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일상의 고단함 극복 후기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20.03.23. 14:11

수정일 2020.03.23. 14:32

조회 2,409

출근하기, 점심 먹기, 회의하기, 사람 만나기, 퇴근하기... 아침부터 저녁까지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한때는 지루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평범한 일상이 어느 날 갑자기 멈춰 버리고 말았다. 코로나19라고 불리는 악성 호흡기 질환이 전 세계에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되풀이되던 일상을 불과 한 달여 만에 확 바꿔버리고 말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만 미지의 세계로 불시착한 것처럼 당황스러운 나날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마치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이라도 당한 것 마냥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여태껏 꿈에서조차 생각지 못했던 일상의 고단함과 고마움을 피부로 절감하게 만드는 요즘이다.

코로나19 예방행동 수칙이 도로 곳곳에 붙어 있다

코로나19 예방행동 수칙이 도로 곳곳에 붙어 있다 ⓒ염승화

가장 큰 변화는 개인 생활 패턴이다. 외출할 때는 습관처럼 마스크를 착용하게 된다. 심지어는 안경보다 마스크를 먼저 손에 쥘 때가 종종 있다. 손을 씻을 때도 더 오래 손바닥을 빡빡 문지른다. 눈, 코, 잎 등 얼굴에는 의식적으로 손을 대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런데도 깜박 잊기라면 하면 득달같이 세면장으로 달려간다. 손 소독제가 놓여 있는 곳은 서슴지 않고 성큼 다가가서 손바닥을 내밀어 짜고 쓱쓱 바른다. 버스, 지하철, 사무실 어디든 막론하고 손잡이는 잡지 않으려고 한다.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접할 때는 공연히 불안하고 바짝 긴장하게 된다. 불쑥불쑥 들어오는 '안전 안내 문자'에 촉각을 곤두세우거나, 확진자의 동선을 유심히 찾아보기도 한다. 자연스레 혼자 하는 습관들이 생겨났다. 방안에 혼자 있거나 혼자 자는 경우가 늘었다. 가족끼리 외식은커녕 이른바 ‘혼밥’을 먹는 횟수가 잦아진 것은 물론이다. 우두커니 멍을 때리기도 하고, 친구와의 만남을 꺼리게 되었다. 설령 만나더라도 악수는 생략한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는 일도 늘었다. 혹시라도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기침이 나올 것 같으면 참느라 애를 먹는다.

서울시에서 받는 안전 안내 문자(좌), 코로나19, 심리 방역을 위한 마음의 백신 7가지(우)

서울시에서 받는 안전 안내 문자(좌), 코로나19, 심리 방역을 위한 마음의 백신 7가지(우)

반면에 코로나19에 지친 일상을 스스로 위로하고 극복하려는 습관 두 가지가 생겼다. 우선 서울시에서 제안한 ‘심리 방역을 위한 마음의 백신 7가지’(http://news.seoul.go.kr/welfare/archives/515057?tr_code=sweb)를 열심히 맞는 것이다. 이 가운데 ‘나에게 일어나는 정상 스트레스 반응을 잘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그리고 자신을 격려한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격려 백신과 코로나19는 반드시 ’끝이 온다는 것을 인식하자‘라는 희망 백신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긍정 백신, 실천 백신, 지식 백신, 정보 백신, 균형 백신 등 나머지 백신들도 골고루 맞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면역력 증강을 위해 혼자 한강 주변을 뛰거나 걷는다

면역력 증강을 위해 혼자 한강 주변을 뛰거나 걷는다 ⓒ염승화

혼자 걷거나 뛰기 좋은 한가한 장소를 수시로 검색해서 직접 가보는 버릇이 생겼다. 의학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피해에서 벗어나려면 감염 예방수칙을 꼭 지키는 것 외에도 면역력 증강과 평상심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려면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이다. 그동안 다녀보지 못한 서울 시내 명소를 찾아 걷는 계기로 삼은 것이다. 단 그곳은 주변이 막힘없이 뚫려 있는 자연 공간이어야 한다. 산책로가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한적한 조선 왕릉도 걷기 좋다

한적한 조선 왕릉도 걷기 좋다 ⓒ염승화

서울에는 경춘선 숲길과 경의선 숲길 등 옛 철길을 재활용한 숲길이 잘 마련되어 있다. 서울숲이나 북서울꿈의숲, 푸른수목원 등도 그중 하나다. 모두 인적이 드물고 한가로이 거닐기 그만인 곳들이다. 조선 왕릉도 빼놓을 수 없다. 넓고 숲이 우거져 있는 데다 고요하다. 정릉, 헌릉, 선릉, 태릉 등 서울에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인 왕릉이 여러 군데다. 한강 물길 따라 조성되어 있는 시민공원이나 중랑천, 홍제천, 청계천, 양재천 등 개천가 역시 뛰어난 산책로들이다. 북한산국립공원을 비롯하여 관악산, 수락산, 청계산, 남산 등 서울 지역의 산들도 삼림이 울창한 청정지역이다.

지하철역에 있는 코로나19 예방행동수칙 배너

지하철역에 있는 코로나19 예방행동수칙 배너 ⓒ염승화

코로나19 확산으로 알게 모르게 고단해진 나날이다. 꾸준히 마음의 백신을 맞고 부지런히 주변의 자연 공간을 찾으며 극복해 보는 것은 삶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역설이지만 코로나19의 엄습으로 예방행동수칙을 준수하는 등 위생관념이 더욱 철저해진 점은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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