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 인생반전 사건은?

시민기자 정내훈

발행일 2020.03.10. 13:58

수정일 2020.03.11. 17:38

조회 1,447

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

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 ⓒ정내훈

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 원장을 만났다. 굵은 뿔테 안경과 진한 레드 립은 압구정 로데오에서 마주쳐도 알아볼 수 있는 그녀의 시그니처와 같았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래서 이 자리에 설 수 밖에 없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춘들에게 조언이 되는 정샘물 원장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소개한다. 

질문에 진지하게 답변 중인 정샘물 원장

질문에 진지하게 답변 중인 정샘물 원장 ⓒ정내훈

“그 스크랩 하나로 인생이 바뀌었어요, 송두리째”

인생을 살아가며 가장 큰 고비는? 

초창기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할 때 이승연 씨에게 잘린 일이 있었어요. 이승연 씨 작품이 끝나고 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텔레비전에 이승연 씨가 나오고 있던 거예요. ‘내가 메이크업을 안 했는데 누가 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 잘렸구나’ 싶었죠. 내가 가진 것을 전부 보여주지 못했는데 기회를 놓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어요. 

그 길로 청계천에 고서적 파는 곳에 가서 여러 잡지를 스크랩해서 스크랩 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승연 씨와 비교되는 스타들을 국내외로 분석하고 어떻게 헤어, 메이크업을 바꿔야 우리나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지에 관한 내용을 담았죠. 완성을 하고 MBC 분장실을 들어가는 데 천릿길 같았어요. 

이승연 씨가 들어오더니 저를 보며 한 말이 ‘너 웬일이야?’였어요. 저는 제가 만든 스크랩을 딱 내밀었죠. 앉아서 한 장 넘기고 나를 쳐다보고 또 한 장 넘기고 한숨을 쉬시면서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 ‘가자’ 그날로 다시 채용됐어요. 

저 스스로가 장하더라고요. 잘린 게 자존심이 상해서 스크랩북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싶어요. 실패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해 본 다음에 이야기를 해야지, 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포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부모가 내 인생을 대신해주지 않고 내 환경이 나를 대신해주지 못해요. 백그라운드에 아무리 믿을 만한 것이 있어도 궁극적으로 내가 쟁취해야 되는 일이 있다면 나에게 기회를 주고 감정을 컨트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K뷰티 산업을 유행시킨 장본인인데 비결이 있다면? 

메이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끊임없이 생각한 것이 ‘본질에 대한 집중’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Beauty starts from you. Just believe(믿으세요! 아름다움은 당신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라는 슬로건도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이러한 생각이 깊숙이 자리잡아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었어요. 

정샘물 아카데미 수강생들에게 강의할 때 나사 하나만 조여줘도 눈빛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 순간을 볼 때 짜릿해요. 본인이 가진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궁극적으로 그 사람에게 최적화된 메이크업을 알려주는 것이 지금의 트렌드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와의 비교가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되는 자존감 있는 뷰티를 하고 싶어요. 

누구나 자신만이 가진 아름다움의 기준이 있습니다. 원장님은 ‘미’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누구에게나 자신이 가진 고유의 눈동자 색, 머리색, 피부톤이 있어요. 그런데 꼭 어떤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것은 잘못이에요. 개성과 나만의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발전시켜야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에요. 

자신이 가진 색을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과 다른 선, 색, 결을 멋지게 그리고 아우라있게 바꿀 수 있을까, 이는 내면과 외면 그리고 나에 대한 집중을 하고 포기하지 말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 같아요. 나에 대한 자존감이 있으면 나도 멋져 보이고 다른 사람도 멋져 보여요. 다양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상이니까요.

정샘물 원장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가득찬 사무실

정샘물 원장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가득찬 사무실 ⓒ정내훈

메이크업아티스트? 사람에 대한 호기심 많고, 긍정적인 사람에게 유리

팝업스토어인 ‘정샘물 플롭스’에서 신진작가들과 협업하여 작품 전시를 하고 있는데, 작가 선정 기준은? 

일단 플롭스 전시는 뷰티와 소통이 되는 작품들이에요. 이번에 전시하고 있는 것은 선, 색, 결입니다. 다양한 컨트라스트의 표현이 가능한 작가들을 전시에 초대하고 있어요. 그것이 한 줄기 빛일 경우도 있고, 실오라기, 면적이 레이어드된 것일 수도 있어요. 뷰티뿐만 아니라 작가들 간의 어울림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큐레이터를 통해 작가를 의뢰하고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차별화된 아티스트 위주로 선정했어요. 

뷰티영역도 남성들의 진입이 늘어나고 있는데, 정샘물 아카데미, 뷰티, 인스피레이션에서의 남성아티스트의 비율과 직원을 뽑을 때 기준은?

남성 비율은 전체의 20% 정도인 것 같아요. 인터뷰 때 긍정적인 기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뽑아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아트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이해도나 사랑,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유리하지요. 아무리 테크닉이나 아티스틱한 자질이 있어도 사람에 대한 사랑이나 긍정적인 생각이 많은 사람이 아니면 금방 포기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사람을 관찰해야 하니까 사람에 대한 호기심도 많아야겠죠? 아, 영어와 중국어는 구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글로벌하게 영역이 확장되고 있으니까요. 

정샘물 원장이 정리한 메이크업(좌)과 20S/S 정샘물 신제품(우)

정샘물 원장이 정리한 메이크업 보드(좌)와 20S/S 정샘물 신제품(우) ⓒ정내훈

마지막으로 올 봄 메이크업 트렌드는?

환경에 대한 이슈들도 많고 세상이 불안하고 무섭잖아요. 이는 바로 트렌드에 적용이 돼요. 그래서 색 자체가 굉장히 편안하고, 푸르고, 생명력이 넘치는 색을 사용해요. 자연에서 오는 영원불멸한 컬러들 말이죠. 경기가 침체될 때 레드가 유행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올해도 유행할 거예요. 이미 대부분 레드계열 컬러들이 판매되고 있는데, 세미매트 보단 오래 지속되고 리치해보이는 레드립으로 갈 것 같아요. 베이스는 투명메이크업, 다시 말해 촉촉한 피니쉬들의 베이스들이 여전히 유행할 것으로 예상돼요.  

정샘물 원장은 자신에게 끊임없는 기회를 주고 결국 그 기회를 인생 대역전의 발판으로 삼았다. 본인만의 철학으로 누구에게나 아름다움이 있음을 믿고, 이를 일깨워주는 일을 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정샘물 원장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한동안 계속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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