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달라진 일상이지만 괜찮아...

시민기자 정내훈

발행일 2020.03.20. 10:10

수정일 2020.03.20. 16:47

조회 1,284

코로나19 발생 두 달 만에 우리는 너무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마스크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어버렸고, 공공장소에서 기침이라도 할 적에는 많은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 목에서 올라오는 간질거림을 떨쳐내기 위해 헛기침을 해야 했다.

외출할 때 필수품이 되어버린 5총사들

외출할 때 필수품이 되어버린 5총사들 ©정내훈

최근에 부쩍 늘게 된 소비 품목은 위생 관련 용품들이다. 마스크를 필두로, 라텍스 장갑, 손 소독제와 소독용 에탄올 그리고 향균 물티슈까지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제품들은 이제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외출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 소분해놓은 손 소독제와 에탄올을 주머니에 챙긴다. 그리고 공공장소에서는 소지한 물티슈로 구석구석을 닦은 뒤에야 자리에 앉고 있다.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 ©정내훈

주변에서는 '무슨 장갑까지 착용'하냐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금속물질에 바이러스가 닿으면 최대 12시간 동안 살아있다는 기사를 본 이후로 장갑을 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입 주위에 손을 가져다 대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막기 위해 장갑을 끼게 됐다. 요리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 내가 이토록 장갑에 집착하는 날이 왔다니 정말 '웃픈현실'이 아닐 수가 없다. 

집에 상시 구비되어 있는 손 소독제와 소독용 에탄올

집에 상시 구비되어 있는 손 소독제와 소독용 에탄올 ©정내훈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손 소독제와 스프레이다. 스프레이를 온몸에 분사해 묻어 있을 세균들을 제거하고 1차적으로 손 소독제로 손을 소독한 뒤, 바로 화장실로 직행해 30초 이상 손을 씻는다. 손을 씻고 샤워까지 마치면 외출부터 귀가까지의 힘든 여정이 마무리된다.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된 뒤로 처음 구매해본 공적 마스크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된 뒤로 처음 구매해본 공적 마스크 ©정내훈

지난 9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마스크는 속칭 '금스크'가 되어버렸다. 소셜커머스에서 1,000원이 채 안 되는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던 마스크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말았다. 매번 마스크 구매에 실패하던 나에게 일주일에 2개라도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약국으로 가기 전에 마스크 알리미(https://mask-nearby.com)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연하게 누리고 있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는 순간이 와버렸다. 친구들과 마음 놓고 한강 둔치에서 치맥을 할 수도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항에서 여행을 떠나는 것도 불가능해져 버린 요즘이다. 어떤 것들을 통해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잠시 멈춰야 할 시기이지만 우리의 행복이 멈춰 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좌) 아이패드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우)

요즘 읽고 있는 책들(좌), 아이패드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우) ©정내훈

필자는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잡기 시작했다. 내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들과 취향의 것들을 가까이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최근에 관심이 생긴 예술경영과 작년부터 계획했던 독립출판을 올해는 꼭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책 쓰기에 관련된 책도 구입했다. 

대학교 강의를 위해 구매한 아이패드는 개강 연기로 인해 좋은 동영상 플레이어가 되었다. 대학교에서도 온라인 강의 실시를 실시해 조만간 제 역할을 찾게 될 것 같다. 

직접 만들어 본 향초와 디퓨져

직접 만들어 본 향초와 디퓨져 ©정내훈

똑같은 일상이 지루해질 때는 예전에 방산시장에서 구매해 둔 재료들로 향초와 디퓨져를 만들며 소소한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조금은 뒤바뀌어 버린 일상이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이 상황을 이겨내고 있다. 안전 수칙들을 잘 지키며 생활한다면 언젠가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다니고 있는 교회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월부터 유튜브를 통해서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볼 수 있는 교회라 교회 갈 때마다 설레었는데, 아쉽게도 예배의 자리가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결정된 온라인 예배지만 사역팀의 많은 노력들로 양질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다. 

온라인 예배 안내 문자

온라인 예배 안내 문자(좌), 정동제일교회의 정동젊은이교회(청년부예배) 유튜브(우) ©정내훈

온라인 예배를 드릴 때는 목사님을 비롯한 전도사님과 간사님께서 찬양인도를 해주신다. 집에서 드리는 예배지만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찬양을 함께 따라 부를 때면 저절로 박수가 나오기도 한다. 비록 랜선으로 드리는 예배지만 드리는 장소보다  마음이 더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우리 교회처럼 성도가 많은 교회들은 온라인을 통해서 예배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일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본인이 속한 등대(청년모임)의 예배 후 나눔 카톡

필자가 속한 청년모임의 예배 후 나눔 카톡

교회에서 연령대별로 진리, 빛, 길 공동체로 나뉘어 그 안에서 또 '등대'라는 작은 모임을 만들어 나눔을 가지고 있다. 본래는 예배를 마치고 등대에게 배정된 공간에서 한 주 동안의 일들과 말씀 등을 나누는데 지금은 이렇게 카카오톡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예배도, 모임의 모습도 종전과는 조금 달라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가 마주한 상황에서 주님께 드리는 최고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어서 모든 것들이 회복됐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해본다. 

코로나19로 인해 조금은 달라진 일상이지만 그대로 괜찮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나름대로의 힘을 모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각박해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서로를 위한 조그마한 배려를 펼친다면 이 상황을 조금은 일찍 종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대학교 온라인 강의도 시작된다. 처음 맞이 해보는 온라인 개강이지만 이 또한 적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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