만 평일 저녁 늦게나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예술인들은 활동의 특성상 평일 저녁이나 토요일 등 주말에 자녀의 돌봄이 더 절실하다. 예봄센터는 이러한 다양한 예술인들의 활동에 맞춰 돌봄이 필요한 시간대와 요일로 운영이 설계되었다. 월요일 휴무를 제외하고 화~일요일까지 오전 11시~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최소 2일 전까지 예약을 하면 오전 9시~오후 10시까지도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유기농 재료로 만든 점심과 간식, 저녁식사도 제공한다.

거실 한쪽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락방 같은 공간이 재밌다.

거실 한쪽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락방 같은 공간이 재밌다. ©윤혜숙

예봄센터 돌봄 대상은 생후 24개월부터 초등 6학년까지다. 대상 연령의 폭이 넓은 건 터울이 있는 형제자매가 같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배려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는 첫째는 학교 방과후 돌봄센터에,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맡겨야 해 마음뿐아니라 동선까지 바빠질 테다.  사실 초등 자녀의 경우 학교 방과후 돌봄 서비스를 받아도 오후 5시면 끝난다. 이후 부모가 귀가할 때까지 또 다른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예봄센터는 이러한 고충을 없앴다. 무엇보다 시간당 돌봄비가 500원으로, 돌봄 사각지대를 없앤 '틈새 돌봄'이 아닐 수 없다.

마스크를 착용한 아이가 선생님과 함께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아이가 선생님과 함께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윤혜숙

코로나19 사태로 센터는 3월에 한 주를 휴관한 것 외에는 공휴일과 주말에도 계속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오후에도 1층 거실과 놀이방 곳곳에서 선생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이들이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니 어른으로서 마음이 짠하면서도 대견했다.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 분위기는 어떨까? 오히려 서로 배우는 점이 많단다. 같은 연령끼리 모여 있으면 서로 간에 경쟁이 유발되지만, 다양한 연령이 모여 있으면 서로 협동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집에선 첫째, 막내 등 각자의 서열이 존재하지만, 예봄센터에 오면 형도, 동생도 될 수 있다. 연령대가 다양해 오히려 사회성을 키우기 적합한 장점도 있다.

월별로 부모에게 프로그램 안내문을 제공한다.

월별로 부모에게 프로그램 안내문을 제공한다. ©윤혜숙

아이들이 예봄센터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놀이' 위주의 활동 때문이다. 또 주택에 자리해 아이들이 머무는 동안 집에 있는 것처럼 안정감을 느낀다.
돌봄교사의 만족도는 어떨까? 센터는 운영시간에 맞춰서 근무가 가능한 돌봄 교사를 채용한다. 주 40시간을 원칙으로 하되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근무할 수 있는 조건을 수용하는 교사를 채용하기에 문제가 없다.

이처럼 예술인자녀돌봄센터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돌봄 기관이다. 이용자인 예술인이 원하는 운영 시간대와 시간제 돌봄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놀이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의 경우 학교 숙제를 점검해주며 엄마가 집에서 자녀를 돌봐주는 것처럼 하고 있다. 예술인 부모가 마음놓고 자녀를 맡기고 자신의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인터뷰 중인 예봄센터 윤경아 대표

인터뷰 중인 예봄센터 윤경아 대표 ©윤혜숙

예봄센터를 맡고 있는 윤경아 대표는 “예술인뿐만 아니라 저녁과 주말에도 일을 하는 자영업자 등 많은 분들에게 이런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먼 곳이 아닌 집 근처에 예봄센터와 같은 긴급돌봄 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윤 대표는 “지역이나 직업군에 따라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으로 설계된 긴급돌봄시설이 전국 곳곳에서 운영된다면 부모 입장에서 경력 단절 없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술인자녀돌봄센터는 예술인 부모를 둔 자녀를 돌봐주는 시간제 돌봄센터다.

예술인자녀돌봄센터는 예술인 부모를 둔 자녀를 돌봐주는 시간제돌봄 센터다. ©예술인자녀돌봄센터

예봄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지원하며 이용을 원하면 각 센터에 문의하고 방문 후 회원가입을 하면 된다. 예술인자녀 돌봄센터 네이버카페에 가면 아이들의 하루 일상과 놀이, 먹거리 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취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과거 자녀의 양육으로 인해 퇴사해야만 했던 필자는 자꾸만 예봄센터가 눈에 밟혔다. 20년 전에 이런 시설이 가까이에 있었더라면 필자의 경력이 지금까지 유지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제는 인생의 선배로 예봄센터와 같은 수요자 맞춤형 긴급돌봄시설이 늘어나길 바랄 뿐이다.

■ 예술인자녀돌봄센터 안내
○ 위치 : 서울 마포구 방울내로11길 15-4
○ 교통 :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 5번 출구 도보 2분 거리
○ 지원 : 예술인복지법에 따른 얘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의 자녀 돌봄(※예술활동증명 및 관련 서류 필요)
○ 시설 : 54평 (1~2층, 방3, 주방1, 화장실2, 학부모공간)
○ 네이버 카페 : https://cafe.naver.com/yebomcenter
○ 문의 : 02-3143-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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