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뜻깊게” 가족끼리 치른 아버지 장례식

시민기자 최은주

Visit2,941 Date2020.03.19 13:25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게 ‘사회적 거리두기’다. 코로나19 확신 방지를 위해 서로 물리적인 거리를 유지하자는 뜻으로 생계를 제외한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은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기업의 재택 근무가 늘어가고, 학교는 개학이 연기되고, 교회는 인터넷으로 예배를 본다. 그렇다면 장례식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할까?

말기암으로 아버지가 호스피스에 입원할 때 의사는 여명을 2개월이라 했다. 생사의 순간을 넘나들면서 아버진 깨어있는 시간보다 잠들어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가 되었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조문객을 받지 않고 가족끼리 간소한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장례식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 자체가 불편해진 것도 있지만 우리끼리 슬프지 않게 아버지를 배웅하고 싶기도 했다.

13명의 직계가족만 참여한 장례식장 모습

13명의 직계가족만 참여한 장례식장 모습 ⓒ최은주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래도 알게 된 사람에게는 조문과 조화를 사양한다고 이야기했다. 밴쿠버에 사는 큰 딸 식구들은 영상통화로 아버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그 식구들 빼고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은 직계가족 13명뿐이었다.

장례식장에는 아버지 영정 사진이 걸렸다. 넓은 접객실은 문상객이 없어 휑해 보였다. 장례식장에 ‘선구자’나 ‘보리밭’, ‘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버지가 평소 좋아하시던 노래들로 저마다 스토리가 담겨 있다. 아버지 방에서 가지고 온 TV로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틀었다. 불과 한 달 전에 찍은 모습이 맑고 고왔다. 영상을 보고 있다가 사진 속에서 자기 얼굴이 등장하면 우리는 좋아했다. 의식할 사람이 없으니 가족들끼리 자유롭게 아버지를 애도할 수 있었다.

문상객이 없는 접객실은 휑했지만 아버지를 추억하며 더 깊은 애도를 할 수 있었다

문상객이 없는 접객실은 휑했지만 아버지를 추억하며 더 깊은 애도를 할 수 있었다 ⓒ최은주

결혼식처럼 기쁜 일은 몰라도 ‘장례식처럼 슬픈 일은 함께 나누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예상 외로 견고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터넷에는 먼 친척이나 지인의 부고 문자를 받았는데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묻는 글이 넘쳐난다. 가지 말라는 댓글이 우세하다. 이 시국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례식장에 가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라고 날을 세우기도 한다. 조문을 정중히 사양한다는 문자를 받고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조문을 삼간다는 메시지를 보내오면 가지 않는 게 예의다. 코로나가 빚은 새로운 조문 풍속도가 아닌가 싶다.

이 시기에 조문을 받지 않는 게 맞다는 우리 가족의 생각과 사회적 분위기를 대부분 이해해 주었다. 지인들은 부조금과 문자로 위로를 표했다. 그것으로 마음이 전해졌음은 물론, 조문객들의 빈 자리 덕에 긴 시간 동안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도 생긴다. 그러나 소규모 지역감염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고 해외의 감염병 확산이 빨라지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 되어야 한다.  혹시나 조문 없는 장례식을 고려하고 있다면, 나는 대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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