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을 기다리며, 서촌 골목 산책

시민기자 문청야

Visit169 Date2020.03.09 11:54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무겁다. 강의도 모두 취소되고, 모임도 사라졌다. 제주도 여행을 가려고 예약해 두었던 것도 취소했다. 그저 숨죽이며 집에만 있다가 참다못해 지난 주말 오전에 마스크를 쓰고 서촌 한 바퀴를 산책했다. 날씨가 따뜻해서 설렁설렁 가볍게 걷기에 참 좋았다. 봄날의 기운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밖에 나오길 정말 잘했어!’라고 혼잣말로 몇 번이나 읊조렸다.

서촌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위해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왔다. 눈앞에 한복대여점이 하나 보였다. 길거리의 마네킹이 입고 있는 한복이 참 곱다. 한복 저고리 옷고름을 포인트로 전경에 두고 서촌 마을을 아웃포커싱으로 담았다. 한복의 고운 자태가 눈부셨다.

한복의 고운 자태를 보니 곧 봄이 오는 듯하다

한복의 고운 자태를 보니 곧 봄이 오는 듯하다 ⓒ문청야

골목길로 접어드니 한옥이 보인다. 이곳의 한옥은 북촌보다 서민적인 분위기다. 봄날의 햇살은 한옥의 담장에 부딪힌 뒤 땅바닥에 드러눕는다. 그림자가 생기고 담장 아래 멍멍이는 생기를 찾은 듯 꼬리를 흔든다. 코로나19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한가로운 풍경들은 정겹기만 하다. 

이곳 서촌의 시간은 다른 곳보다 더 느리게 가는 듯 느껴진다. 지붕 기와 너머로 인왕산이 병풍처럼 서 있다. 인왕산 풍경 때문인지 자꾸 길을 멈춰서서 산을 바라보게 된다. 예전부터 서촌에는 문인 예술가들이 많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서촌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인왕산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인 듯하다.

서촌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서촌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문청야

서촌은 시선을 끄는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한 가게들이 많아서 거리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서촌은 시선을 끄는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한 가게들이 많아서 거리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문청야

마을 전체가 미술관처럼 느껴지는 서촌 풍경

마을 전체가 미술관처럼 느껴지는 서촌 풍경 ⓒ문청야

서촌에서는 특별히 목적지를 정해놓고 걷지 않아도 재미있다.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한 가게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서촌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장소에 닿게 된다. 서촌에서는 간판조차 위트 있다. ‘Bar 비’라는 간판 아래에는 ‘비가 오면…’이라고 쓰여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이곳의 바를 찾아야 할 것 같고, 가수 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가스계량기와 헝클어진 철조망이 미술작품처럼 보인다

가스 계량기와 헝클어진 철조망이 미술작품처럼 보인다 ⓒ문청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이색적인 가게들은 서촌에 살고 있는 거주자들의 집과 대비된다. 서촌의 오래된 집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가스계량기와 헝클어진 철조망이 어릴 적 살던 집을 떠올리게 한다.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카메라 렌즈의 색감을 조금 바꿨다. 갑자기 이국적인 분위기가 풍겨나면서, 외국의 거리 같다. 사실 스냅사진 찍기에는 서촌만 한 곳도 없다. 가끔 카메라에 단렌즈 하나 마운트만 챙겨도 서촌에서는 한나절을 거뜬히 보낼 수 있다.

마치 외국 거리 같은 서촌 풍경

마치 외국 거리 같은 서촌 풍경 ⓒ문청야

오래된 수리점에 위성 안테나처럼 둥근 간판을 여러 개 달아 놓아 눈길을 끈다

오래된 수리점에 위성 안테나처럼 둥근 간판을 여러 개 달아 놓아 눈길을 끈다 ⓒ문청야

아침 햇살에 도로가 반짝인다. 서촌에는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이 많아서 사진 찍는 재미가 있다. 빵을 쌓아놓은 모양에서 조차 예술이 느껴진다. 서촌의 작은 골목길에는 어지럽게 낙서들이 흩어져 있고, 분위기 있는 계단도 보인다. 마치 영화에 등장하는 곳 같은 분위기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도 마포구의 한 계단이 나와 화제가 되었다. 서촌의 계단도 영화에 등장한다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빵을 쌓아놓은 풍경이 일정한 패턴을 찾아 그린 그림처럼 보였다

빵을 쌓아놓은 풍경이 일정한 패턴을 찾아 그린 그림처럼 보였다 ⓒ문청야

골목길의 낙서와 계단, 마치 기생충의 한장면을 연상시킨다

골목길의 낙서와 계단, 마치 기생충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문청야

복잡한 전선과 오래된 건물이 공존하는 서촌의 매력

복잡한 전선과 오래된 건물이 공존하는 서촌의 매력 ⓒ문청야

주택가 끝 골목에서 오른쪽 안쪽으로 접어드니 흥미로운 벽화가 하나 등장했다. 소녀가 씨앗에 물을 주고 있는 벽화이다. 실제 이 벽화를 보기 전, 사진으로 먼저 접했을 때는 땅에서 싹이 올라와 식물이 자라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자라고 있지 않지만, 봄이 오면 이곳에도 싹이 틀 것이다. 그때는 코로나19가 한층 잦아들 것이라 믿는다. 그때가 다시 오면, 마스크를 벗고 다시 서촌 산책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 

소녀가 씨앗에 물을 주고 있는 벽화

소녀가 씨앗에 물을 주고 있는 벽화 ⓒ문청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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