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만나는 조계사 예불

시민기자 정인선

발행일 2020.03.27. 09:45

수정일 2020.04.14. 10:46

조회 2,064

조계사 초하루 기도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

조계사 초하루 기도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 ⓒ정인선

불교계도 정부의 권고에 따라 다중이 모이는 것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기 위해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한 생중계 법회와 기도를 실시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초하루 법회가 불자들의 참석 없이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 진행되었다. 조계종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4월 5일까지 초하루 법회 등 대중이 참석하는 행사와 모임을 전면 중단했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4월 30일) 봉축 법요식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 달 늦춰진 5월 30일 치러진다.

조계사뿐만 아니라 전국 사찰들의 대중 법회와 행사들이 중단된 가운데 유튜브를 활용한 실시간 온라인 법회가 새로운 신행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은 개별 공간에서 수행하는 모습을 카카오톡 등 SNS에 올리는 이벤트를 처음으로 진행한 결과, 200여 명 가까이 참여하는 등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참여자들은 독경과 염불, 참선, 108배 등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인증하며 수행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기를 발원했다. 

도심 사찰뿐만 아니라 산중의 사찰에서도 ‘신도 없는’ 동영상 법회를 한다. 처음으로 산문을 폐쇄한 해인사는 3월 초 유튜브 해인사TV 채널을 개설하고 실시간 법회 중계를 통해 신도들이 집에서 기도 정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왕초보 유튜버 스님들이 만드는 해인사TV는 개시 10여 일 만에 1,000여 명에 가까운 숫자가 구독을 신청했다. 온라인 법회라서 유튜브가 되는 어떤 나라에서도 동참할 수 있어서 외국에 나가있는 불자들의 호응도 좋다.

필자는 마음은 조계사 법당에 보내고, 몸은 집 안에서 조계사 초하루 사시예불에 동참했다. 사람이 많은 법당이 아니라 오롯이 예불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조계사 주지스님의 기도

조계사 주지스님의 기도

모든 생명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태어났거나 태어나려 하거나 모든 생명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보호하듯 모든 생명에 한량없는 자비심을 일으키기를 기원합니다. 저 넓고 깊고 높은 온 세상을 감싸는 사랑의 마음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모든 생명에 아낌없는 자비와 사랑을 베풀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자비경'의 구절입니다. 지금 전 세계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일상이 무너지고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시련이 닥쳤을 때 원망보다는 아름다움으로 승화해 나가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잘못을 지적하고 탓하기보다 잘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려하고 응원하는 마음은 그 어떤 바이러스보다 감염이 빠릅니다.

밝고 맑고 건강한 기운이 퍼져나가면 희망은 점점 크고 강해질 것입니다. 밝은 마음과 맑은 기운이 불안과 공포를 치료하는 약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내면의 선함과 강인함 그리고 지혜로움은 병고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최고의 무기입니다. 아파하는 모든 사람에게 안타깝고 애처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일상의 모든 순간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우리의 간절한 마음과 기도가 약이 되고, 힘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조계사 초하루 사시예불 중

주지스님께서는 모든 불자와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건강하게 코로나19를 종식시키고, 건강하게 다시 만날 때까지 기도도 열심히 하고 주변도 잘 돌보라는 당부하셨다. 스님의 기도가 코로나19로 위축되어 있는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다.

연등으로 가득한 텅 빈 조계사 경내

연등만 가득한 텅 빈 조계사 경내, 혈액 수급난 해소를 위한 헌혈 행사 ⓒ정인선

어느 시간 때나 늘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조계사 경내가 텅 빈 채 연등만 가득하다. 부처님 오신 날 연등 접수도 온라인으로 하고 있다. 음력 3월 초하루(24일), 조계사 경내에 헌혈 버스 두 대가 들어섰다. 조계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으로 헌혈자 수가 줄면서 혈액 수급이 어렵게 되자 단체 헌혈로 힘을 모아 코로나19에 따른 혈액 수급난 해소를 위한 것이다. 대한적십자사 동부혈액원과 함께 경내에서 '코로나19 소멸 발원, 자비의 헌혈 운동'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조계사 교역직 스님들과 종무원, 조계종 총무원 직원들, 조계사 행복 나눔 가피봉사단 등 100여명이 동참해 나눔을 실천했다.

초하루 법회는 대표적인 불교 활동의 하나로, 사부대중과 불자들은 매월 음력 초하루를 맞아 새로운 달을 시작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되새기고 가르침대로 실천하겠다고 다짐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법회와 비교해 가장 많은 불자들이 참여한다. 이렇게 텅 빈 조계사 경내는 처음 보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시행된 조계사 온라인 예불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직접 법당에서 스님의 맑은 목소리가 그리웠지만, 혼자 예불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 면도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4월 30일) 봉축 법요식도 한 달 늦출 정도로 불교계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지 스님의 말씀대로 밝고 맑고 건강한 기운이 퍼져나가면서 불안과 공포를 치료하는 약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희망을 품고 열심히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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