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온라인 예배·미사 드려요!

시민기자 최병용

발행일 2020.03.17. 12:50

수정일 2020.09.01. 18:12

조회 1,163

우리 가족은 기독교 집안이다. 형제, 자매들도 대부분 권사, 집사 등 직분을 맡고 교회를 다닌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종교계가 동참하기로 하면서, 온 가족 모두 교회를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가족 단톡방에서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라는 대화가 오가고 있다

가족 단톡방에서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라는 대화가 오가고 있다 ⓒ최병용

더불어 본 기자가 가족 단톡방에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교회가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교회 가지 말고 온라인으로 예배 드리세요.”라고 강력하게 요청한 덕분이다. 건강이 안 좋아 최근 목사를 은퇴한 형이 가장 먼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다고 이야기 했고, 목사 사모인 누나도 교회를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미사를 드리는 탓에 성당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미사를 드리는 탓에 성당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최병용

천주교는 종교계에서 가장 먼저 온라인 미사를 드리기로 발표했고, 시행 중이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처음으로 주일 미사를 중단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취해야 할 당연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지난 2월 28일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모든 종교집회를 중단하고 온라인으로 대체해달라는 간곡한 호소에 종교계가 적극적으로 화답한 결과다.

천주교 신자인 아내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잠시 성당을 찾아 마리아 상 앞에서 기도를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잠시 성당을 찾아 마리아 상 앞에서 기도를 했다 ⓒ최병용

아내가 다니는 성당도 미사를 중단했다. 2월 25일부터 3월 22일까지 미사 중단이 공지되었다. 개학이 4월로 미뤄진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사가 더 연기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성당에서 기도를 하는 것은 허용된다. 일요일 아침, 기도를 하기 위해 잠깐 찾은 성당은 고요하기만 하다.

주일이면 붐벼야 할 성당 안이 고요하다

주일이면 붐벼야 할 성당 안이 고요하다 ⓒ최병용

아예 성당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성당 마당에 있는 마리아상 앞에서 기도만 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신은 꼭 성당 안에만 있지 않고, 마음에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헌금을 못하는 대신 성당에서 나눠준 사순 저금통을 가져와 집에서 헌금을 모은다.

아내가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동안 헌금을 모으는 사순저금통

아내가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동안 헌금을 모으는 사순저금통을 찍어봤다 ⓒ최병용

사순절은 2월 26일부터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인 4월 12일까지 40일 동안으로 천주교에서 1년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념일이다. 예수가 황야에서 40일간 금식한 것을 기념해 하루에 한 끼 식사만 하거나, 육식, 생선, 달걀도 40일간 엄격하게 금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고통을 분담하며 절약한 금액을 모아 헌금을 한다.

주일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신한다며 문을 잠근 대형교회

주일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신한다며 문을 잠근 대형교회 ⓒ최병용

아내와 같이 성당을 갔다 오는 길에 근처에 있는 교회를 둘러봤다. 현관문에 예배를 중단하고 카카오TV로 예배를 드린다는 공지가 붙어 있다. 기도라도 드리고 가려고 했지만, 문마저도 굳게 잠겨 있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교회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졌다. 

불교계도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불교계도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최병용

오후에는 근처에 있는 천보사를 가봤다. 대웅전을 비롯해 사찰 전체가 적막감에 쌓여 있다. 조계종을 비롯한 한국 불교 30개 주요 종단 소속 사찰 1만5,000곳이 당분간 법회는 물론 행사도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고요함을 만끽하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신은 성당, 절, 교회가 아닌 마음속에 있다

신은 성당, 절, 교회가 아닌 마음속에 있다 ⓒ최병용

우리나라 종교계는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늘 앞장서 국난극복에 힘을 보태왔다.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를 비롯한 스님들의 저항과 일제 강점기의 천주교, 기독교인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큰 힘이 됐던 전례가 있다. 이번 코로나19는 국난에 가까운 사태다. 어쩌면 전 세계적인 혼란이기 때문에 국난보다 더하다. 이럴 때 종교계가 협조 차원에서 일체의 종교행사를 중단, 대체하는 것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너무도 당연한 조치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다함께 참여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며,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인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일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국민적 단합으로 현명하게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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