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운전원, 세상의 눈과 발이 되다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0.03.11. 14:00

수정일 2020.03.11. 16:06

조회 2,915

모두가 단잠에 빠져있을 새벽 4시, 아파트에 불이 켜진다. 따뜻한 침대의 유혹을 물리치며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린다. 코로나19 퇴치에 국민의 역량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라 위생에 더욱 신경을 쓴다. 깨끗이 샤워를 하고 마스크를 하고는 차고지로 출근한다. 보통 오전 5시 40분 전후면 운전원 K씨는 개화동 차고지에 도착한다.

시각장애인 생활 이동 지원용 자동차의 운행 전 점검사항을 확인한다.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방지를 위해 차량 내부 구석구석을 꼼꼼히 소독하고 고객이 사용할 손 세정제를 비치한다. 하루 운행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되는 순간 첫 콜이 뜬다. 시각장애인의 눈과 발이 되기 위해 떠나는 길, 가슴이 두근거린다.

서울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차량 모습

서울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차량 모습 ⓒ최용수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자동차 내부 구석구석을 철저히 방역한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자동차 내부 구석구석을 철저히 방역한다 ⓒ최용수

“안녕하세요? 고객님, K기사입니다.”

“네 기사님, 안녕하세요?”

“고객님, 집까지 20여 분 걸릴 것 같아요. 날씨가 추우니 집안에 계세요. 도착해서 전화드릴게요”

“네, 고맙습니다.”

K기사는 서울시 안전속도 5030에 맞추어 운전을 시작한다. '안전속도 5030'이란 서울시에서 시행 중인 교통안전정책으로, 서울지역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사망비율은 59%에 달한다. 이에 시는 도시지역 차량 속도를 하향 조정했다. 일반도로는 시속 50km, 주택가 등 이면도로는 30km 이하이다.

서울시 안전속도 5030 지역

사대문 안 안전속도 5030 지역

어둠이 깔린 새벽, 시각장애인 고객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오늘 모실 고객은 어떤 분일까?” 집 앞에 도착하여 고객에게 다시 전화를 한다. 안전한 곳에 주차를 하고 현관 입구로 가서 고객을 맞는다. 한 팔을 내어주면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고 한 발 한 발 보조를 맞추면 고객의 발이 된다. 

“마스크와 안전벨트 하셨지요?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시 한 팔을 내어준다. 고객의 사무실까지 안내가 이어진다. 시각장애인 이동지원 운전원은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루어지는 'Door to Door'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규채용자들이 시각장애인 차량 탑승 시 체험 교육을 받고 있다

신규채용자들이 시각장애인 차량 탑승 시 체험 교육을 받고 있다 ⓒ최용수

 “기사님, 수고하셨어요. 적은 돈이지만, 자판기 커피 한 잔 하세요.”

마음만 받겠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은 1천 원을 의자에 놓고 내린다.  사실 요즘은 1천 원이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마땅치 않다. 그러나 시작장애인 고객이 건넨 1천 원은 그 가치를 계량할 수 없다. 거기에는 따스한 마음이 듬뿍 녹아 있고 하루를 기분 좋게 하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서울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서울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최용수

서울시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이동시 불편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서울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장애인 복지콜'을 운영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특별시지부이다. 1984년 12월 장애인 복지 차원에서 시작되었고, 2017년 10월에는 50+세대를 위한 보람일자리 연계 운전원이 도입되였다. 

지원센터 통합관제실의 운영상황을 견학 중인 채용자들

지원센터 통합관제실의 운영상황을 견학 중인 채용자들 ⓒ최용수

시각장애인들의 생활 이동 지원 내용 코스도 다양하다. 시각장애인 · 신장장애인들의 직장 출퇴근, 병원 가는 일에서부터 장 보기, 민원업무 처리 시 동행, 외출 및 나들이까지 있다. 시각 및 신장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의 겪는 불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랑의 눈과 발이다.

 서울시에서는 총 15개의 차고지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시에서는 총 15개의 차고지에서 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용수

17년 차 운전원 K씨는 '일반 콜택시와 달리 시각장애인의 생활 이동 불편을 지원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라며, '아내는 물론 아이들도 아빠가 자랑스럽다며 성원을 해 주네요'라고 뿌듯해했다. 

근무 투입 전 각종 기기 조작 및 운영 교육 중인 신규 채용자들

근무 투입 전 각종 기기 조작 및 운영 교육 중인 신규 채용자들 ⓒ최용수

“서울시 지부에 소속된 시각장애인 운전원은 이직률이 낮고 숙련된 베테랑들입니다.”

지원센터 임팀장의 귀띔이다. 신규 채용자는 센터의 사전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충분한 교육을 받는다. 아울러 매년 근무 평가를 통해 지속적인 자질 향상과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상도동 지원센터에서 신규 채용자 대상 직무교육 진행 중이다

상도동 지원센터에서 신규 채용자 대상 직무교육 진행 중이다 ⓒ최용수

시내에서 '서울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로고가 새겨진 자동차를 만나면 양보 운전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 코로나19에 대한 철저한 방역과 장애인들의 눈과 발이 되는 사랑의 전도사 차량이기 때문이다.

■ 서울시 시각장애인 생활 이동 지원센터
○ 위치: 서울시 동작구 상도로 216 인경빌딩 3,4층
○ 운행차량: 총 158대 / 운전원 : 175명 / 차고지 15개소
○ 장애인 복지콜 접수: 1600-4477, 02-209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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