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조선 왕릉' 산책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20.03.17. 11:52

수정일 2020.03.17. 17:25

조회 3,080

조선의 역대 임금과 왕비들의 무덤인 ‘조선 왕릉’은 서울 지역에도 몇 군데가 있다. 정릉(貞陵), 헌릉(獻陵), 선릉(宣陵) 등이 그러하다. 주위가 막히지 않고 숲이 우거져 평소 도심 속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날씨가 맑고 온화한 날, 조선 왕릉 중 하나인 '태릉(泰陵)'과 '강릉(康陵)'을 찾았다.

웅장한 느낌을 주는 태릉 능침

웅장한 느낌을 주는 태릉 능침 ©염승화

정자각과 능침 공간이 보이는 아늑한 강릉 전경©염승화

정자각과 능침 공간이 보이는 아늑한 강릉 전경 ©염승화

태릉은 조선 제11대 임금 중종의 비 문정왕후를 모신 능이다. 1565년(명종 20)에 조성되었으며 언덕 위에 봉분 하나가 있는 단릉이다. 강릉은 조선 제13대 임금 명종과 비 인순왕후를 모신 능이다. 1567년(명종 22년)에 왕릉이 조성되었고 1575년(선조 8)에 왕비 능이 조성되었다. 한 언덕 위에 좌우로 나란히 봉분을 썼기에 ‘쌍릉’이라고 부른다. 능침을 바라보며 왼쪽이 명종, 오른쪽이 인순왕후 능이다.

태릉과 강릉은 노원구 화랑로(공릉동)와 같은 영역에 있다. 두 능을 합쳐 흔히 태강릉으로 부르는 이유이다. 두 능은 자리가 가까운 것 이상으로 관계도 무척 가깝다. 문정왕후와 명종이 모자지간이니 어머니와 자식 내외의 능이 한 지역에 있는 것이다. 모두 사적 제201호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두 능은 출입구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만, 입장료를 한 군데만 내면 두 곳 모두 입장할 수 있다. 경내에서 두 능은 숲길로 연결되기도 한다. 약 1.8km가 이어지는 숲길은 소나무, 굴참나무숲과 진달래 군락이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다만 늘 개방되지 않으니 그 기간을 미리 꼭 확인해야 한다. 5월 16일~6월, 10월~11월 정해진 기간에만 출입이 가능하다.

진입로 주변에 조성된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진입로 주변에 조성된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염승화

태릉 경내로 들어서자 왼편으로 조선 왕릉 전시관이 보인다. 왕릉의 역사와 구조 등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쉽게도 휴관 중이었다. 전경 사진을 몇 장 찍고는 곧장 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홍살문이 서 있는 제례 공간 앞까지 가는 진입로 좌우에는 훤칠한 소나무들이 도열하듯 서 있다. 신림(神林)으로 불릴 만큼 유래가 깊고 울창한 송림이다.

능침 아래 목책 주변에 군락을 이룬 향나무와 소나무 노거수들이 늠름하다

능침 아래 목책 주변에 군락을 이룬 향나무와 소나무 노거수들이 늠름하다 ©염승화

홍살문에서 정자각까지 제례 공간은 널찍하니 시야가 시원하게 트인다. 휑하니 비어 있는 수라간 터를 포함해 수복방, 정자각, 비각 등 전각들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비각 뒤편 목책 주변으로 운집해 있는 향나무와 소나무 노거수들의 늠름한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조선 왕실 전시관 무석인 실물 59% 크기 복제품

조선 왕실 전시관 무석인 실물 59% 크기 복제품 ©염승화

태릉은 능침이 크고 웅장하다. 봉분은 병풍석과 난간석을 둘렀으며 그 앞에 세워진 문석인 무석인들이 유난히 커다랗다. 보통 다른 왕릉의 문무석인들은 2m 남짓이나 이곳은 무려 3.3m가 넘는 초대형이다. 토, 일요일에는 해설사와 함께 올라가 볼 수도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설 프로그램은 중지된 상태이다.

