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사연에 뭉클…아파트 '발코니 음악회' 열리던 날

시민기자 조시승

발행일 2020.04.28. 14:46

수정일 2020.04.29. 09:24

조회 3,298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지치고 답답한 주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서로 소통하는 이색 음악회가 열렸다.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북한산 힐스테이트1차 아파트에서는 지난 4월 25일 토요일 오후 ‘발코니 음악회’가 펼쳐졌다. 아파트 중앙 분수 광장에서 열린 이번 ‘아파트 발코니 음악회'는 주민들이 모든 프로그램과 출연진 등 스케줄을 편성, 자긍심과 소통의 보람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문화행사였기에 더욱 의미있는 행사였다.

발코니 음악회를 알리는 홍보전단물

발코니 음악회를 알리는 홍보전단물 ⓒ조시승

북한산 힐스테이트 1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3월부터 서로를 격려하며 마음 면역을 키우기 위해 음악회 행사를 기획했다. 주민들의 재능기부를 신청받고 이웃들과 나누고 싶은 사연을 신청받았다. 예상보다 호응이 좋았다. 10대에서 80대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능기부 신청이 이어졌고, 은평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 지원과 이웃 은평교회 등 자원봉사자들로 알차고 풍성한 행사가 준비되었다.

아파트 발코니 연주회에서 첼로연주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

아파트 발코니 연주회에서 첼로연주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 ⓒ조시승

유사한 아파트 음악회는 이미 편성된 프로그램에 따라 공연을 즐기는,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드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북한산 자락에 울린 ‘발코니 음악회’는 입주자대표가 직접 사회를 보고 입주민들이 포스터 제작, 프로그램 기획과 무대설치, 출연진까지 전 과정을 자발적으로 준비해 의미가 깊다. 특히 음악회 출연진들이 대부분 입주민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진행돼 더욱 특별했다.

주민들 간의 사연을 담은 서신들이 아파트입구 게시판에 부착되었다

주민들 간의 사연을 담은 서신들이 아파트 입구 게시판에 부착되었다. ⓒ조시승

발코니 음악회에서는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전남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봄꽃 나눔 행사'도 함께 진행되었다.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평소의 미안함이나 고마운 사연을 담은 엽서와 함께 신청자가 이웃에게 직접 꽃을 전해주는 행사로, 사전신청을 받아 준비됐다.

'아파트 발코니 음악회'는 아파트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1인 연주, 독창, 중창 및 합창 등이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다. 코로나19에 지친 주민들은 자택 발코니 또는 주무대인 중앙분수광장 주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공연을 감상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연 관람 중인 주민들의 모습.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연 관람 중인 주민들 ⓒ조시승

공연 중간중간에는 9가지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이 셋에 직장맘인 저의 초등막내를 매일 9시에 온라인 수업을 챙겨주셔서 마음 편하게 직장생활 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의 사연”과 “아이가 아파트에서 매일 피아노 치고 바이올린 연습하고 뛰어다녀 죄송스런 마음을 갖고 있는데도 만나면 늘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아래층 분에게 죄송스런 마음과 봄향기 가득 담아 선물한다” 등 코로나19로 인한 애틋한 사연들이 소개돼 큰 공감을 얻었다.

아파트 발코니 연주회에서 피아노 연주 중인 모습

아파트 발코니 연주회에서 피아노 연주 중인 모습 ⓒ조시승

또한 “삭막했던 아파트 1110동 앞 정원에 온기를 불어넣어 아파트 풍경이 바뀐 고마움을 보며 자신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아름답게 조성된 정원을 바라봄에 대한 죄송함”을 전하거나 “마스크 구하기 어려웠던 코로나19사태 초기 생명과도 같던 마스크를 선뜻 내준 이웃에 대한 감사함과 빨리 사태가 종료되어 다시 솔숲에서 만나 교류기회를 갖기 원한다”는 사연도 주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주었다.

한 주민이 재능기부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한 주민이 재능기부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조시승

그 외 강아지 키우는 세대주가 이웃에게 전하는 미안함과 이사를 와 서먹할 때 김치도 주고 도와준 이웃에 대한 감사 인사, 코로나 19가 종식되면 서로 오가며 잘 지내기를 바란다는 희망의 사연이 연이어 소개되었다. 사연을 읽는 입주자대표도 듣는 주민들도 훈훈함을 느낄 수 있는 주민화합의 장이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10년이 넘도록 이곳 아파트 노인정 총무로 봉사하신 분이 그간 어깨를 무리하여 수술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그의 부재로 인해 노인정이 문을 닫을 지경까지 이른 것을 보니 얼마나 그 분 손길이 중요했는지 일깨워주었다며 수술이 잘되어 예전처럼 쾌차하기를 바란다는 사연에 연세 드신 분들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발코니 음악회'에서 주민 노래동아리 '솔숲'이 열연하고 있다.

'발코니 음악회'에서 주민 노래동아리 '솔숲'이 열연하고 있다. ⓒ조시승

주민들은 사연 하나하나를 읽어 내려갈 때와 연주가 펼쳐질 때, 모두 경청하고 박수와 환호성으로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좀 떨어져 있었지만 마스크 너머 ‘지금 피아노치는 학생이 00동 누구 아들이지!’, ‘색소폰 연주자는 00동에 사는 아저씨지?’, ‘저런 재능이 있었는지 몰랐네. 멋지다’라며 서로 소통하며 담소를 나누는 정겨운 풍경이 펼쳐졌다.

주민 자녀들이 그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와 행사 홍보를 알리는 그림

주민 자녀들이 그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와 행사 홍보를 알리는 그림 ⓒ조시승

낭독되는 사연 중간 중간에 이어지는 음악에 대한 재능기부는 ‘에델바이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The Sound of Silence’, ‘지금 이 순간’ 등 귀에 익은 음악들로 주민들 마음에 스며들었다. 

'발코니 음악회' 행사를 준비한 손윤호 입주자대표회장과 이춘희센터장

'발코니 음악회' 행사를 준비한 손윤호 입주자대표회장과 이춘희센터장 ⓒ조시승

북한산 힐스테이트 1차 아파트 손윤호 입주자대표회장은 "이번 행사가 그간의 닫힌 마음을 열어 서로를 알게 하고 아파트 주민들을 하나로 이어지게 하는 뜻깊은 선물이 되었다. 당초 1시간 계획 일정이 30분 늦게 끝났으나 오히려 일찍 마무리되어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발코니 음악회를 통해 오랫동안 외출을 자제해 온 주민들이 잠시나마 소통의 힘을 얻고 돌아갔을 것이다. 순간의 방심이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불안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주민과 교류하는 방법을 찾아 모두 슬기롭게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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