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비결은?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0.04.21. 14:27

수정일 2020.04.21. 16:38

조회 3,678

고층아파트 건너편 숲 속 진입로에 아담한 2층 건물이 있다. 계단을 올라가니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성동구 금호동3가에 위치한 이 곳은 책읽는 엄마와 책읽는 아이가 드나드는 작은도서관이자 어린이도서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시행되고 있는 지금 도서관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여느 때 같았으면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을 법하다. 대신 바깥 계단으로 올라가는 2층의 문은 열려 있다. 1층은 어린이도서관, 2층은 문화공유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입구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 입구 ⓒ윤혜숙

1층은 어린이도서관답게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침 도서관이 휴관 중이어서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곳곳에 책이 탑처럼 쌓여 있고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대기 중인 모습이었다.

1층 어린이도서관 내부

1층 어린이도서관 내부 ⓒ윤혜숙

2층에도 사방에 책이 꽂혀있다. 다만 1층 어린이도서관과 다른 점은 카페가 마련되어 있어서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벚꽃이 만발한 숲 속으로 난 바깥 테라스의 테이블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장소다.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는 2001년 4월에 설립된 작은도서관으로, 올해로 20년 차에 접어들었다. 사람으로 따지면 청년이다.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를 설립한 1대 대표가 기관명을 지었는데, ‘엄마’가 아이보다 앞에 나온다. 엄마가 먼저 책을 읽고 아이한테 책을 읽어주자는 뜻이 담겼다.

2층 문화공유공간 내부, 카페가 있어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2층 문화공유공간 내부, 카페가 있어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윤혜숙

엄마는 TV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아이한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엄마가 책을 읽고 성장하면 아이도 성장시킬 수 있을 거란 확신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빠도 엄마와 똑같이 육아에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아빠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는 2017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우미선 대표의 성장과 일치한다. 전공이 사서였던 우대표는 엄마로서 아이의 책을 읽어주려고 이곳에 왔다가 인연이 돼 여기서 일하기 시작했다. 2001년 당시 같이 시작했던 어린이도서관 중 남아있는 곳은 현재 2,3곳뿐이다. 그래서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는 어린이도서관으로서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우미선 대표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 우미선 대표 ⓒ윤혜숙

처음 도서관은 2001년 왕십리(지금의 소월아트홀 건너편)에서 시작했다. 이웃 주민들이 오가다 간판을 보고 찾아왔고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관심사에 따라서 동아리가 생겨났다. 동아리 내에서 회원들이 각자가 가진 재능 나눔 활동을 했다. 그러다 마을과 함께 하는 지역 축제로 '책잔치'를 벌였다. 2002년 ‘이웃과 함께하는 나랑 함께 놀자’ 마을축제이다. 지금 소월아트홀이 위치한 광장에서 책 잔치를 하니 지역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구경하러 왔다. 현재까지 21회째 매년 10월에 열린다.

문을 닫을 뻔한 위기도 있었다. 2014년 건물주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건물에서 쫓겨났다. 그때 지역 주민들이 사정을 알고 어린이도서관을 지켜주었다. 마침 성동구청이 제안해서 2015년에 지금의 건물로 이전하면서 숲속에 자리를 잡았다.

도서관은 개인회원들도 있긴 하지만 주로 가족 단위로 많이 방문한다. 고층아파트 건너 숲 속이라는 지리적 위치가 아이 혼자 여기에 오기엔 접근성이 떨어진다. 책을 매개로 해서 가족과 이웃이 관계를 맺고 있다. 책 선정도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서로 위로와 치유를 받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를 지키는 사람들, 왼쪽부터 함정희 활동가, 우미선 대표, 김선호 활동가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를 지키는 사람들, 왼쪽부터 함정희 활동가, 우미선 대표, 김선호 활동가 ⓒ윤혜숙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는 우 대표를 포함해서 총 3인이 어린이도서관 및 문화공유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 어린이도서관 및 복합공유공간을 운영하면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게 녹록치 않다. 다들 소명의식을 갖고 일한다. 매년 서울시 지원사업에 공모해서 선정되고 있는데 지원서를 제출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서울시 지원사업이 마중물이 되어준다.

도서관은 2017년 ‘우리, 마을문화기획자에 도전한다’ 프로그램으로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새로운 마을의 문화를 기획하고 실험할 활동가를 양성했다. 2018년에는 ‘우리 마을 상담소’ 프로그램으로 역시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마을 상담자를 양성했고, 작년에는 ‘책읽는 어른 책읽는 마을’ 프로그램으로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상으로 책문화에 소외된 이웃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했다.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가 있는 건물은 숲으로 연결되어 있다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가 있는 건물은 숲으로 연결되어 있다 ⓒ윤혜숙

올해 서울시 지원사업 공모는 선정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우리 동네 작가들, 그림책으로 상상하다’ 프로그램으로 베이비 부머 세대가 그림책 작가를 양성해서 그림책 활동가로 활동할 예정이다.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는 아이에게 책을 읽지 말고 도서관에서 놀다 가라고 한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아이들이 시일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 책을 읽는 엄마를 따라서 그 옆에서 책을 읽고 있다. 우 대표는 “아이들에게 책은 학습도구가 아니라 놀이도구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지 말라고 하니 엄마도 아이도 당황스럽다. 하지만 나중에 자연스레 책을 펼쳐서 읽는 엄마와 아이를 보면서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가 20년간 성장해 온 저력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문을 열고 또 다른 20년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 어린이도서관
○ 주소 : 서울 성동구 매봉18길 11
○ 운영시간 : 평일 10:00-18:00, 토요일 10:00-16:00
○ 휴관일 : 일요일과 월요일
○ 전화 : 02-2297-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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