태릉과 강릉 사이를 잇는 분위기 좋은 산책

태릉과 강릉 사이를 잇는 분위기 좋은 산책 ©염승화

이윽고 태릉을 빠져나오자마자 곧바로 강릉으로 향했다. 태릉~강릉은 약 1.2km 거리이다. 걸으면 보통 20분쯤 걸리므로 길 건너편에서 버스를 타도 된다. 주위를 돌아보며 쉬엄쉬엄 걸었다. 비록 ‘태릉~강릉 숲길’에는 미치지 못하나 인적이 드물고 아름드리 가로수들이 줄지어 서 있기에 걷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일반 인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여느 왕릉에 비해 많이 협소한 강릉 입구

여느 왕릉에 비해 많이 협소한 강릉 입구 ©염승화

강릉은 입구부터 여느 능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입구 및 정문이 도로와 바짝 붙어 있고, 좁기 때문이다. 정문에서 제례 공간 시작점인 홍살문이 눈앞에 보일 정도로 가깝다. 능역도 가로, 세로가 전부 짧다. 그렇기에 한 영역에 있는 태릉과 곧잘 비교된다. 왕과 왕비를 함께 모신 강릉이 왕비 한 분을 모신 태릉에 비해 모든 것이 작기 때문이다. 강릉은 아늑하고 한가해 사색하며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금천교에서 바라본 강릉 전경

금천교에서 바라본 강릉 전경 ©염승화

산사에 온 듯 고요한 강릉 경내

산사에 온 듯 고요한 강릉 경내 ©염승화

그 맛을 얼른 느껴보고자 왕릉의 관문인 금천교 옆으로 가서 섰다. 수로 폭이 좁아 소박한 느낌이 드는 조그마한 다리다. 맨바닥에 길쭉한 돌만 깔아 놓은 태릉과는 차이를 보인다. 곧 박석이 곧게 놓인 참도를 따라 정자각 쪽으로 발길을 옮겨갔다. 수복방 자리가 비어 공연히 허전해 보이는 것을 빼놓고는 비각, 수라간 등 왕릉이 갖춰야 할 구색을 갖추고 있다. 향로와 어로로 불리는 좌우 참도의 높낮이가 꽤 크다는 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강릉은 좌우로 왕과 왕비를 모신 쌍릉이다

강릉은 좌우로 왕과 왕비를 모신 쌍릉이다 ©염승화

강릉의 능침은 태릉처럼 봉분 아래 병풍석과 난간석을 모두 둘렀다. 혼령이 쉬었다가는 혼유석을 비롯해 장명등, 문무석인 등 석물들도 봉분 앞에 차례로 놓여 있다. 예전에 강릉에 들렸을 때는 병풍석과 난간석주, 망주석 등 석물에 새긴 구름 따위 문양들도 눈앞에서 생생하게 살필 수 있었다. 그러나 훼손 우려로 개방이 금지된 지금은 먼발치에서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한가로이 산책하기 좋은 고즈넉한 강릉 경내

한가로이 산책하기 좋은 고즈넉한 강릉 경내 ©염승화

경내를 꼼꼼히 살펴보느라 이리저리 다니는 동안, 마주친 관람객은 딱 한 가족뿐이었다. 마치 깊은 산 중에 들어와 있듯, 줄곧 고요한 분위기였다. 벤치에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어도 어울릴 곳이다. ‘조선국 명종대왕 강릉 인순왕후 부좌’라고 쓰인 비각 안 표석을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발길을 되돌려 나왔다. ‘죽어서도 오랜 세월 부부가 함께 하는 복을 누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릉과 강릉 앞을 지나는 큰길 바로 맞은편은 서울시가 조성한 쾌적한 자연 공간 경춘선 숲길이다. 태릉에서 건너가면 옛 화랑대역 방면이고, 강릉에서 건너가면 숲길 기점인 담터 마을로 이어진다. 숲길은 특히 녹지가 풍성하여 철로를 따라 걷기 좋은 명소로 뜨는 곳이다. 태릉, 강릉과 연계하여 나들이 일정을 짜는 것도 좋을듯하다. 역사와 자연, 문화가 함께 하는 힐링 산책 장소로 왕릉 방문을 추천한다.

■ 서울 강릉과 태릉
○ 위치: 서울시 노원구 화랑로 681(공릉동)
○ 관람시간: 2월~5월, 9월~10월 09:00~18:00 / 6월~8월 09:00~18:30 / 11월~1월 09:00-17:3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 입장료: 성인 1,000원
○ 문의: 02-972-0370
※ 강릉 및 태릉에서 입장권을 한 번만 구입하면 두 능 모두 관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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