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샘물'이라는 고유명사

시민기자 서지영

발행일 2020.03.11. 10:33

수정일 2020.03.11. 17:04

조회 1,112

엘리베이터, 스카치테이프, 대일밴드, 호치키스, 에프킬라, 샤프...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특정 상표 브랜드가 해당 상품을 칭하는 고유명사가 됐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름이 브랜드가 되고, 그 분야의 고유명사가 된 인물이 있다. 탕웨이의 메이크업으로 K-beauty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아티스트. ‘정샘물뷰티’의 정샘물을 만났다. 

정샘물 아카데미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정샘물 원장의 모습

정샘물 아카데미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정샘물 원장의 모습 ⓒ서지영

많은 이들이 인생 최초의 화장을 이야기할 때, 어머니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정샘물 원장님의 어머니께서도 화장과 뷰티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저희 어머니가 이대 서양학과를 나오셨어요. 따라서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어머니 화집이나 드로잉을 보며 아트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저희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고, 양육이나 기타 사정 등이 있었기 때문에 뷰티에 큰 관심을 가질 수 없는 환경이었어요. 그래서 ‘엄마는 그런 거에 크게 신경을 안 쓰시는 분이구나’라고만 생각했죠. 근데 나중에 제가 뷰티살롱을 하고, 기업화되면서 어머니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나도 삼십 대쯤에 이런 일에 관심이 있었다”라고요. 어릴 땐 몰랐는데 지금에서야 안 거죠. 저희 어머니께서도 저와 같이, 뷰티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었다고요. 

제가 샌프란시스코의 AAU에서 순수미술을 배웠는데 그때 느낀 게 그거였어요. 순수미술이 메이크업의 모체라는 것이요. 제가 퍼스널 컬러든 뭐든 메이크업 이론들을 정립할 수 있었던 건 거기서 순수 예술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순수 예술과 메이크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거죠. ‘저희 어머니도 예술을 하셨기 때문에 관심이 있으셨겠구나’싶어요. 

정샘물 아카데미에 진열된 '정샘물뷰티'의 제품들

정샘물 아카데미에 진열된 '정샘물뷰티'의 제품들 ⓒ서지영

바닥이 보일 때까지 다 쓴 화장품을 ‘바닥템’이라고 부르곤 하죠. 원장님께선 화장품이 정말 많으실 텐데, 그래도 바닥템이 있으신가요?

네. 레드 립이요. 레드 립은 항상 바닥까지 써요. <특정 브랜드를 알려달라는 기자의 말에> 특정 브랜드요? 제 거죠.(웃음) 아니 제가 누구 거를 쓰겠어요?(웃음) 제가 원하는 대로 만들었으니 제 제품들이 얼마나 저한테 딱 맞겠습니까. 어디에도 없는 텍스처를 각 연구소에 넣고, 그걸 품평을 하고 거르고 또 거르죠. 부족한 건 다시 다 채우고요. 향도 내 맘에 들지, 텍스처도 컬러도 내 맘에 쏙 들지, 심지어 내 브랜드지. 그래서 전 제 립스틱을 항상 바닥까지 써요. 제가 느꼈던 타 브랜드 제품의 아쉬운 점을 전부 보완해서 만들고 있기 때문에 제 제품이 가장 좋아요. 외국 제품은 타 인종에게 테스트를 하니 우리 동양인과 딱 맞지는 않는다고 느껴요. 그래서 레드 립 말고도 사실 기초부터 색조, 클렌징까지 전부 제 것만을 사용해요. 지금 제 화장이 두껍죠? 지금 품평 중이라 그런 거예요. 저만 평가하는 게 아니라, 여기 모든 아티스트들, 직원들이 다 품평단이기 때문에 제품에 자신이 있습니다. 

'정샘물뷰티'의 신제품들

'정샘물뷰티'의 신제품들 ⓒ서지영

2020 봄 메이크업 트렌드를 살짝 알려주신다면요?

패션이나 메이크업 트렌드는 상당히 다양한 영향을 받는데요. 요즘 특히 산불이니 신종 코로나니 환경적, 사회적 이슈들이 많잖아요. 이러한 문제에서 오는 불안함이 그대로 트렌드에 적용되고 있어요. 따라서 안정되고 편안한 컬러들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엄마의 자궁에서 나온 옴 컬러나, 푸르고 생명력 있는 자연에서 따온 색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느끼는 편안하고 온화한 색상, 그러나 세련된 섀도들이 봄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겁니다. 또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 올해에도 역시 레드 립이 강세일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작년에는 세미 매트의 레드 립이었다면, 올해는 세미 매트가 사라지고 촉촉하고 글로우한, 리치해보이는 레드 립이 대세입니다. 베이스도 이야기하자면, 한국은 역시 촉촉한 피니시 룩이죠. 황사 때문에도 매트를 써야 한다고들 이야기하지만 한국 여성들은 영앤프레쉬를 지향하기 때문에 올해에도 촉촉한 베이스가 유행일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당일에도 끊임없이 제품을 테스트하고 꼼꼼히 피드백하던 정샘물 원장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환경, 사회 이슈까지 고려하며 사람에게 종합적인 ‘아트’를 선사하는 그녀에게 경외심까지 들었다. 앞으로도 K-beauty의 고유명사로서, 세계적으로 떨칠 선한 영향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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